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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마켓컬리 인사이트> 김난도

'새벽배송' 신화를 쓴 마켓컬리... '한국의 아마존'을 향하나

입력 2020-07-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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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드 코리아’ 시리즈로 유명한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와 대담 등을 통해 확인한 마켓컬리의 성공 비결을 담은 책이다. 김 교수는 마켓컬리가 대단히 트랜드한 회사라고 평가한다. 아이템 자체가 트랜드 하기 보다는 운영방식이나 고객가치 창출의 디테일에서 고객 트랜드를 잘 반영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마켓컬리가 ‘규모의 경제’에서 ‘속도의 경제’로 이행하는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는 회사라고 평가한다. 그는 또 마켓컬리가 ‘혁신기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회사의 혁신은 거창한 그 무언가가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해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매일의 디테일한 개선이 모아져 쌓여 큰 혁신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마켓컬리는 아직 적자다. 외형적 성장 만큼이나 물류 비용 투자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낙관적이다. 아마도 저자는 마켓컬리를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하는 듯 하다.

* 놀라운 마켓컬리의 경영성과 - 2015년 5월 12일에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그 해 5만 명 회원에 29억 원 매출을 올렸다. 4년 만인 2019년에는 389만 명 회원과 428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불과 3년 만에 150배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2020년 3월 현재 주문량은 6만 건이 넘는다. 대부분 누구도 생각 못했던 새벽배송의 성공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실행하기 까지의 디테일한 과정에 주목한다. 까다로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들이 펼쳤던 공급사와의 크고 작은 문제 해결 과정 등 그들만의 운영 프로세스와 자율적인 조직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 ‘마켓컬리’ 작명의 뒷얘기 - 고객친화적이면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쉽게 스며들 수 있는 친숙한 이름을 찾다가 우연히 ‘컬리’라는 이름이 튀어 나왔다. 요리를 의미하는 컬리너리(culinary)와도 잘 어울리고 중국어 발음으로 ‘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뜻도 있다고 해 이름 지어졌다.

* 고객가치를 위한 집념 - 고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켓컬리는 집착에 가까운 노력을 펼친다. 공급의 효율성보다 고객의 가치를, 비용 절감 보다는 품질을 선택했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좋은 신선식을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 하나에 매달렸다. 고객이 ‘기다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없을 까 하는 고민이 오늘의 마켓컬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새벽배송이었다. 빨리 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받기 편한 시간에 오는 것이 가장 필요한 서비스라는 고객 입장의 생각이 대박을 만들어 낸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하루 14차례나 주문 처리 데이터가 전달되고 밤 10시부터 11시까지 어마어마하게 주문량이 몰리지만….

* 단순 유통 플랫폼 대신 직접 판매 방식을 선택하다 - 일반 마트의 경우 상품이 산지에서 매대에 진열되기 까지 대략 48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많은 인터넷 쇼핑몰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 역할에 그쳤던 때 마켓컬리는 상품의 품질과 재고관리, 배송까지 책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모든 상품을 직접 구매해 품질을 책임지고, 자체 냉장과 냉동 상온 물류창고에서 보관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냉장 차량을 이용해 그 상태 그대로 신선하게 배송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완벽한 ‘풀 콜드 체인’ 시스템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에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스타트업인 마켓컬리가 일을 낸 것이다. 2015년 중반에 50억원의 투자를 받은 게 컸다.

* 매출 압박보다 품질 압박이 더 크다 - 마켓컬리는 매주 금요일에 MD의 검토를 통과한 상품들을 평가하는 상품위원회를 연다. 70여 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판매가 허락된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늦으면 오후 10시까지 이어진다. 올해는 상품 수가 늘어 목요일에도 위원회를 연다고 한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모든 상품의 산지를 방문해 생산자와 만난 후에 내부에서 토론을 하는 회사는 국내외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자신들이 상품에 확신이 없는데 소비자가 어떻게 믿고 구매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품질, 그리고 고객 반응 - 마켓컬리는 특정 성분이 들어간 상품은 팔지 않겠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 시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상품일지라도 해당 성분이 빠질 때까지 입점을 허락하지 않는다. 공급자와 넘치도록 의견을 나누어 자신들의 철학을 관철시키려 노력한다. 판매 기한을 넘긴 상품은 섭취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모두 폐기처분한다. 품질에 대한 이들의 신념은 오렌지 리콜 사례로 확인된다. 당시 홈 페이지에 12brix 이상의 당도를 약속했는데 고객의 소리(VOC)에 당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접수되어 확인해 보니 정말로 11.8이 나온 것이다. 입고분 전체에 대해 적립금으로 환불하는 리콜을 진행했다. 단기적으로 손해가 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원칙과 철학이다.

* “나는 고객의 소리(VOC) 처리자” - 김슬아 대표가 마켓컬리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VOC다. 스스로를 “저는 VOC를 읽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업무와 책임을 규정한다. 단지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과 지시하고 고민하는 것이 본인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켓컬리의 후기는 단순한 VOC 이상이다, 자신이 구매한 제품을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 정성껏 사진을 올려 공유한다. 이 회사에는 특히 다른 부서에 대해 애정어린 조언을 하는 조직 내부의 VOC가 살아있다. 저자는 이것이 마켓컬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한다.

* 공급사 입장을 우선 반영하다 - 마켓컬리는 서비스에 유통 플랫폼의 이윤보다는 공급사의 입장을 반영하려 애썼다. 좋은 상품을 통해 이윤의 제로섬 게임을 고객만족의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마켓컬리에 있어 공급사 관리란, 효율적인 공급망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상품을 들여놓기 위한 여정인 셈이다. 이들은 전국 산지에서 유명 공급사를 돌며 좋은 공급사를 찾아내고, 유명 공급사를 입점시키고, 공급사와 함께 상품을 개선하고, PB상품을 만들어 낸다. 소비자들이 마켓컬리를 찾는 이유 중에 하나는 “거기에만 있는 상품이 있어서”다. 일단 마켓컬리에 입점하면 품질은 인정받은 셈이다.

* 가격 경쟁력이 아닌, 상품경쟁력 - 마켓컬리는 고객가치의 핵심과 생산자와 상생할 유일한 방법은 ‘좋은 상품’이라는 철학으로 무장되어 있다. 일반적인 유통은 유통사 마진을 기준으로 공급가격이 정해지는데, 마켓컬리는 공급 가능한 금액을 생산자에게 먼저 묻는다. 상품을 100% 직매입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도 생산자가 재고 부담 없이 품질에만 집중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고객은 가치있는 상품을, 공급사는 합당한 납품가를, 플랫폼은 적정한 이윤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객 트랜드를 이해하는 디테일한 역량이 결국 오늘의 마켓컬리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 전지현 모델 효과 - 마켓컬리는 자신의 고객 페르소나와 일치하는 모델을 찾았다. 자신의 밭을 가꿀 정도로 먹는 것에 깐깐하고 30~40대의 일하는 여성으로 가족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어 하는 워킹맘이었다. 마침 전지현 씨도 마켓컬리를 애용하는 고객이어서 흔쾌히 모델에 응해 주었다. 2019년 1월 전지현 편 TV 광고가 전파를 탄 후, 홈 페이지 트래픽이 10배 상승하고 월 매출은 전년대비 300% 상승하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과부하에 물류팀이 엄청난 고생을 했다고 한다.

* 마켓컬리의 숨은 공헌자 ‘데이터농장팀’ - 고객이 어떤 경로로 들아와 주문을 하는지 부터 수요 예측과 판매 예측, 주문 처리와 배송 과정 관리 및 VOC 분석까지 전체적인 데이터의 흐름을 관리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데이터 역시 잘 심고 잘 가꾸어 이를 필요로 하는 팀에 좋은 열매로 보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빅데이터팀 등의 이름 대신 이렇게 부른다.

* 업계 최초의 ’무모한 도전‘ 새벽배송 - 저자는 새벽배송이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은 스타트업 마켓컬리였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물류센터의 처리 용량과 가용인력의 한계, 그리고 거기에 투입될 엄청난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특히 풀 콜드체인은 이전까지 대규모 유통업체에서도 완벽하게 구축한 것이 없을 정도로 힘든 작업이다. 지금도 이런 사정 때문에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에서만 시행중이다. 저자는 고객 접점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고민해 고객의 마지막 경험을 총체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 새로운 실험 ’올 페이퍼 챌린지‘ - 마켓컬리는 배송의 핵심을 파손 없이 신선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포장만을 연구하는 별도 패키징팀이 있다. 이들은 1년을 10개가 넘는 절기(저온일반기 고온일반기 하절기 극하절기 열대야 동절기 아이스에이지 등)로 나누어 각각의 포장법을 연구했다. 하루 동안에도 발생할 온도별 시간별 다양한 상황을 가장해 포장재를 실험하고 업그레이드 했다. 특히 2019년 9월에는 모든 포장재를 친환경 종이로 바꾸는 올 페이퍼 챌린지를 도입했다. 종이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5개월 이내에 자연분해된다는 이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포장팀은 더 난관에 빠졌다, 이들은 지금도 상품별로 최적의 온도를 찾는다는 원칙 아래, 5000여 가지의 세부 기준을 매뉴얼로 쌓아놓고 상품이 새로 들어올 때마다 그에 맞는 온도를 찾기 위해 테스트를 계속한다.

* 배송 전쟁터 물류센터 - 마켓컬리는 서울 장지동(냉장 상온센터)과 남양주 화도읍(냉동센터), 용인 죽전(상온센터)에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2020년에 김포물류센터를 오픈 할 예정이다. 물류 인력이 1000여 명이다. 장지동 물류센터의 경우 1500평에서 시작해 현재는 1만 평 이상의 규모로 확대된 상태다. 자동화의 경우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약점 때문에 아직은 인력에 많이 의존하는 형편이다. 김포물류센터에서는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자동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 재량권이 충분히 주어지는 조직문화 - ‘일단 빨리 시도하고 안되면 바꾼다’. 초창기부터 마켓컬리에서는 ‘퀵하게’라는 말이 보편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모든 결정은 선의로 내린다는 신뢰가 있기에, 누구든 빨리 책임지고 재량껏 결단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 대표가 낸 의견에도 ’고객에게 옳은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슴없이 반론을 제기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형식적인 절차인 ‘레드 테이프’가 많아지는 것을 이 기업은 참을 수 없어 한다.

* 열정을 부르는 마켓컬리의 4가지 조직문화 원칙- 첫째,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핵심에 집중한다. 레드 테이프가 많아지면 어느덧 업무의 본질은 뒷전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둘째, 수시로 팀을 만들고 언제든 협업한다. 수시로 TF를 결성해 부서간 시너지를 만들려 한다. 셋째, 직급은 없고 존중만 있다. 이곳에서는 이름 뒤에 ‘님’자만 붙인다. 지금은 조직이 커져 시니어 리더, 리더, 매니저, 스태프라는 직책 구분이 생겼지만 수평적 조직문화는 유지하고 있다. 임원급 리더들도 자기 방이 따로 없다. 넷째, 타운 홀에 모여 함께 시너지를 만든다.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전 직원이 모여 사내 주요 이슈를 공유한다. 커피챗 같은 직원 간 소모임도 장려한다.

* 마켓컬리의 4가지 인재상 - 첫째, 오너십이 있어야 한다. 일을 책임 있게 완수해낼 사람이 필요하다. 둘째, 퀄리티에 대한 집요함이다. 세번째는 변화에 대한 탄력적인 자세, 마지막으로 배려를 기반으로 한 협업이다.

* 네일 아트도 않는 창업자 김슬아 대표 - 김 대표는 맨 손톱을 보여주며 매니큐어를 건조시키는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을 참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 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켓컬리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인 세마트랜스일크인베스트먼트 박희덕 배표는 김슬아 대표에 대해 “차가운 냉철함과 뜨거운 실행력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두 가지 미덕을 함께 갖춘 드문 인재”라고 극찬했다. 저자는 이를 ‘컬리정신’이라고 불렀다. 진정성 있는 실행력과 쉼 없는 트랜드 대응, 점진적인 학습역량이 마켓컬리의 성장을 가져다 준 요인이라면서 김 대표의 열정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고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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