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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70주년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 ‘화전가’로 다소 늦은 칠순잔치 “이런 시국이라도…”

[즐금]

입력 2020-08-07 17:00 | 신문게재 2020-08-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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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어깨가 무겁다기 보다는 안개 속 같아서 어디로 가야할지 길 찾기를 중인 것 같아요. 배로 치면 갑자기 폭풍이나 해무에 휘말린 느낌이랄까요. 길을 찾기 위해 하늘도 보고 별도 쳐다 보고….”

창립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관통 중인 현재를 “길찾기 중”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대로 “2년 동안 70주년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코로나19로 “현장에서 힘든 연극인들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진행하고 있다.”

생일의 문을 활짝 열 배삼식 작가의 신작 ‘화전가’는 2월 28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6개월여나 미뤄져 8월 6일에야 관객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같은 시기 명동예술극장에서 치러져야 했던 ‘배우’를 주제로 한 70주년 기념 전시 ‘연극의 얼굴’도 상반기에 유일하게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 재개시점(7월 19일)에야 겨우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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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명동예술극장 로비에서 진행 중인 전시 ‘연극의 얼굴’(사진제공=국립극단)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RSC)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러시아 박탄고프극장의 ‘햄릿’ 초청공연은 취소되고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배요섭 연출 신작을, 국립극단에서 셀마 알루이의 ’채식주의자‘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던 연출가 교류 프로젝트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뉴질랜드와 진행 중이던 작품교류도 일시정지된 상태다. 베를린연극제에서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재독 한국인2세 박본 작가의 2021년 신작을 위한 워크샵은 이동의 어려움, 자가격리 등의 문제로 축소해 진행한다.

그 빈자리들은 ‘코로나 이후의 공연예술’ 강연 및 토론회, ‘페스트’ ‘비행소년’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등의 레퍼토리 온라인 상영, 연극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작품 지원공모 등으로 채워졌다.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극장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면서 ‘영지’ ‘희곡우체통’ 등은 온라인으로 전환해 생중계됐고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③ 하지맞이 놀굿풀굿’은 영상 촬영 및 후작업을 마치고 하반기 내 유료 온라인 공연으로 관객을 만날 채비 중이다.


◇공연은 결국 ‘소통’…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통형식과 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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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일어나고 있는 증상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고 그에 따른 대처를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 분분한 상태죠. 근 10년 동안 2, 3년 주기로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고 생각해요.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3년에 하나씩 전염병이 등장하고 정보통신, 교통 등의 발달로 세계가 하나 되는 시대니 그에 맞는 경제단위, 문화교류도 이뤄져야 겠죠. 부지불식간에 맞은 사태, 새로운 환경에 맞춘 극 형태, 표준, 위기대응 매뉴얼,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구축해야합니다.”

이렇게 전한 이성열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이 글로벌 극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제교류가 필수”라며 “코로나19로 다 막혀버렸으니 국립극단 뿐 아니라 어느 분야든 국제교류는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제교류도 비대면으로, 연습, 회의, 세미나 등도 줌(Zoom)이나 웨벡스/웹엑스(Webex)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럴 수 있는 효율적인 기술들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공연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공연예술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근본적인 도전이나 질문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에 응답하는 답 찾아가는 시간될 겁니다. 모든 공연은 만남이 기본이죠. 그 ‘만남’의 개념을 확장하면 커뮤니케이션, 소통이에요.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소통하는 장(場)이 공연장이죠. 앞으로는 만나질 못하면 어떻게 소통할지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으려 몸부림치는 날들이 될 거예요.”

그리곤 “동일한 공간과 시간 속에 행위하는 자와 보는 자 혹은 참여하는 자가 있으면 공연”이라며 “공연의 3대 요소 중 공간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기존의 극장 같은 3차원 공간 뿐 아니라 온라인이나 사이버 상에서 VR, AR 등이 동원되는 등 다원화 과정 중에 있다”고 말을 보탰다.

“새로운 소통 방법을 찾기 위한 여러 갈래의 시도들, 새로운 장을 모색하려는 노력 등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공연이 꼭 만나야만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의심부터 시작해 그럼에도 만나야한다는 신념 하에 더 끈끈하게 만나기 위한 새로운 형식, 대안적인 공연 방식이 많이 시도되고 개발되겠죠. 대면과 비대면의 경계, 예술의 접경에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면공연의 대체재에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장르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야말로 격동의 시간이죠.”


◇공연장 재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좋은 연극’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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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공연장이 재개돼서 바빠졌어요.”

이성열 예술감독의 전언처럼 70주년을 여는 ‘화전가’를 비롯해 옛 극을 옴니버스로 엮은 ‘동양극장’(9월 4~26일 백성희장민호극장), 미국 작가 린 노티지의 두 번째 퓰리처상 수상작 ‘스웨트’(가제, 9월 2~27일 명동예술극장) 준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 와중에 잦아질 위기 매뉴얼 구축, 그에 따른 연구개발 그리고 ‘좋은 연극’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송출을 해보니 반응은 지방, 해외 등에서 뜨겁게 와요. 지역, 해외에 있는 사람들까지 향유할 수 있다는 데서 온라인 공연은 상당히 민주적이에요. 저렴 문화 향유, 기회의 균등, 접근성 용이 등의 만족도가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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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0주년 기념작 ‘화전가’(사진제공=국립극단)
그러면서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양극화 우려도 없지 않다. 거리두기 좌석제, 영상화 등으로 대면 공연의 표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거나 가격이 비싸질 가능성이 크다”며 공연 영상 퀄리티를 담보할 전문인력, 제작비 수급과 수익창출의 문제도 난제다.

“작년 통계자료를 보면 영국 국립극장(Royal National Theatre )의 공연 영상 콘텐츠인 NT라이브의 편당 순제작비는 4억원(기자재, 인건비 등 제외)으로 1년에 10편 정도를 촬영해 전세계로 유통하고 있죠. NT는 영상에 저희 공연 제작비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거예요. 국립극단이 명동예술극장에 올리는 작품의 편당 제작비가 채 4억원이 안되거든요. 영상제작비는 회당 500만원, 700만원 정도니 비교가 안되죠. 수익의 문제도 있어요. 전세계 배급을 하고 있는데도 NT라이브는 적자거든요.”

이 감독의 말처럼 지난해 통계자료에 따르면 영국 국립극장이 연간 제작한 24편의 공연 티켓수입은 2500만 파운드(약 386억원)에 달하지만 NT라이브(2017/2018) 연간수입은 640만 파운드(약 90억원) 가량으로 10억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공연영상 유료화에 앞서 배우, 스태프, 창작진 등의 저작권 및 초상권, 가격정책, 결제 및 예약, 유통 시스템 등 해결해야할 문제도 존재한다.

“새로 개발해야할 것들이죠. 국립극단 역시 만날 회의하면서 연구 중이에요. 상반기 전체회의에서 합의한 상태로 현재 유료 온라인 공연은 대면공연을 하지 못하는 작품에만 적용되고 있어서 저작권이나 계약 문제는 없어요.”

이어 “하지만 이후 대면공연을 하면서 온라인 유료공연이 되는 작품들은 지난한 과정들을 거쳐야할 것”이라며 “지금은 관련 계약들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하고 중구난방으로 준비 중이니 계속 시끄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스 때 재해복구 차원의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됐다면 이제는 정례화되고 잦아지는 위기 사태를 위한 상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통의 매뉴얼을 만들어야할 때입니다. 이를 위한 공동기구를 출범시키고 공통 매뉴얼을 만들어 일원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개인이나 독립된 단체, 기업 등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범국가적 R&D기구를 출범시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는 극형식, 창작방식 등은 물론 상시 대응 시스템을 연구하고 개발해야하죠.”


◇늦었지만 ‘화전가’로 칠순잔치 “이런 시국에 생일잔치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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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좋은 연극의 정의는 시대마다, 사람마다 바뀌어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좋은 연극’이란 안전하게, 안심하고 볼 수 있는 공연이죠. 단기적으로는 대면 연극과 온라인 유료화, 투트랙 전략으로 갑니다. 코로나19라는 큰 파고에 맞는 새로운 구상을 실행하고 펼쳐 가면 좋겠어요. 미래를 위한 비전 제시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해졌죠.”

이성열 감독은 “국립극단의 목표는 단순하고 명확하다”며 “좋은 연극으로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그 목표를 위한 여정의 맨 앞자리에 선 이 감독의 ‘좋은 연극’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 중이다.

늦었지만 70주년을 문을 여는 배삼식 작가, 이성열 연출의 ‘화전가’는 한국전쟁 발발을 앞둔 불안한 시기를 살아가는 아홉 여자들의 이야기다. 남자들은 죽거나 행방불명되고 사상범으로 몰려 월북했는가 하면 감옥에 수감 중이다.

“이 시국에 무슨 생일”이라고 혀를 차는 엄마의 육순을 맞아 모인 여자들은 명절처럼 예쁜 옷을 입고 밤새 얘기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는가 하면 꽃으로 전을 부쳐먹는 화전놀이를 즐기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연대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배려하고 연대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세계, 그런 상황에서 70세 생일을 맞은 국립극단을 닮았다.

“힘든 시기를 서로 북돋우면서 어려운 얘기를 나눠가면서 견딘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상황과 비슷하죠. ‘화전가’ 이야기처럼 일상생활의 사소할 수도 있는 작은 기쁨이나 소통이 힘든 세월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5개월만에 연습을 재개할 때는 감회가 새로웠어요. 더 애틋하고 귀하게 느껴지고 그렇죠. ‘화전가’를 시작으로 모든 공연이 정상화돼서 원활하게 잘 진행돼 관객을 만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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