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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한국문학번역상 윤선미와 공로상 피오 세라노가 전하는 한국문학 in 스페인 “아직은 미미하지만…”

한국문학번역상 공로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의 베르붐 출판사 대표 피오 세라노, 김춘수 시선집을 시작으로 한국문학 50여권 번역, 출판
문화체육관관우 장관상 윤선미 번역가, 한강 '채식주의자'에 이은 '소년이 온다' 등으로 스페인, 남미 등에 한국문학 알려 "한류 시너지로 무궁무진한 가능성"

입력 2019-12-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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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2_피오세라노, 윤선미
스페인에 한국문학을 알린 베르붐 출판사 대표 피오 세라노(왼쪽)와 윤선미 번역가(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

 

“김춘수 시선집이 시작이었어요. 너무 마음에 들었죠. 김춘수 시인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을 실제로 여행했었고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 대한 시도 있어서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직접 만나기도 했었는데 저와는 통하는 게 많았어요. 매우 진지한 분이시죠.”

한국문학번역상 공로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의 베르붐(Verbum) 출판사 대표인 피오 세라노(Pio E. Serrano)가 한국문학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꽃’으로 잘 알려진 김춘수 시인의 시선집이었다.

피오 세라노는 “1980년대부터 한국 학생들이 스페인으로 유학을 많이 오기 시작했다. 그때 만났던 (현재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장인) 김창민 교수가 1990년대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와 스페인어로 번역한 김춘수 시선집을 보내줬었다”고 털어놓았다.

“스페인 베르셀로나에 있는 콜럼버스 동상에 대한 시(콜럼버스의 어깨)가 기억에 남았고 마드리드의 창녀들에 대한 시(마드리드의 어린 창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눈덩이 불어나듯 점점 더 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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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문학번역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윤선미(왼쪽)와 공로상을 받은 피오 세라노(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

그렇게 피오 세라노는 50여권에 이르는 한국문학을 번역해 스페인에 출판하기 시작했다.

 

피오 세라노가 언급한 시기 스페인에서 유학했고 학위를 취득한 윤선미 번역가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에 이어 번역한 ‘소년이 온다’(스페인어명 Actos Humanos)로 제17회 한국문학번역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윤선미 번역가는 이 시기에 대해 “저 역시 1980년대 유학을 가 1990년대에 학위를 취득했다”며 “당시 스페인 유학생이 100명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한국문학 in 스페인…아직은 미미하지만

“한국은 안타깝게도 스페인에 너무 늦게 알려졌습니다. 중국, 일본 등의 문학은 19세기 중반부터 알려지고 스페인에 번역·출간됐는데 너무 폐쇄적인 국가였던 한국의 문학은 1960년대 시집 한권이 출판된 게 다 였죠. ‘은둔의 국가’였던 (예전 시대) 한국의 여파가 지금까지 오는 것 같아요.”

현재 스페인에서의 한국문학 위상을 이렇게 전한 피오 세라노는 “스페인에서는 한국문학에 전혀 관심 없었다. 아무도 몰랐고 필요성도 못느꼈다. 농담이 아닌 비극”이라 표현하며 “그래서 책을 출간하면서 관심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출판사 베르붐의 첫 작업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스페인에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미션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3000년 전부터 문화 강대국이었음을 인식시키는 거였죠. 한국에는 깊이 있고 매혹적인 문화가 있었지만 전혀 안 알려진 상태였거든요.”

그리곤 “한국은 블랙홀 같은 곳”이라고 비유했다. 피오 세라노는 “강대국 중국과 일본의 빛에 가려져 너무 늦게 알려졌다” 부연하며 “고은 시인 정도가 그 자체로 잘 알려져 있을 뿐 대부분이 영어권에서 상을 받거나 먼저 출간돼 스페인어권에 알려지는 식”이라고 말을 보탰다. 

 

“한국 책은 중앙도서관에 ‘기타’로 분류될 정도였어요. 그래도 지금은 중앙도서관에 한국문학 카테고리도 생겼어요. 최근엔 한국문학 번역서가 서점에서 한두권씩은 팔리고 있죠.”

 

2019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_피오세라노, 윤선미
스페인에 한국문학을 알린 베르붐 출판사 대표 피오 세라노(왼쪽)와 윤선미 번역가(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

 

한국과 스페인 등을 오가며 활동 중인 윤선미는 “스페인어권 출판사에서 한국 책을 내고 싶다는 경우느 거의 없다”며 “이에 번역가들이 선정하곤 한다. ‘채식주의자’는 잘 될 것이라는 100% 확신이 있었고 꼭 번역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응도 너무 좋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저에게 ‘채식주의자’는 운명적인 작품이입니다. ‘소년이 온다’ 역시 주제는 다르지만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강 작가님의 부탁으로 번역을 했지만 부탁을 안하셨어도 제가 할 생각이었죠.”

이렇게 전한 윤선미 번역가는 “시인 특유의 비유적 표현들 때문에 한강 작가님의 소설 번역은 쉽지 않다”며 “게다가 두 작품의 주제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울면서 번역을 하는 부분도 많았다”고 밝혔다.

“한국문학의 특징은 ‘열외의 미학’이에요. 동양화의 ‘여백의 미’처럼요. 서양화는 모든 정보가 작품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지만 동양화는 보는 사람이 완성시키죠. 한국문학 역시 문장이 간결하고 여백과 비유가 많아서 독자들이 의미를 완성시킵니다. 그대로 번역하면 서양독자들이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이에 “말만 옮기는 게 아니라 문장을 이어주고 추가설명 등 더 많은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면서 번역을 해야 한다”며 “그래서 도전적인 작업이고 보람도 크다”고 덧붙였다. 그리곤 1980년 5월 18일 시작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 대한 가능성을 전하기도 했다.  

 

2019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3_피오세라노, 윤선미
스페인에 한국문학을 알린 베르붐 출판사 대표 피오 세라노(왼쪽)와 윤선미 번역가(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는 스페인과 더불어 남미 지역에 출간하면 더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도 한국처럼 독재정권 하에서의 유사한 경험이 있어서 더 잘 이해하면서 읽을 것 같습니다.”


◇끊임없는 도전, 한류와의 시너지로 무한한 가능성

“계속 도전하고 도전하고 도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희 출판사에서만 50권 정도가 출간됐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죠. 더 많이 와야해요.”

한국문학이 스페인에 잘 알려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피오 세라노는 “(한국문학을 알리는 데) 한국 영화가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선미 번역가 역시 방탄소년단(BTS), 엑소(EXO), 슈퍼주니어 등 K팝을 시작으로 관심이 확산 중인 한국문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한국문학 뿐 아니라 K팝에서 시작해 한국 영화, 드라마 등 한국문화들이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1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5년 전과도 다르죠. 한국 문화산업이 전세계에서 흥행하고 있거든요. 중요한 사실은 젊은 세대들이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는 겁니다. K팝으로 한국 문화를 접하기 시작한 젊은이들이 점점 더 많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사춘기 때 좋아한 건 마음 한구석에 남아 평생을 가잖아요.”

그리곤 “한국 제품을 사는 것은 물론 늘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제대로 안알려져서 보기 드문, 한국 문학작품 번역서를 읽고 좋으면 또 다른 작품을 찾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지금이 시작이에요. 문학이 좀 늦긴 했지만 곧 폭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문학의 장점은 주제도, 문체도 다양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이 새롭고 실험적이라고 느끼죠. 스토리도 좋지만 여러 작품을 접하다보면 실험적이고 다양하다고들 해요. 제가 보기엔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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