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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규제의 시대’ 아랑곳 않는 그들만의 리그, 고급 주택 시장 활황

입력 2020-01-22 07:00 | 신문게재 2020-01-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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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고급 아파트 단지 전경.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현금 부자'들의 구입 경쟁으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에도 20억원이 넘는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들에 대한 수요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모습이다. 반면 중산층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끼고 구입하는 9억~15억원대의 아파트들은 거래 위축이 뚜렷하다.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정부의 대출·세금 규제 현금 부자들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오히려 일부 신축 초고급 단지 시세가 소리소문 없이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부동산 규제 강화, 공급부족 불안감 키워

IMF 외환위기의 그늘을 벗어난 노무현 정부 이래로, 역대 정부는 부동산 규제와 규제완화를 오가며 특히 서울·수도권 지역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는 의도와 달리 집값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규제 강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규제 완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이끌었다. 실제로 이들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일찍이 정책 방향을 정하고 제도를 손보기 시작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 이후 10여년만에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2007년 미국 월가발(發)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규제 완화책을 썼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고 주택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는 등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힘썼다. 박근혜 정부 역시 생애최초구입 주택에 대한 취득세 면제,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등 다양한 부양책을 내놨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6.19대책과 8.2대책을 통해 이명박 정부 시절 해제됐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재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서 재건축 규제 또한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인 ‘집값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부동산114가 각 대통령 취임 후 1년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노무현 정부, 그리고 문재인 정부 시절 아파트 가격이 각각 14.07%, 8.3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가 1%, 이명박 정부가 -3.16%로 그 뒤를 이었다. 규제를 강화한 정부 하에서 아파트 가격이 대폭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집값 상승 동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규제에 의한 공급 부족이 반대로 아파트 소비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서울 주요지역의 재건축·재개발 단지 공급이 끊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매 및 전세가 상승 압력도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총 1만232세대 규모의 둔촌주공 재건축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승인 문제로, 개포주공 1단지(6642세대) 재건축과 방배 5구역(2796세대) 재개발 역시 내부 사정으로 사업 진행이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값 상승의 문제는 품귀 현상에서 기인했다”면서 “강한 대출규제로 일시적으로 수요를 잠재웠지만 공급 부족과 같은 상승 요인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세제 혜택이 끝나는 2020년 6월 이후에는 다시 매물 품귀 현상으로 집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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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수십억 현금으로…’급’이 다른 초고가 단지 한정판 되나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고급 아파트 및 오피스텔, 레지던스 단지의 시세가 상승하고 있다. 2019년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는 용산구 한남동 소재 한남더힐로 전용면적 244㎡ 펜트하우스가 84억원 실거래가를 기록했다. 84억원은 2006년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실거래가를 공시한 이래로 최고 가격이다.

작년 2월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126㎡ 는 작년 12월 23일 33억5000만원(16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25억2000만원(20층)에서 무려 8억3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 아크로리버’ 149㎡도 지난달 24일 17억3000만원에 팔려 지난 10월보다 1억3500만원 상승했다.

12.16 대책이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오히려 분양가 규제 때문에 부유층 선호도가 높은 일부 단지는 공급이 부족해 웃돈이 붙는 추세다. 2020년 초 입주를 앞둔 나인원 한남 역시 수십억원대 초고가 공동주택이다. HUG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 후 분양을 선택한 나인원 한남은 아직 임대 입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5억원 이상 웃돈이 붙는 세대가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는 부촌인 한남동과 이태원 상권 사이에 자리했을 뿐 아니라 고급 내장재와 수영장, 게스트룸, 와인창고 같은 커뮤니티 시설을 갖췄다.

고액 자산가의 경우 대출과 세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고가 주택의 희소성과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기 때문에, 시장의 규제 상황과 관계없이 매입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남 소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런 고급 아파트를 구매하는 계층은 집값 수십억을 모두 현금으로 지불한다”면서 “대출을 받더라도 보통 은행 PB(Private Banking)고객이 많아 좋은 조건에 거금을 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한된 사람만 드나들 수 있는 조용한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단지는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 한정판)이라 가격이 비싸도 경쟁이 붙을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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