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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주년] 이영면 한국경영학회장 특별기고 "고용안정 해법, 노사 당장 머리 맞대라"

입력 2020-09-15 06:00 | 신문게재 2020-09-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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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면 교수
이영면 한국경영학회 회장.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노사는 머리띠를 두를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앞길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은 우리 경제를 다시 어둡게 만들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은 -3.2%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내년도 예산에서도 일자리 예산이 20% 급증해 30조원이 넘는다. 슈퍼 예산으로 불리는 내년 예산 증가율이 8.5%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 고용 상황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과거 노동조합 활동은 임금 인상이 최고의 목표였지만, 이제는 임금보다는 고용 안정이 더 중요한 이슈가 됐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는 현 상황에서 매출 감소나 수출 부진 등 기업의 경제 활동 위축은 거의 모든 업종에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고용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통해 고용 안정을 주장할 수 있는 근로자는 사실 많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경우 300인 이상 근로자가 일하는 대기업의 경우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50%를 넘지만, 30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은 조직률이 0.1%에 불과하다. 또한 중소 영세기업들은 불황이 닥치면 바로 넘어지기 쉽다. 정부가 엄청난 금액을 지원한다고 해도 200만개에 달하는 30인 미만 사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의 핵심은 ‘연대(solidarity)’다. 혼자는 어렵지만 뭉치면 힘이 되기에 노동 3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생존권적 권리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기업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대립과 투쟁의 노동운동 노선이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마중물 효과가 낙수 효과가 커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전향적으로 좀 더 적극적인 ‘연대’를 형성할 수는 없을까.

 

대기업 노조의 단체 교섭 이슈에 협력 업체나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를 포함할 수는 없는가. 협력 업체의 임금 삭감이나 인력 구조조정을 협의할 수는 없을까. 최근 여러 대기업의 단체 교섭이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안정을 골자로 타결되고 있지만, 여전히 임금 인상과 추가적인 복리후생 쟁취를 투쟁 승리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노동조합의 소식도 들린다. 파트너인 협력 업체의 어려움을 보듬어 안는 단체 교섭을 할 수는 없을까. 지역사회의 자영업자나 소상공인과 함께하기 위한 토론을 할 수는 없을까.

 

최근 급증하는 재택근무는 향후 단순한 물리적 장소의 변경이 아니라 국경 없는 글로벌 인재 활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 집에서 월 100만원을 받고 삼성전자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이나 용인 평택은 되고, 하노이나 호찌민은 안되는가. 

 

이러한 변화에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전기차나 로봇, 빅데이터에 멈추지 않고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당장의 임금 인상이나 복리후생을 쫓아가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영면 한국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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