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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함양아 vs 서동진의 ‘흔들리는 사람들에게’…지금이 아닌 찰나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입력 2020-10-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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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사람들에게
27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2020 타이틀 매치: 함양아 vs 서동진-흔들리는 사람들에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사진=허미선 기자)

 

“저희 전시에서 염두에 둔 것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제가 사라졌다는 사실이에요. 시간적 시제를 생성하는 건 ‘이렇게 나아갈 것’이라는 시간에 대한 감각인데, 그런 감각이 사라졌죠.”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2020 타이틀 매치: 함양아 vs 서동진-흔들리는 사람들에게’(2021년 2월 14일까지)의 서동진 평론가는 전시의 공통주제였던 ‘시간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어쩌다 여기에 이르게 됐을까, 어느 세계에 이르게 될까…이런 생각을 할 수 없게 돼버린 찰나, 순간만 있을 뿐이죠. 그것이 수십여년 동안 이르게 된 세계가 가지고 있는 시간에 대한 1차적 감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시간을 돌파하려는 게 이번 작업의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전한 서동진 작가는 “현재라고 할만한 것도 없다”며 “현재는 과거와 미래 속에서 존재하는데 리얼타임밖에 없는 세계”라고 덧붙였다.

“함양아 작가는 더더욱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전체에 대한 그림 그리기가 너무 어려워졌어요. 지금, 여기,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를 생각할 때 만들어지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감각성 자체를 겨냥하려고 했어요. 과거로 돌아가 그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런 이야기를 해보려는 게 작업의 의도였던 것 같아요.”

‘타이틀 매치’는 2014년부터 두명의 작가를 초대해 전시형식을 실험하고 작가 간 경쟁과 대화, 협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연례전이다.

올해는 함양아 작가와 그가 초대한 평론가 서동진이 ‘시간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오늘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10여 차례에 걸쳐 나눈 대화에서 끌어낸 다양한 화두들로 ‘흔들리는 사람들에게’라는 전시를 꾸렸다.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2020 타이틀 매치: 함양아 vs 서동진-흔들리는 사람들에게’(사진=허미선 기자)
함양아 작가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기 위해 시간을 다시 들여다봤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시간도,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저는 시간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어떻게 미래라는 걸 만들어 가야하는 것일까를 고민하고 작품에 담아냈죠.”


◇타이틀 매치 최초의 작가와 평론가의 만남

“협업, 경쟁, 재난 등 다양한 화두들에 대한 두분의 심도 깊은 대화는 전시장으로 이어져 관람객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두분의 대화가 중요한 이유는 지난 6년 간 타이틀매치가 추구해온 상생적 소통과 발전적 대화로 회귀했기 때문이죠.”

27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기자간담회에서 유민경 학예연구사는 전시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이어 “함양아 작가는 오늘이라는 세계의 구조를 드러내는 작업을, 서동진 작가는 주관적인 기억으로 축소할 수 없는 역사적 시간을 발굴하고 소생시키는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두 작가가 ‘오늘’을 해석하는 데 선택한 개념은 ‘파노라마’와 ‘서사’다. 유민경 학예연구사는 “함양아 작가는 사회 시스템 문제를 연구·분석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3.0’(2020)과 오늘날의 불안한 상황에서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균형 잡아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넌센스 팩토리’(2013)를 전시했다”며 “서동진 작가는 비평적 응답으로 콜라주 형식의 12채널 비디오 설치작 ‘기억-인터내셔널’(2020)로 대구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두 작가는 두겹의 파나로마로 형식의 연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사람들에게’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동명시에서 가져온 제목입니다. 사회 구조적 폭력과 전지구적 재난상황이 공존하는 오늘, 문제 해결의 주체는 바로 당신, 우리라는 걸 말하기 위함이죠. ‘흔들리는 사람들에게’는 이성적 비판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미래가 가능하다고 말을 건네는 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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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타이틀 매치: 함양아 vs 서동진-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중 함양아 작가의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3.0’(사진=허미선 기자)

 

함양아 작가는 “제가 주요하게 생각한 것은 존중”이라며 “경제적 차원으로만 삶을 판단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였다. 인간은 사실 굉장히 복잡한 존재여서 경제차원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사회는 경제적인 것이 개인과 사회를 판단하는 잣대”라고 밝혔다.

“벽에 설치된 ‘사람들이 부와 지위를 얻고 싶어하는 주요 동기 중 하나가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고 싶어서다’라는 인용문이 있어요.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건 큰일이죠. 시스템 변화, 시스템을 잘 운용할 사람도 좋아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개인적인 차원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존중’이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했어요.”

함양아 작가의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3.0’은 2014년 발생한 비극적 사건을 통해 개인과 사회, 공동체에 고통을 가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한 연작 ‘정의 되지 않은 파노라마’의 세 번째 버전이다.

‘넌센스 팩토리’는 그가 쓴 단편 속 여섯 개의 방(중앙 이미지 박스 통제실, 복지정책을 만드는 방, 쿠폰을 만드는 방, 예술가들의 방, 팩토리 지하, 새로운 팩토리 도면을 그리는 방) 중 ‘중앙 이미지 박스 통제실’과 지하광장을 시각화한 ‘팩토리의 지하’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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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타이틀 매치: 함양아 vs 서동진-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중 서동진 작가의 신작 ‘기억-인터내셔널’(사진=허미선 기자)

 

서동진 작가의 신작 ‘기억-인터내셔널’은 14개 영화의 장면과 자막, 텍스트, 직접 쓴 글이나 인용구 등을 콜라주한 12채널 비디오 설치작품이다. 과거와 유토피아가 교차하는 깃발을 상징화한 작품으로 그는 “축소된 과거가 아닌 모두 모여 분투하고 투쟁했던 역사를 재방문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전시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건 거의 희박해진 역사적 시간과의 재회”라고 설명했다.

“오늘의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를 세는 매일 매일을 살고 있습니다. 시간성이 없는 시간 안에서 매일만 있는, 영원히 현재만 있는 시간 속에서 다른 종류의 시간성이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미래라는 시간이 위태로워지면 과거라는 시간도 위태로워집니다. 칙칙한 나날들 살아가고 있고 미래를 잃어가고 있지만 이보다 더 가혹하고 견디기 힘든 일은 과거도 사라졌다는 거예요. 그래서 과거를 되살리는 일을 하게 됐죠.”


◇미래에 대한 갈망, 유토피아적 충동 회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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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타이틀 매치: 함양아 vs 서동진-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중 함양아 작가의 ‘넌센스 팩토리’(사진=허미선 기자)

 

“현대 물리학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요. 이야기가 언제 일어나는지를 정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시간’ 개념이거든요. 존재하지 않지만 서사로 인해 존재하게 된 것이 시간이죠,”

이어 함양아 작가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서사 안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서사 안에 담고 있는 시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사에서 중요한 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죠.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의미 역시 주어진 게 아닌, 만들어내는 거예요.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우주가 다른 의미를 가지거든요. 의미를 만들어내고 확장시켜나가는 게 저의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전하는 함양아 작가에 서동진 작가는 “지난 몇 년 동안 처해진 상황,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엄습해 만든 감각이 압도하는 상황에서 다른 종류를 감각할 수 있다고 촉구하고 환기시키는 작업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과연 사람들이 가진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 늘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작업 역시 그래요. (관람객들에게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전시가) 자기 앞 망막을 스쳐가는 이미지 몇장을 보고 간 일처럼 돼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데 대한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어요. 그럼에도 현재가 가진 두텁고 요지부동의 시간성과 감각들을 뚫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미래에 대한 갈망이 다시 생겨나고 매입되다시피 한 유토피아적 충동도 회복시킬 것이라고 믿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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