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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오롯이 바이올린! 임지영 “좀 이르지만, 혼돈의 시간이지만…음악으로 전하는 희망 메시지”

입력 2020-06-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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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Keunho Jung(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좀 무모했나 싶은 생각도 몇 번씩 들었지만 후회는 없어요. 이 프로젝트를 발전시켜서 제 기준에 맞게 완성시켜보고 싶은 큰 열망이 생겼거든요.”

갓 스물이던 2015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바이올린 부분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에게는 5년 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라디오심포니 오케스트라, 뮌헨 캄머 오케스트라,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고 기돈 크레머, 알렉산더 라자레브, 케빈 케너, 당 타이 손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한 무대에 올랐다.

5년 동안 꾸준히 성장한 그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와 외젠 이자이(Eugene Ysaye)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오롯이 바이올린 하나로 바흐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 제 1, 2, 3번과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파르티타’ 제 1, 2, 3번 그리고 이자이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 1~6번으로 무대를 채운다. 그 공연 장소도 특별하게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7월 1일 19시 30분)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7월 11일 17시)이다.

“바흐가 성당, 교회 등에서 하프시코드(Harpsichord, 피아노 상용화 이전에 쓰던 건반악기)로 연주하면서 작곡을 했기 때문에 어디든 교회나 성당 등에서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이 막연하게나마 있었는데 이번에 시도하게 됐어요. 변수도 많고 기후 등에 영향도 받겠지만 그 조차도 언젠가는 제가 알아가야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선지 아직까지는 기대가 더 많이 되죠.”


◇좀 이른 시작…‘오롯이 바이올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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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Keunho Jung(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무모하게 시작했죠. 이런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 연주) 프로젝트는 대가이자 거장 선생님들께서 인생 마무리 챕터에서 하시거든요. 이 레퍼토리들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피하고 싶은 존재죠. 언젠가 내 인생에서 이 프로젝트가 가능한 기회가 있다면 좀 일찍 시작해서 한번이 아닌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시키고 싶었어요. 오래 전부터 나이가 좀 들어서까지 연장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의 스타트를 좀 일찍 끊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오래 전부터 생각만 해왔던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문이었다. 코로나19는 장르 특성상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클래식 분야 종사자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코로나19로 상반기 스케줄이 변동되고 취소되면서 시간이 많이 비게 됐어요. 외부활동도 못하고 연주활동이 멈춘 상황에서 연습과 연주 그리고 공부가 숙명인 직업을 가진 저로서 무엇을 할까 곰곰이 생각했죠.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한 건 아니지만 예상보다 좀 이른 (무반주 바이올린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좋겠다 싶었어요.”

자신의 음악 커리어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음악청중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바흐와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프로젝트에 대해 임지영은 “굉장한 난항을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고 전했다.

“곡의 양 자체가 지금까지 준비해오던 연주 양과는 달라요. 두꺼운 책으로 한권 분량의 악보를 봐야하죠. 음표도 너무 많은데 깊이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이에요. 테크닉을 익히는 데만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깊이도 더해야 하니…게다가 제가 워낙 한 마디 한 마디를 파고들어 곡해석을 하는 스타일이에요. 처음엔 하루 한곡을 끝내기도 힘들었어요. 이렇게 가다가는 전곡을 익히는 데 1년도 더 걸리겠다 싶어 계획을 구체화시켰죠.”

이렇게 전한 임지영은 “바흐와 이자이의 전곡을 한번씩은 연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부분적으로 집중을 하더라도 일단은 전체적으로 한번씩은 연주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연습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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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Keunho Jung(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운동하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새벽 3, 4시까지 하루 10시간씩은 연습에 할애하고 있죠. 체력적으로도 이렇게 긴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팔도, 손가락도 아프긴 해요. 무작위로 연습하기 보다는 최소의 에너지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죠.”

사실 체력과 컨디션, 방대한 악보와 연습량보다 앞서는 임지영의 걱정은 “날씨”다. 임지영은 “여름이 제일 무서운데 습기가 악기와 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예상보다 더위가 빨리 와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습기가 나무에 주는 영향이 연주자들에겐 불편해요. 좋은 소리를 내고자 연습하는데 외부적 환경 때문에 더 어려움을 겪으면 슬프잖아요. 어떻게 하면 현재 상황에 맞춰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체력적으로 어느 정도 몸을 풀었을 때 무리하지 않고 여유로운지, 긴 프로젝트에서 감당가능한 활의 무게와 비브라토 폭의 최대치는 어느 정도인지…하루하루 순간순간 연구하고 배워가는 중이죠.”


◇코로나19가 준 선물, 솔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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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Keunho Jung(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사실 솔로 프로젝트는 누구나 하고 싶은 열망이 있어요.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프로젝트죠. 1년에 몇 번씩 다른 연주회를 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거든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늘 품고 있지만 시간도, 여력도 없어 안타깝던 중에 도전할 기회를 만났죠.”

코로나19로 발이 묶이면서 다른 활동 중에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은 여건이 되면서 임지영은 바이올린 솔로 프로젝트에 도전할 기회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는 모든 레퍼토리의 기반이 되는 사전 같은 느낌이에요. 모든 지식과 감정이 그 안에 있거든요. 오케스트라 음악이든, 실내악이든 거기서(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파생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좀 더 깊이 공부하면서 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던 부분을 찾아 굳히는 작업이 흥미로웠어요. 앞으로 이 프로젝트가 회를 거듭하면서 깊이를 더해가는, 아주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 같아요.”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는 각종 콩쿠르의 1차 미션곡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임지영 역시 “지금까지는 콩쿠르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했던 음악들”이라며 “충분히 음미하기 보다는 기술적으로 흠이 없는 연주를 하려고 했던, 악보 표지만 봐도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꺼리던 레퍼토리”라고 정의했다.

“무반주, 솔로라는 자체가 즐길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다 보니 그 동안은 피아노, 첼로, 비올라, 오케스트라 등과 협업하는 데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이번 솔로 프로젝트 준비로 이 곡들을 굉장히 오랜만에 공부하면서 경외심이 들었죠.”

바흐와 이자이에 대해 임지영은 “동떨어진 음악 같지만 이자이가 바흐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파르티타’에서 영감을 받아서 6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썼다”고 덧붙였다.

“악보를 보면 연계성이 없어 보이기도 해요. 바흐가 구조적이고 화성적으로 움직인다면 이자이는 비르투오적이고 파가니니만큼이나 테크닉이 화려하죠.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음악적으로 한 단계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1악장은 느리고 다음은 더 느리고 서정적인 시칠리아노(Siciliano, 바로크 시대에 시작된 다양한 음악 작품에 종종 포함되는 음악 스타일이나 장르)이고 빠른 마지막 악장으로 끝나는 구조가 그래요. 화성과 멜로디가 아닌 내성들로 움직이는, 규칙적이고 수학적으로 움직이는 패턴 등이 그렇죠.”

이어 임지영은 “솔로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화려한 테크닉과 선율 안에 많은 것이 숨어 있음을 느낀다. 저 뿐 아니라 많은 연주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라며 “그 점에 집중해 연습 중”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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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Keunho Jung(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바흐나 이자이의 음악은 화려하고 듣기 좋다고만 생각하지만 그들이 작곡을 하면서 그 안에 비밀암호처럼 화성의 움직임,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 등을 숨겨뒀거든요. 테크닉, 음정, 박자, 소리 등 단면적인 것들이 아닌 구조적인 것들, 곤두세우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고 아는 사람만 아는 부분을 파고드는 작업에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그 과정을 통해 “작곡가에 더 다가선 느낌”이라고 전한 임지영은 “이런 걸 관객들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면서 더 많은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모르는 걸 다음엔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는 악보를 안보고 연습을 하곤 했어요. 곡도, 전개도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악보를 보고 연습을 하다 보니 뭐가 자꾸 나타나요. 노다지 같달까요. 작곡가의 의도 반만 이해해도 많이 이해한 거라는 생각이 들고 평생을 공부해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죠. 고달플 줄만 알았는데 너무 재밌고 흥미로운 작업이 돼 버렸어요.”

학창시절 스승들의 족집게 같은 가르침에 비교적 쉽게 접근한 바흐와 달리 이자이는 임지영의 전언처럼 “그야말로 음정과 테크닉을 소화하는 데만도 너무 어려운 음악을 하는 작곡가다.” 임지영은 “선생님들께서도 완주와 음악적으로 들리기 위한 가르침을 주로 주셨다”며 “이자이의 음악에 구조적 생김새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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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Keunho Jung(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이번에야 악보를 펼쳐 시작 전 곡을 설명하는 서문부터 찬찬히 읽어봤어요. 정말 많은 것들이 쓰여 있더라고요. 하나하나 파고들다 보니 이자이가 멋있으려고 포르테를 넣은 게 아니라 앞 부분부터 차곡차곡 쌓아왔다는 걸 알게 됐죠. 크고 작게, 느리고 빠르게 등 샘열이나 악상 빠르기 등의 연결이 괜한 게 아니었더라고요. 공부를 하겠다고 작정한 게 아닌데 하나의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죠. 의문을 가지는 게 왜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어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그 후 5년
  
“솔로이스트로서의 책임감과 외로움은 어려서부터 가졌던 중요한 이슈예요. 음악가 뿐 아니라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이잖아요. 저 역시 여전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극복할 수도, 본질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외롭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해소하기 보다는 받아들였죠.”

임지영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한국이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후 5년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더불어 “우승 후엔 제 몫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외로움과 책임에 대한 강박에 시달렸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 뿐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고독을, 책임감을 너무 크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책임감과 외로움을 어떻게 풀어내고 음악에 녹여 승화시키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어 “콩쿠르 우승 후 5년 간 환경적, 심정적 변화가 있었고 지금도 변화 과정 중인 것 같다”며 “감정에 너무 치우치기 보다는 이성적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저 역시 음악하는 사람이다 보니 감정이 극으로 치달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너무 복잡하고 음악적으로 연관되다 보니 더 힘겹기도 하죠. 그럴 때는 붙잡고 있기 보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아예 빠져나올 방법은 없기 때문에 다른 집중거리를 찾거나 한발 물러서서 제3자의 입장으로 바라보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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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Keunho Jung(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얽매이기 보다는 한발 물러서 관찰하는 자세는 임지영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로도 이어진다. 그는 “저마저도 제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궁금증을 가지는 순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우진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 마디는 이렇게 연주하지만 다르게 해야하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원해서가 아니라 타당성이나 근거를 두고 변화를 주고 연주를 하면 결국 후회하게 되는 경험이 잦았어요. 내 음악이 아니라 관객들의 기대에 대한 저만의 강박, 그를 해소하기 위해 의도한 생각을 반영한 연주였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야 ‘부자연스러운 음악’임을 깨달은 임지영은 “시행착오를 겪고서야 제 안의 무의식이나 지식 등은 어떻게든 음악과 연주에 반영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눈치 채지 못하는, 아주 작은 변화가 20대의 흐름 타고 가면서 계속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적 해석이나 바라보는 시각에 집착하고 여길 이렇게 하면 다음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든 것에 의미를 두려고 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결국 하나의 완성체로 들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멀리서 바라보는 자세를 가지게 됐어요. 음표와 악보 안을 들여다보며 다양한 시각을 가지게 된 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생각해요.”


◇내가 연주하는 이유…음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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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Keunho Jung(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음반 발매 등 다른 목적보다는 연주에 집중하고 있어요. 20대의 저는 바흐를 어떤 느낌과 생각을 가지고 연주했을지 기록의 의미죠.”

현재는 오롯이 솔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는 임지영은 “물론 정식 음반 발매도 뜻깊은 작업이지만 요즘은 굳이 음반이 아니라도 동영상, 유튜브, SNS 등으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시대”라며 “최근 두달 정도 방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담은 1분짜리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처음엔 걱정을 했죠. 연습은 그리 아름다운 작업이 아니거든요. 모든 것이 갖추진 홀에서 완벽하게 연주하는 제 모습만 보던 관객들이 괴로운 소리도 많이 나고 미완성 상태인 저를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걱정이 앞섰죠. 생각 외로 좋은 반응과 피드백을 많이 주셨어요.”

이어 “연습실에서 잠옷차림으로 머리를 쥐어짜면서 연습하는 저를 보면서 매일 같은 일을 하는 스스로와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과 친근감을 보여주셨고 응원의 메시지도 보내주셨다”고 털어놓았다.

“화질도 안좋고 정식 연주도 아닌 연습영상인데도 하루 피로를 날리셨다거나 평화롭게 잠들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 1분짜리 영상으로 누군가에게 미소를 띨 수 있게 했다는 데 오히려 제가 행복해졌고 에너지를 받았죠. 꼭 무대나 음반이 아닌, 다양한 매개체로 많은 사람들이 음악과 연주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곤 ‘클래식 대중화’에 대해 “제가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건 음악은 지식이나 경험에 상관없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예술이라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곡 정보, 배경지식 등이 없더라도 들었을 때 좋고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분들께 음악을 들려드리려고 노력 중이에요. 거창하게 ‘대중화’까지는 아니라도 음악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누구나, 어디서든 음악을 들려드릴 기회를 찾고 있죠.”

이렇게 전한 임지영은 성모병원 로비에서 했던 연주를 떠올리며 “제 음악을 듣고 싶어서 정식 공연을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어느 순간 나를 모르는 분들도 내 음악을 좋아해주실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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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Keunho Jung(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제가 자발적으로 연주를 하면 어떤 느낌일까, 같은 마음으로 연주하고 준비할 수 있을까…많은 궁금증이 들었어요. 그래서 성모병원에 연주를 하고 싶다고 자발적으로 신청을 했죠. 목적이라곤 없었어요. 피아노도, 어떤 시설도 필요 없었고 그저 연주할 장소만 있으면 됐어요. 그랬는데 감사하게도 병원 측에서 피아노와 50개가 넘는 의자를 마련해 주셨죠.”

위중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머물고 있는 암병동과 가까운 로비에서의 연주회는 환자와 보호자 등이 진중하게 음악을 감상하고 눈물을 흘리며 위안 받는 자리였다.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환자도, 보호자도 제 연주에 눈물을 흘리셨어요. 저도 울었죠. 이런 게 음악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주를 잘하고 못하고도, 무슨 곡인지도 상관이 없었어요. 제가 느끼는 걸 담아 연주하면 그분들이 제 느낌을 같이 느끼고 그들의 느낌을 저도 느끼고…‘이게 바로 내가 연주해야하는 이유구나’ 싶었죠.”

이어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연주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봉사이자 기부이고 행복”이라고 표현한 임지영은 “그런 기회를 늘려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이후의 계획은 누구도 알 수가 없어요. 음악가이자 연주가로서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패닉에 빠져있거나 손을 놓고 있기 보다는 어떤 방법으로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뿐 아니라 음악가들이 좀 더 진취적으로 행동해야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나태해지거나 도태되지 않도록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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