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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소변 보고 또 보는 우리 아이… 몸과 맘이 지친 '과민성 방광'

입력 2020-11-17 07:20 | 신문게재 2020-11-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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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대표원장

7살 아이가 두 달 전부터 소변을 너무 자주 보는 증상으로 내원했다. 집에 있을 때나 잘 때는 괜찮은데, 숙제할 때나 외출 전이거나 차를 탈 때, 특히 유치원에 가기 전에는 심하면 10분에 한 번씩 소변을 보러 간다고 했다. 막상 소변을 보면 많이 나오지 않는데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 더 나올 것 같아 불안해서 금방 다시 화장실에 간다는 것이다. 


체력이나 체격은 좋은 반면에 내성적이고 긴장을 잘하는 성격의 아이인데, 이런 아이들은 단체생활 적응이 어려우면 흡사 정글에 혼자 내던져진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숙제가 많을 때도 짜증을 내기보다 참고 끙끙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어느 순간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이 되면 온 신경이 예민해져 조금만 소변이 마려워도 방광이 예민하게 반응해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한번은 마른 체형의 11살 아이가 체력과 면역력을 높이고 싶다며 내원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니 예전에 차 안에서 소변을 참느라 고생한 뒤로 소변을 자주 본다고 한다. 한동안 증상이 없다가 최근에 소변을 너무 자주 보는데, 이제 제법 큰 아이라 자주 화장실에 가는 걸 스스로 인식하면서 불안해했다.

과민성 방광이란 본인의 의지나 활동에 관계없이 방광 근육의 과도하거나 급격한 활동으로 인해 소변을 자주 보거나 강하고 갑작스럽게 요의가 나타나 급하게 소변을 보는 증상을 말한다. 하루에 소변을 보는 횟수는 2-3세는 10번, 3-4세는 9번이다가 점점 줄어들면서 12세 이상 성인은 4-6회 정도인데, 한 시간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다녀오는 아이들은 과민성 방광일 가능성이 높다.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데,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경우가 많다. 앞의 아이는 체내 수분대사를 정상화시켜주는 한약을 처방했고, 뒤의 아이는 전반적인 체력을 높여주는 한약을 처방했는데, 두 아이 모두 ‘창출(蒼朮)’이라는 약재를 포함한 약으로 치료 효과가 좋았다.

성인은 요실금이나 전립선비대 등으로 소변을 자주 보는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지만, 소아의 경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앞선 예에서 보듯, 아이는 나름대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부모가 본척만척하거나 심지어 소변을 참으라고 다그치면 아이의 증상은 더 악화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이가 소변을 너무 자주 보러 간다면 그 증상 자체만 보지 말고 아이가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는지, 혹은 최근에 너무 무리한 활동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건 아닌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모든 질환이 그러하듯 과민성 방광도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빨리 낫는다. 아이가 소변을 자주 본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증상을 체크하여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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