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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전도연… 역시나 전도연, 그래서 전도연

[人더컬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중반부터 출연해 이야기 장악
'칸의 여왕'이란 호칭 칭찬인걸 알면서도 갇히고 싶지 않아
"소시오패스인 역할, 누가 했어도 잘 했을 캐릭터. 일부러 힘 빼고 접근해"
"가볍고, 재미있는 드라마 기다리고 있는 중, 강하고 어두운 캐릭터 당분간 자제할 것"

입력 2020-02-18 07:00 | 신문게재 2020-02-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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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전도연이 ‘칸의 여왕’임을 다시금 증명했다.(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맞고 사는 여자의 아픔을 이해하는 연희. 전 남편을 (아마도)지능적으로 살해한 후 신분 세탁을 꿈꾸는 여자다. 호구이자 전 애인(정우성)에게 거액의 사채빚을 떠안긴 채 사라졌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전도연이 맡은 캐릭터다. 짧은 단발에 킬 힐을 신고도 당당히 걷는 모습하며 허벅지에 상어문신을 하고도 당당히 대중목욕탕을 이용한다.

극중 “상어가 알을 배면 서로 잡아먹으면서 어미 뱃속에서 자라다가 한 마리만 태어난대”라는 대사는 연희가 세상을 사는 일종의 모토아니었을까. 영화 속에서 모든 사건의 키(Key)를 쥐고 있음에도 중반에야 등장하는 카리스마나 누구도 소화 못할 화려한 패션까지 전도연이 아니었다면 누가 했을까 탄성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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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극중 연희는 소시오패스지만 태영(정우성)만큼은 진심으로 사랑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캐릭터를 정의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아서 매력적이었어요. 분량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만큼 빠져 들었고 촬영도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왠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올 때 크랭크업한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애초부터 블랙 코미디로 접근했고 원작은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연륜이 쌓인 배우일수록 연기에 대해 ‘비워야 채워진다’ 혹은 ‘내지르는 연기는 차라리 쉽다’고들 한다. 그들은 경험으로 도리어 힘을 뺀 연기가 그리고 일상의 느낌을 되살리는 자연스러움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도연 역시 “힘은 의상으로 충분히 커버가 된다고 봤다. 등장이나 성격 자체가 강렬하니까 힘주지 말고 가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했다.

 

예고편에 나온 맥주병으로 진상 손님의 머리를 가격하는 것도, 한때 자신과 같은 처지의 미란(신현빈)을 교묘히 이용하는 연기는 스포일러인 동시에 전도연의 본능적인 탁월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관 문을 나서면 다들 “이 영화는 전도연의 영화”라고 고개를 주억거릴 만큼 짜릿하면서 애잔하다. 아카데미 4관왕의 ‘기생충’보다 훨씬 전에 이미 ‘칸의 여왕’으로 한국 영화사의 한 획을 그었던 이름값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담스럽죠. 분명 칭찬인데 칭찬이 아닌것 같고.(웃음) ‘전도연=영화제’란 이미지로 대중에게 너무 각인된 건 아닐까 걱정도 사실 한답니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에게 축하한다는 문자조차 못하고 있어요. 전 촬영을 하다 그 소식을 들었는데 그 엄청난 영광과 무게감을 아니까 ‘감히 내가 지금 축하를 보내도 될까?’ 싶더라고요. 일단은 주변의 기대나 찬사에 감사하지만 동시에 나를 규정 짓고 싶지 않은 욕구가 크거든요. 지금도 내 생각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 그걸 연기로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지 뭔가에 갇히고 싶지 않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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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의 공식 포스터. 전도연은 “ 뻔한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짚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예능 프로그램을 못하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자신감 부족이고 드라마 역시 계속 무겁고 강렬한 작품이 들어오기에 영화로서 그 욕구를 풀고 있음을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면서까지 첫사랑과 밀회를 나누기도 했고(영화 ‘해피엔드’) 17살에 초등학교에 다니며 선생님을 짝사랑하기도 했으며(영화 ‘내 마음의 풍금’) 순박한 시골 청년의 열렬한 구애를 받는 에이즈 환자(영화 ‘너는 내 운명’) 등 전도연의 필모그래피는 한마디로 규정되지 않는다.  

 

스타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간과하지도 않았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생일’은 배우가 가진 신념이 아니었다면 쉽게 도전하기 힘든 역할이었다. 주제와 소재가 가진 조심스러움에 소박하게 시작했던 이 영화가 전도연의 캐스팅으로 투자와 배급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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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전도연(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배우란 직업은 누군가를 이해하게 만들어야 해요. 의외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 태영 역할의 정우성씨에게 애교를 부리는 신이었어요. 이미 한번 뒤통수를 친 여자가 ‘밥은 먹었어?’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찌개를 들고 나오잖아요. 사실 소시오패스인 연희도 태영 만큼은 열렬히 사랑했을 거라고 봐요. 그런데 첫 촬영이 하필이면 오래된 연인 사이에서나 볼 법한 친근함과 뻔한 수가 보이는 신이었죠. 어렵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정우성씨와는 코미디 장르로 한번 더 찍고 싶어요. 다들 둘이 나오면 멜로를 생각할텐데 반대로 허를 찌르면 관객들이 더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요? 다음 영화로 감독을 준비한다기에 나도 출연하겠다고 했더니 ‘할 역할이 없다’며 딱 잘라서 두고 보려고 해요.(웃음)”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배우와 감독을 겸하는 경향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올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된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을 비롯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조디 포스터, 다이안 키튼 등이 감독으로서 수많은 명작들을 내놨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감독의 역할보다 제가 맡은 캐릭터를 연기로 표현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워낙 보수적인 분위기일 때 영화를 시작해서인지 감독은 제가 범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연출의 세계는 딴 세상 같아요. 함께 연기하고픈 배우요? (한참 고민하다) 박서준과 호흡을 한번 맞춰봤으면 해요. 정해인도 좋은데 저보다 더 예쁘게 나올까봐 걱정이고. 에이~실명은 밝혀주지 말아주시고 그냥 더 나이들기전에 멜로 찍고 싶다고 써주세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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