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물질도 예상보다는 늦어진 것이다. 그 백신이 승인받고 상용화해 우리 손에 도달하기 전에 국내에서 백신 개발을 완성하는 쪽이 빠르다는 가정도 해봐야 한다. 더 경계할 건 백신 민족주의다. 영국의 한 정책연구단체의 ‘백신 민족주의가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1조2000억달러가 줄어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국이 1100억 달러, 한국이 361조 달러(41조원) 손해라는 예상은 보다 구체적이다. 미국이든 어디든 일부 국가만 백신을 가졌을 때 이렇게 추정된다는 이야기다. 자국에서 백신을 만들라는 사실상의 암시가 아닐까싶다.
제약회사 화이자는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후보물질 10종 발표 때 포함돼 있었다. 냉철히 평가하면 거기에 비해 우리는 초보단계다. 현재까지 165개 이상의 백신을 개발 중이다. 마무리 단계인 3상 임상시험에 돌입한 것만 10여개에 이른다. 내년 하반기에나 국내에서 개발돼 집단면역 60~70%를 이루려면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최소한 신규 확산 억제가 지속돼야 한다. 우리가 다른 선진국보다 경제에서 그래도 선방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코로나19 방역 덕이다. 좋은 경제정책이 끌고 온 건 아니다. 현재로서는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 외에는 코로나19를 종식할 방법이 없다.
이달 중 화이자 백신에 긴급 사용 승인을 해도 막대한 물량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에서 유효한 백신이 나와 최종 시판이 가능하더라도 그때까지가 더 문제다. 우리가 개발하기까지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생산 계약이 맺어진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신기술 개발을 막는 규제는 다 걷어내고 코로나19 백신에 투자해야 한다. 확실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보건 충격과 경제적 충격을 모두 잡는다. 백신 보급을 위한 국제적 리더십에서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백지화할 강력한 무기가 백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