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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정 최고금리 인하, 부동산 정책처럼 되지 않아야

입력 2020-11-16 14:22 | 신문게재 2020-1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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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6일 법정 최고금리를 현재의 연 24%에서 연 20% 수준으로 낮춰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최고금리가 저금리 상황과 괴리가 있고 서민 이자 부담 완화 등을 불합리하다고 본 것이다. 사실, 20% 정도의 이자제한법 개정안도 21대 국회 1호 금융법안으로 발의돼 있다. 뒤이어 22.5%, 20%, 10%로 각각 제한하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다만 어느 것도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인지에 대한 확신이 안 선다. ‘합리성’이 배신당하는 경우를 워낙 자주 봐 왔다. 

 

시중금리 하락에 최고 이자율 상한을 맞추는 원칙 면에서는 틀리지 않았다. 서민 이자 부담을 경감한다는 의도 자체야 좋다. 그러면서도 정치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아주 지울 수는 없다. 최고금리 20%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이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의 시장 영향 검토’ 지시 이후 가속이 붙기도 했다. 그보다 반추해볼 측면은 2002년 법정 최고금리 연 66%가 꾸준히 떨어져 지금에 이르렀다는 급격함이다. 취약계층을 내세우지만 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최소화하는 기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야당 의원까지 인하 법안 발의에 가세한 것을 보면 대부업법(금융회사)과 이자제한법(사인간 거래) 개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지금 봐서는 높다. 적용 시점인 내년 하반기는 코로나19 등 경제 불확실성이 다소간 해소된다고 본 것 같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와 맞물린 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대출 원리금 납부 연장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연체가 한꺼번에 터질 개연성은 늘 조심해야 한다. 경제가 위축되는 데 금융권 연체율이 낮은 이유를 한번 헤아려봐야 할 것이다. 

 

시중금리 인하 속도에 법정 최고금리를 맞춘다는 논리는 당연한 것처럼 들린다. 줄어드는 이자율 한 가지만 생각하면 그렇다. 그러나 문제의 초점은 연 20% 넘게 이자를 줘야 그나마 금융시장 접근이 가능했던 저소득층 금융소비자들이다. 약 60만명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향한다는 전망도 해볼 수 있다. 금융사 대출 축소나 불법 사금융 확대가 우려된다.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 확대나 신용회복 지원 등으로 한꺼번에 감당하긴 불가능하다. 법정 최고금리 조정의 당위성과 순기능에만 안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임차인 보호 명목의 임대차 3법이 부른 전세대란과 유사한 대출대란을 겪을 수도 있다. ‘제2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걱정을 허투루 듣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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