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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철강산업 ‘보릿고개’, 재도약 계기 못 만드나

입력 2020-07-22 14:00 | 신문게재 2020-07-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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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첫 쇳물을 생산한 포항제철소 1고로가 내년에 폐쇄된다. 1고로는 한국 철강산업의 상징이며 험난했던 보릿고개를 몰아내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지금까지 47년을 지나온 동안 국민총생산(GNP)은 1780달러에서 3만 달러로 도약했다. 경제국보 1호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퇴역’이 아쉽다.

국내 철강기업들은 지금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포스코는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다. 올 2분기 철광석 원료 가격 급등에도 철강 값 인상에 실패해 휘청거리는 것이다. 고수익은 화려했던 시절의 영광으로 남았다. 수익성 개선 노력 등으로 안간힘을 쓰지만 철강 수요는 두 자릿수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미·중 무역전쟁이 겹쳐 타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항공, 자동차, 정유·화학 등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주력 산업들이 공통적으로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철강은 특히 수요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감소하고도 언제 끝날지 기약조차 없다.

글로벌 경기 악화를 감안하면 선방한 편이지만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3분기 흑자 전환에도 이미 적신호가 들어와 있다. 올해 전 세계 철강수요도 전년보다 6.4% 감소해 2009년 -6.3%와 대등한 수준이다. 덩달아 도시가스를 연료로 하는 철강 산업체들의 조업 단축으로 국내 가스 소비량도 급감한 것도 그 여파다. 무역전쟁 후폭풍은 반도체를 넘어 철강 등 전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철강업계 경영전략이 신규 소비처나 투자 창출이 아닌 리스크 관리로 전환되는 지금이 중대 고비다. 삼성전자와 반도체가 버텨주는 것으로 한국 경제가 위안 삼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온당한 자세가 아니다. 대들보 산업이 흔들리지 않게 지키면서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다. 그나마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철강 등 7개 업종이 추가 지정된 것은 다행스럽다. 철강 상생협력펀드 등 업종별 상생기금도 실효성을 갖도록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그린 뉴딜 정책에서도 철강 등 기존 전통산업을 녹색화할 방법은 구체화하지 못했다. 이대로 놔두고는 디지털 경제시대의 강자로 거듭날 여건에 한참 못 미친다. 말로만 철강산업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라는 메시지만 보내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철강산업 보릿고개를 잘 넘기도록 정부가 좀 더 뚜렷한 대책을 보여줘야 한다. 철강을 한낱 사양산업 취급하는 것은 무모한 산업정책이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끈 철강산업의 역할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제조업 위기 극복과도 관련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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