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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020] 이용관 이사장 "다시 돌아간다면? 영화제 안 만들 것"

"정권 바뀌어도 지원 변한것 없다.매년 예산 삭감 버티고 있는 중"
"국가적 지원 절실,아시아는 물론 국내 후발 영화제 무섭게 치고 오는 상황"
"전세계 영화인들의 지지,시민의식 높은 국민들 지원 덕분에 버텨"

입력 2020-10-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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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매년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유목민 생활을 했던 이이사장은 올해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는 호사(?)를 누렸다고 웃어보였다.(사진제공=BIFF)

 

 

시작은 조촐한 ‘학술 영화제’였다. 정치적으로 지역발전을 말로만 외쳐온 정치인들에 질려 학자들이 나서 ‘부산에서 영화제를 만들어 보자’는게 취지였다. 당시 대학에서 영화를 가르치던 30대 후반의 젊은 교수였던 이용관 이사장은 흔쾌히 이에 동참했다. 

 

시네필들이 아이디어를 모았고 제자들이 하나 둘 감독이자 프로그래머로 자라 힘을 보탰다. 이후 남포동의 시장길에서 줄리엣 비노쉬가 신문지를 깔고 뒷풀이를 즐기는가 하면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들이 공식 일정 전 도착해 부산을 즐겼다. 올해로 25년째.

 


부산국제영화제의 수장인 이용관 이사장(64)은 “단언할 수 있다. 그때로 돌아가면 절대 영화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BIFF 창립 멤버로 수차례 위기를 겪은 산 증인이다. 태풍이 덮치고 정치적 탄압에도 꼿꼿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추석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된다면 영화제 취소까지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BIFF가 놀랄 정도로 세계영화인들과 관객들의 믿음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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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전당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BIFF이용관 이사장.(사진제공=BIFF)

 

“한국 영화 초청작의 경우 100% GV를 진행하고, 해외 초청작까지 포함하면 전체 GV 비율은 70% 이상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해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를 연출한 감독 중 한 명인 홍금보와 ‘화양연화’ 복원판으로 초청받은 왕가위감독도 자가격리를 하기 위해 미리 입국하겠다고 할 정도로 의지가 대단했어요.”

23일 오후 집무실에서 만난 이이사장의 표정은 유난히 평온했다. 기후 위기에 영화인들이 앞서 나무를 심는‘영화의 숲’행사를 앞둔 만큼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앞으로 매년 개막식에 맞춰 행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올해의 초청 영화인으로 선정된 윤제균 감독과 최희서, 유준상 배우가 각 1주씩을 식수를 했어요. 기념 식수가 이어져 영화의 숲이 만들어진다면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에게 또다른 힐링 공간이 되겠죠.”



매년 영화제의 성공기원과 결과물이 뉴스로 쏟아지지만 정작 그 이면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정권이 바뀌면 풀릴 줄 알았던 지원이 전무한 상태인데 어떻게 버티냐고. 현재 BIFF는 60억원의 지원비로 운영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공한만큼 단계적인 지원확보가 절실하지만 12년간 단 한푼도 예산이 오른적은 없다. 영화제의 유명세와 문화강국으로 거듭난 입지는 정치인들의 과시와 국가적 이슈로만 쓰였을 뿐이다.

“동결은 고사하고 매번 삭감한다고만 하니까 힘들죠.길들이기를 너무 많이 한달까요. BIFF를 겨냥한 후발주자들은 국가적인 지원이 엄청나요. 물가와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데 계속 이런 식이면 바로 도쿄영화제 꼴이 나버릴 겁니다.” 

 

 

한때 아시아 마켓을 주름잡던 홍콩영화제와 도쿄국제영화제는 BIFF의 비상으로 빛을 잃은 상태다. 국가적 투자와 문화적 발굴을 게을리한 결과물이었다. 이 이사장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지원이 절실하다. 솔직히 완벽한 정부는 없지않으냐”면서 “영화제를 하는 입장에서 이 정권은 50% 지지층을 가진 민주화 세력이라고 보기에 실망스럽기만 하다. 과거와 다를것 없이 인지도와 결과물을 생색내려고만 하고 예산은 깎으려고만 한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힘을 내는 이유는 영화제를 가진 도시에 대한 자부심과 높은 시민 의식을 갖춘 국민들을 믿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지역 경제인과 일반 시민들의 지지가 아니었으면 이 정도도 못 왔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시장님이 오신다 하니 마지막으로 믿어보려고 한다”고 미소지었다.

올해 BIFF는 매년 뽑았던 800여명의 자원봉사자 없이 영화제를 치룬다. 현장 인력들이 사라진만큼 계약직과 정규직 구분없이 모든 직원들이 빈 곳을 채우려 뛰어다니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솔직한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 블루를 핑계로 도리어 내실을 기하게 된 상황이죠. 그간 유지해 온 화려한 라인업과 각종 행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인권과 복지는 점차 사라져갔으니까요. 이 정부마저 예산삭감이란 카드만 내민 채 영화제를 어떻게 차별화 해서 안착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안 한다는 걸 알고 과감히 결정했습니다. 올해는 아예 200편 미만으로 가자고.”

방역의 문제도 있었지만 상영 편수를 줄이고 극장당 1회 상영을 원칙으로 고수한 건 결국 ‘열정페이’로 귀결되는 문제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는 “내가 이사장을 하면서 할 수 있는건 예산을 해결해주고 문제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작년 교육자로서 정년퇴임을 맞았다. 앞서 밝힌대로 BIFF에 대해서는 “이렇게 클 줄 모르는 영화제”라고 했지만 “그 마저도 운명 아니겠냐”고 눙쳤다. 언제부터인가 교수가 부업인 것 같은 삶을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 가슴의 멍을 위로하며 영화제에서 내려 올 준비에 충실 하겠다는 속내를 밝혔다.

“25년만에 처음으로 어제 아내와 남포동에 가서 강동원와 송혜교 주연의 ‘까멜리아’를 봤어요. 10년 전 BIFF지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죠.그 상영회의 GV를 하고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참 행복하더군요. 지금은 제가 물러날 자격을 갖추는게 가장 큰 목표예요. 과거로 돌아가면 안 하겠지만 남은 아쉬움 없이 끝까지 달려보겠습니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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