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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피카소 미술관이 부럽다면?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의 도입

입력 2020-11-15 14:54 | 신문게재 2020-1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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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일제시대 문화재 수호의 대명사인 간송미술관이 경영난과 거액의 상속세에 못 이겨 삼국시대 보물들을 경매에 내놓았다. 희대의 이 사건은 큰 충격과 함께 국내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 논의의 물꼬를 텄다. 이어 이건희 회장의 상속재산에 포함된 미술품들이 회자되고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미술품의 물납 필요성을 강변한 이래 미술품 물납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금을 금전이 아닌 현물로 대신 낼 수 있는 ‘물납제도’는 상속·증여세가 2000만원 이상이며 상속·증여 재산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 또는 유가증권인 경우에만 허용되고 있다. 현행 미술품 상속 제도로는 미술품을 매각해 현금화해야 비로소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오래 전부터 미술품 물납제를 시행하고 있다. 1968년 세계 최초로 미술품 물납제를 도입한 프랑스는 상속세뿐 아니라 증여세, 재산세에 대해서도 미술품 물납을 인정하고 있다. 1973년 피카소 사망시에도 상속세 물납으로 피카소 미술관이라는 명소를 설립할 수 있었다. 영국은 대물변제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일본은 등록미술품 제도를 활용해 미술품 물납을 허용하고 있다.

미술품 물납제는 재정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된다. 상속인이 국가에 미술품을 물납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이 향유하는 사회적·문화적 공공 가치가 미술품 매각으로 얻게 되는 경제적 가치보다 더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간송미술관 사례처럼 국가가 나서 경매에 나온 문화재를 일일이 구입하는 작업에는 재정적, 행정적 한계가 있으므로 이러한 어려움을 피하고 헌법상 문화국가 이념을 간결하게 실현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미술품 물납제는 결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물납 허용 대상을 규정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3조를 행정부가 개정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물납제도의 대상이 되는 미술품의 정의부터 물납 대상, 가치 평가, 충당 순서, 위원회 설치·운영, 사후관리 등까지 전향적, 전면적 검토가 뒤따라야 하므로 무척 어렵고도 방대한 분량의 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술품 물납제는 미술품에 대한 공정한 가치평가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행 물납제 대상인 주식, 부동산에 비해 미술품에 대한 평가는 객관성,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 미술품 가치평가는 그 시스템이나 인프라가 아직 애매하게 꼬여 있다. 현행법상 감정평가사와 미술계 전문가 사이에 감정 평가 영역에 대한 교통정리부터 우선돼야 한다.

미술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도 미술품 물납 제도 시행에 큰 걸림돌이다. 그 동안 일부 대기업이나 자산가들이 미술품을 악용한 각종 탈세, 비자금 조성 등 범법행위를 일삼아 왔기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은 물론 각 부처간의 이견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현금 납부자나 다른 물납대상과의 조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물납에 따른 현금 납부액 감소는 재정적 손실을 가져오므로 미술품 물납제는 쉽사리 처리되기 어렵다.

선진 입법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단순히 납세 편의 차원을 떠나 문화재 보존, 문화향유권을 향한 정책적 용단이 필요하다. 이 땅에도 피카소 미술관 같은 자긍심이 세워져야 하니까.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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