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 Challenge(창업‧창직)

[비바100] 흩어진 데이터 한눈에… 부동산 시장 '신뢰' 심었다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김범진 밸류업시스템즈 대표이사

입력 2020-02-17 07:40 | 신문게재 2020-02-17 18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IMG_6053(수정)
김범진 밸류업시스템즈 대표이사

 

“감정평가법인에서 근무할 때 매 번 자료를 만들어서 정리해야 하는 게 불편했어요. 당시나 지금이나 부동산 데이터를 활용해 평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엑셀을 사용해 정보를 정리하거든요. 따로 활용할 만한 IT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내에서도 자료가 통합관리되지 못하고 개인이 필요할 때 마다 자료를 만들어 사용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많았고 비효율적이라고 느꼈어요. ‘부동산 데이터를 통합 정리해, 많은 사람이 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감정평가사로써 평가법인에서 일하던 김범진 씨. 그는 2016년, 정부 과제에 공모해 ‘부동산 평가 프로그램’ 에 대한 아이디어를 출품했고,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돼 개발 지원을 받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17년 7월에는 이를 보완한 ‘밸류맵’을 출시하면서 프롭테크(부동산 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기업 대표로 변신했다.


◇불편함에서 시작된 프롭테크

‘부동산 정보를 한 눈에 본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업무 중 느꼈던 불편함에서 시작된 문제제기. 이는 개발을 결심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리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정리하겠다는 김 대표의 아이디어는 곧 현실이 됐다.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하던 친구와 의기투합, 토지나 건물의 기본적 정보와 실거래가는 물론 주변 시세, 개발호재 등을 누구든 보기 쉽게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 밸류맵(Valuemap)의 시작이다.

밸류맵은 스마트폰이나 PC에서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토지를 비롯해 주택, 빌딩, 공장, 상가 거래에 관련한 정보를 필요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토지 실거래가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번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밸류맵은 자체 개발한 데이터분석 알고리즘으로 국토부의 자료를 분석해 지번을 일일이 찾아내고 이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지도에 표시한다. 현재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밸류맵 출시 후 2년 반이 지난 2020년 1월 기준 월간 순 이용자 수는 38만여 명에 이른다. “단순히 실거래가만 서비스했다면 지금처럼 많은 유저를 끌어들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개발호재, 예를 들어 해당 지역에 어떤 개발 호재가 예상되는지, 최근 뉴스가 무엇인지, 거주민들의 평가는 어떤지, 예상되는 대출 가능 금액 등을 표시합니다. 역세권이나 주요 주역이 경우 저희 직원들이 틈틈이 출장을 나가 직접 사진을 찍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로드뷰도 있지만, 근접 사진으로 좀 더 좋은 경험을 주고 싶어서요.”

작년 하반기 IBK기업은행의 상생 플랫폼 IBK박스 부동산 공식 협력사로 선정, 기업용 서비스 버전이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업계 밖에서도 밸류맵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주목하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다. 올해는 신규 사업으로 벤처투자 분야에 진출한 헥사곤인베스트먼트컨설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지도가 나오기 까지

이력은 화려하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개발 과정에서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시장의 호응을 얻기도 쉽지 않았다.

“밸류맵 초석이 된 ‘부동산 평가 프로그램’은 사실 망했어요. 개발 당시엔 평가법인에 판매를 목적으로 했는데, 그게 잘 안됐습니다. 관행대로 일 하는 게 사실 큰 문제는 없기도 하고 누적된 방식을 구매하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러던 중 당시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는 주택 중개 어플리케이션들을 접하게 됐는데, 굉장히 편하고 사용하기 좋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 이란 점에서요.”

그만큼 부동산, 특히 토지 거래 시장의 변화는 다른 분야보다 늦었다. 팀원들이 지쳐갈 때 쯤 김 대표는 다시 한번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주택 처럼 토지도 실거래가와 중개 정보에 대한 수요가 있겠다 싶었다. 약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기존 프로그램에 자체적으로 만든 토지 실거래가 데이터를 추가하고 이를 지도에 입혔다.

밸류맵을 내놓고 나서도 부침이 있었다. 무엇보다 시장의 저항이 컸다. “지역 중개사와 관련자들에게만 공유되던 가격 정보가 공개되자 ‘내 땅 거래금액을 왜 공개하냐’는 항의가 많았습니다. 개인적인 내용이 알려져 싫은 경우도 있고, 그동안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었죠. 예를 들어 시세를 잘 모르는 외지인에게 토지 가격을 부풀려 파는 경우가 있었는데, 공개가 되면 토지주와 중개사의 협상력이 낮아지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전화가 잦아들었습니다. 유저가 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더라구요.”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가장 열성적인 유저 그룹 중 하나가 중개사들이라고. “중개사 분들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차를 좁히는 일을 하잖아요. 저희 플랫폼에는 객관적 데이터가 표시되니까 이러한 일을 하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시장

밸류맵은 올 상반기 매물정보에 가상현실(VR)을 더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항공·지상 촬영을 통해 마치 해당 공간 한 가운데서 살펴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 연내 매수자와 매도자, 중개인을 포함한 매칭서비스를 선보인다. “허위매물을 근절하고 중개사 분들도 실제 구매 의사가 있는 고객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통해 부동산 거래 방식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밸류맵의 지향점을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실거래가 공개로 어느 정도 투명성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는 특히 ‘믿을 수 있는 시장’에 방점을 맞출 생각이다. 그 중 하나가 최근 선보인 ‘실 중개사례 서비스’다. 실제 거래된 가격정보에 해당 물건을 중개한 중개사의 프로필과 중개 실적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중개사 본인이 직접 입력하고 밸류맵은 신고필증, 매매계약서 사본 등으로 검정 한다. 출시 1개월 만인 지난 7일 기준 1500여건이 등록됐다. “전국에 등록된 중개업소가 10만5000여 곳쯤 됩니다. 매수자들은 해당 지역서 믿을 만한 중개원을 파악하는데 유리하고, 매물이 없는 경우라도 중개 건수가 많은 업소를 찾아 문의할 수 있죠. 중개원의 본인의 전문성을 알리고 광고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믿음’이 상통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말미 김 대표는 스타트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에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넘어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을 깊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진보된 경험과 개선을 통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스타트업의 가능성이 시작됩니다. 사회적 가치가 있어야만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서비스도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그러한 역할을 하겠습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