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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피아니스트로, 오르가니스트로 무대 오를 조재혁 “친밀한 친구 피아노, 신기한 친구 오르간”

입력 2020-06-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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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사진=허미선 기자)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오르간도 옆에서 늘 하고 있었어요. 피아노가 ‘친밀한 친구’라면 오르간은 ‘신기한 친구’죠. 피아노는 어디에나 있지만 오르간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악기는 아니거든요.”

지난해 11월 에비당스 클래식(Evidence Classics) 레이블로 프랑스에, 올해 1월 신나라레코드를 통해 한국에 오르간 데뷔 앨범 ‘바흐, 리스트, 비도르’(Bach, Liszt, Widor: Jae-Hyuck Cho at the Great Organ at la Madeleine)를 출시한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피아노와 오르간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16세에 처음 오르간을 배웠는데 피아노와는 건반 운지법도 달라요. 머리가 아픈 건 페달이었죠. 테크니컬적인 면이 너무 어려워서 인간으로서 가능한 것인가 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오르간에 앉으면 그에 맞게, 피아노 앞에 앉으면 또 그에 맞는 운지법을 쓰게 되죠.”


◇파리 마들렌 성당의 소리가 담긴 ‘바흐, 리스트, 비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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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사진=허미선 기자)

애초 2월로 예정됐던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라는 난적을 만나 4개월이나 미뤄진 6월 24일에야 치러졌다.

 

서울 강남구 소재의 복합문화공간 오드 포트(ODE Port)에서 기자들을 만난 조재혁은 앨범수록곡 중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 565’(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65)와 리스트의 ‘‘우리에게 치유의 물결을’에 의한 판타지와 푸가 코랄’(Fantasy and Fugue on the Choral ‘Ad nos, ad salutarem undam’, S.259)의 후반부를 연주했다.

그는 ‘토카타와 푸가’에 대해 “오르가니스트라면 누구나 연주하게 되다 보니 오히려 연주를 안하게 되는 곡”이라면서도 “하지만 오르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곡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꿈이 하나 있었는데 리스트의 엄청난 곡 ‘‘우리에게 치유의 물결을’에 의한 판타지와 푸카 코랄’을 연주하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 맨 마지막에 실렸는데 30분짜리 환상곡이죠. (연주자 생활을 마치고) 작곡에만 전념하던 리스트가 오르가니스트 친구를 위해 쓴 첫 작품이에요. (자코모 마이어베어의 5막짜리) 오페라 ‘예언자’ 중 전도하면서 부르는 노래(합창곡 ‘우리에게 치유의 물결을’)인데 멜로디가 기괴하고 선지자를 조롱하는 느낌이죠.”

앨범에는 이들 외에 비도르의 ‘바흐의 추억 중 제5곡 시칠리아노’(Bach‘s Memento: V.Sicilienne)와 ‘교향곡 5번 Op.42-1 중 5악장 토카타’(Widor, Organ Symphony No.5, Op.42 No.1: V.Toccata), 리스트의 ‘바흐 주제에 의한 환상곡과 푸가’(Fantasy and Fugue on the Theme BACH) 그리고 김택수의 신곡 ‘파도’(Texu Kim, Pahdo)가 수록됐다.

“프랑스 레이블에서 한국 사람의 곡을 넣으면 좋겠다고 해서 김택수씨에게 의뢰한 곡이 ‘파도’예요. 파도처럼 오르간 소리가 물밀 듯 오르고 해일까지 일다가 고요해지는 짜임새의 곡입니다. 프랑스적인 멜로디에 해금과 대금, 태평소 등 한국적 가락과 선율이 접목됐어요. 대금도 숨으로 불어서, 오르간도 통에서 소리를 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

조재혁의 오르간 데뷔 앨범 ‘바흐, 리스트, 비도르’는 2018년 프랑스 파리의 마들렌 성당에서 전곡을 연주해 담았다. 그는 “여기서 녹음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콧대 높은 유럽, 게다가 오르간 사회에서는 외부인을 받아주질 않기 때문”이라며 “프랑스 음반회사에서 허가를 받았다는 데 놀랐다”고 회상했다.

“파리 마들렌 성당이 소유한 카바에 콜 그랜드 오르간(1849년 제작)을 연주해 음반에 담았어요. 음향도 굉장히 인상적이고 성당 자체도 유명한 곳이에요. 마들렌 성당은 쇼팽의 장례식이 열렸던 곳이고 (그곳의 오르간은) 카미유 생상스, 올리비에 메시앙 등 유명 음악가들이 연주하기도 했죠.”


◇친밀한 친구 피아노, 신기한 친구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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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사진=허미선 기자)

 

“바흐 시절에는 인간이 만든 기계 중 가장 복잡하고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것이 오르간이었대요. 16명이 매달려 풀무질을 해야만 했던, 희한한 역사를 가진 악기죠. 오르간은 파워풀하다가 한없이 조용하기도 한, 복잡하고 다양한 악기예요. 같은 장소라도 어떤 사람이 어떤 소리를 썼나에 따라 천차만별의 음들을 내거든요. 표현 스펙트럼이 넓은 게 오르간의 매력이죠.”

이어 “오르간의 매력은 복잡성”이라며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소리를 얻을 수 있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할수록 재밌다”고 덧붙였다. 복잡한 것을 좋아하는 성향은 그를 오르가니스트의 길로 이끌기도 했다. 조재혁은 “지금도 그렇지만 어려서부터 복잡한 기계를 좋아했다. 집에 있는 TV, 세탁기, 탁상시계 등 해체 안해본 게 없다”고 털어놓았다.

“유학시절 뉴욕과 뉴저지의 여러 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 겸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면서 피아노나 오르간을 조율할 때 (전문가) 옆에 붙어서 이런 저런 걸 여쭤봤죠. 크리스마스 등에 큰 음악회를 하다가 (오르간의) 파이프 하나가 고장 나면 직접 올라가 고치기도 했어요.”

그리곤 “피아노는 모노크로믹한 악기인 반면 오르간은 장치를 움직여 어떤 소리 만들어내고 선택하느냐는 창조적 작업이다. 원작곡가의 작품 중 50% 이상을 재창조해야 한다”고 차이를 덧붙였다.

두 악기를 연주하게 되면서 맞은 음악적 변화에 대해서는 “음악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면서 피아노곡을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하면 어떨까 등 좀 더 입체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피아노로, 오르간으로 치유의 시간! ‘조재혁의 피아노&오르간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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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사진=허미선 기자)
“1부는 베토벤의 ‘안단테 파보리 WoO.57’(Beethoven, Andante for piano in F Major ’Andante favori‘ WoO.57), ‘피아노 소나타 4번 Op.7’(Beethoven, Piano Sonata No.4 in E-flat Major, Op.7)를 피아노로 연주해요. 2부에는 오르간으로 항상 흠모했던 바흐의 ‘파사칼리아와 푸가 BWV 582’(J.S.Bach, Passacaglia and Fugue in C minor, BWV 582)를 연주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고 비극적인 일들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곡을 통해 치유받기를 바라요. 바흐의 음악에는 그런 힘이 있거든요.”

7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피아노와 오르간 연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리사이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조재혁은 “김택수의 ‘파도’가 월드프리미어되고 리스트의 ‘바흐 주제에 의한 환상곡과 푸가’ 그리고 박종훈의 신곡을 연주한다”고 덧붙였다.

“편곡 잘하는 피아니스트 박종훈에게 곡을 의뢰했더니 샹송 ‘샹젤리제’를 바탕으로 콘서트 패러프레이즈(Pharaphrase, 잘 알려진 선율을 자유로이 편곡하는 일)했죠. 그 곡(샹송 ‘샹젤리제’에 의한 오르간 편곡, Chong Park, Concert Paraphrase for Organ Solo on ‘Le Champs-Elysees’)이 피날레를 장식할 거예요.”

리사이틀이 진행될 롯데콘서트홀의 오르간에 대해서는 “오스트리아의 리거 오르간으로 독일적 요소와 프랑스적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며 “100개 이상의 스톱(한 음의 배음 구조를 제어해 음색을 변화시키는 장치)들이 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강해서 모으면 시원한 소리가 나고 스케일도 크다”고 설명했다.

“헬무트 발하(Helmuth Walcha)의 독일식 오르간 연주를 들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전통을 깨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버질 폭스(Virgil Fox)를 통해 저만의 목소리를 내보자고 생각했어요. 창의력이 좋은 캐머론 카펜터(Cameron Carpenter), 마리 클레르 알랭(Marie, Clair Alain) 등에서도 영향을 받았죠.”

오르가니스트로서 영향을 받은 연주자들에 대해 털어놓은 조재혁은 피아니스트로서 올 상반기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곡 2, 3번’, 내년 상반기에 쇼팽 ‘4개의 발라드’ ‘피아노 소나타 3번’ 연주 앨범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에비당스와 오르간 다음 앨범도 이미 얘기 중”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로서, 오르가니스트로서 활동을 병행하게 됐어요. 유럽에서는 병행 활동이 저만의 특징이 돼 버렸죠. 피아니스트로서, 오르가니스트로서 음반도 출시될 거예요. 이번 음반을 계기로 피아니스트와 오르가니스트가 두 갈래 아닌, 합쳐지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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