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음악

[Pair Play 인터뷰] ‘가무악칠채’ 이재화 안무가·허성은 음악감독 “숨 막히게 칠채로 휘몰아치다!”

입력 2020-11-20 18:3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
  • 밴드
  • 프린트
이재화 허성은 (3)
칠채를 변주한 ‘가무악칠채’의 이재화 안무가 겸 무용수(왼쪽)와 허성은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원투쓰리 원투 원투쓰리 원투 원투 원쓰리 원투….”

‘칠채’의 36박을 속사포 랩처럼 쏟아내는 ‘가무악칠채’의 이재화 안무가이자 무용수에 모두들 “굳이 이걸 해야겠냐?”는 반응이었다. 웃다리 농악, 길군악의 행진에 쓰이는 쇠가락으로 알려진 칠채는 4박에 익숙한 대중들은 물론 국악이 익숙한 이들에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단이 아니다. 

 

이재화 안무가의 설명처럼 “사실 농악이 아닌, 걸으면서 연주하는 군악이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액을 몰아내기 위해 연주됐다는 정도가 전해져서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칠채로만 이뤄진 ‘가무악칠채’(11월 20~2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는 2017년 신진 안무가 육성을 위한 국립극장의 넥스트스텝 프로젝트에서 30분짜리로 첫선을 보인 작품으로 2018년 60분짜리로 초연됐고 올해는 70여분 가량의 두 번째 시즌을 무대에 올린다.  

 

이재화 안무가
칠채를 변주한 ‘가무악칠채’의 이재화 안무가 겸 무용수(사진=이철준 기자)
국립무용단원이기도 한 이재화 안무가를 비롯해 원맨밴드 컬리, 소울 스테디 락커스, 펑카프릭 등의 드러머로 활약 중이기도 한 허성은 음악감독을 필두로 7인의 무용수(이재화·송설·박혜지·이요음·황태인·조승열·최호종)와 7인의 연주자(드럼 허성은·기타 선란희·베이스 하철주·타악 전지환·해금 김용하·아쟁 박제헌·피리 박계전) 그리고 소리꾼 김준수와 정가 보컬리스트 박민희가 함께 한다.



“제가 준비한 것에 비해 거창해졌지만 당시에는 칠채가 가장 한국적인 장단이라고 생각했어요. 칠채가 과거의 장단이 아니라 지금 관객들도 잘 들을 수 있는 리듬으로 전달되기를 바랐죠.”

이재화 안무가의 말에 허성은 음악감독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단이라 매력적”이라며 “4박에 익숙해져 있는 지금 대중들에게도 아는 것 같은데 규칙적이지 않고 예상을 빗나가는 장단들이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그래서 한국적인 장단 같아요. 홀수박을 사용하는 민족음악들은 많지 않거든요. 우리 선조들은 왜 홀수박을 선택해서 썼을까, 저 마저도 궁금증이 생겼죠.”

허성은 음악감독의 설명처럼 칠채는 “신경쓰이게 하는 장단”으로 저마다 울어대는 군악대의 악기음들을 비집고 날카롭게 존재감을 알리는 소리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단이다. 이재화 안무가는 “이 불편한 음악으로 왜 길놀이를 했을까, 그 궁금증은 아직도 풀지 못했다”고 말을 보탰다.

“불편하기 때문에 춤에서는 쓰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장단의 구조를 이해하더라도 춤을 추기엔 그렇게 편하지 않거든요. 잘 쓰이지 않는 장단으로만 극을 꾸리려니 힘들었고 무리인가 싶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저도 모르게 어려서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굳이 칠채가 아니어도 한 장단으로 공연 하나를 꾸리는 작업을요. 넥스트스텝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야 그 오랜 염원을 깨달았죠. 그걸 포기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무모했던 “굳이 ‘칠채’를?” “믿고 기다려 봐!”

허성은 음악감독 (2)
칠채를 변주한 ‘가무악칠채’의 허성은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음악 라이브 연습을 하면서 녹음을 하고 그 음악에 맞춰 무용 연습을 했어야 했는데…처음엔 경험이 없다 보니 한날 한시에 한 자리에 전부 불러 모았어요. 한번에 다 맞추려다 보니 패닉이 왔죠. 전부 저만 쳐다보고 있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처음 모이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이재화 안무가의 회상에 당시 그 현장에서 열심히 기타 코드를 잡고 있었다는 허성은 음악감독은 “겉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믿고 기다려 봐’라는 마음이었다”며 “처음 칠채로만 30분짜리 가무악을 한다고 했을 때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정리하니 되더라”고 말을 보탰다. 

 

“처음엔 걱정이 앞섰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계속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니 잡아 늘렸다 조이면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죠. 생각한 바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해보니 가능하겠더라고요. 잡아 늘리기도 하고 조이기도 하고 잡아 늘려서 위치를 옮기기도 하고 늘린 것과 조인 걸 합쳐놓기도 하고…레고조립하듯 만들었죠.”

이재화 안무가2
칠채를 변주한 ‘가무악칠채’의 이재화 안무가 겸 무용수(사진=이철준 기자)

 

허성은 감독의 말에 이재화 안무가는 “칠채 장단을 완벽하게 구현한 장면도 있고 길게 늘어뜨리거나 줄이기도 한다”며 “(허성은) 음악감독의 아이디어는 칠채박에 맞춰 홀수로 맺어보는 거였다”고 털어놓았다.

“한국무용은 짝수 박에서 맺게 돼 있거든요. 그렇게 다양한 시도들을 하지만 결국은 칠채를 유지하고 있죠. 소리가 엄청 빨라지다 보면 막판에는 ‘삐~’소리 하나로 들려요. 하지만 춤을 추거나 연주하는 플레이어들은 칠채를 유지하며 박자를 세고 느끼고 있달까요.”

이재화 안무가의 말에 허성은 안무가는 “나름 잘 풀어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한 관객의 ‘칠채 장단이 귀에서 떠나질 않는다’는 평을 듣고 ‘그 정도면 됐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저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현대음악과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필립 글래스 (Philip Glass) 등의 미니멀 음악, 록 등을 국악기로 표현하려고 했죠. 특히 록이 공격적인 성향도, 에너지도, 타격감도 칠채랑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마지막 장면은 폭발하듯 록적 요소와 어우러지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재화 안무가는 “반쯤 미쳐서 한껏 흥이 올랐다가 선 하나를 넘듯, 탁 풀어지는 음악으로 넘어가는 장단이 해소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 신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팽팽하게 당기던 줄을 놓는 것처럼 무용수들도, 악사들도 미친 듯 내달리다 끝났을 때 고요 속에서 들리는 숨소리. 그 끝, 마지막 5분을 위해서 25분을, 55분을, 65분을 하는 것 같거든요. 음악은 끝났지만 귀에서 장단이 계속 맴도는 현상을 바랐던 것 같아요. 줄이 끊어지는 건 순간이에요. 나가떨어질 시간을 주지 않고 다시 잡아당겨 무용수들도, 악사들도, 관객들도 일으켜 세우죠.”


◇새로 투입되는 정가와 인터랙티브 영상

이재화 허성은
칠채를 변주한 ‘가무악칠채’의 이재화 안무가 겸 무용수(왼쪽)와 허성은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가장 달라지는 부분은 정악이 투입되면서 만들어진 새 장면과 영상 추가예요.”

이재화 안무가의 말에 허성은 감독은 “박민희 선생님이 함께 하시면서 칠채의 구조를 설명하는 신이 새로 생겼고 기존 장면에도 정가가 가미된다”며 “들으면 들리지만 지나가도 괜찮은, 정가로 푼 칠채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라고 부연했다.

이재화 안무가는 “칠채를 가장 길게 늘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생각하다가 우리 음악 중 정가가 생각났다”며 “한 장면 정도는 비워가자 싶어서 조명 없이 정가 목소리로만 끌어가보자 했다”고 의도를 전했다. 

 

허성은 음악감독 (6)
칠채를 변주한 ‘가무악칠채’의 허성은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처음 계획은 편안하게 눈 감고 귀로만 칠채를 느끼게끔 하는 콘셉트였어요. 맑은 고음역대의 아름다운, 우리만의 소리 정악을 ‘가무악칠채’로 관객들이 느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해놓고 보니 너무 결이 달라 또 다시 패닉이 왔어요.”

이재화 안무가의 표현처럼 “성악의 소프라노처럼 맑은 고음”을 내는 정가와 예측할 수 없는 칠채의 어우러짐은 젬베를 비롯한 아프리칸 토속악기의 비트의 접목으로 구현된다.

“오르락 내리락 산을 탄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정가가 한숨을 돌려주고 아프리칸 비트가 나오고…‘조용한 긴장감’을 주고 싶었어요. 무용수들도, 관객들도 숨이 막혔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초연 때 해보고 싶었는데 못했던 ‘길놀이’를 무용수들과 함께 해보자 했죠. 길놀이는 기원, 액 몰이잖아요. 아프리칸 음악 역시 기원을 담고 있더라고요. 칠채, 길놀이, 아프리칸 음악이 일맥상통하는 느낌이었죠.”

“무용수들이 그 장면에서 뭘 하는지는 비밀이지만 조용한, 오리지널 정가처럼은 안들리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렸다”는 이재화 안무가에 허성은 감독은 “정가 목소리에 일렉트로닉 비트와 젬베를 가미했다.”

“칠채의 구조를 정가로 하나하나 길게길게 얘기해주실 거예요. 처음엔 신디사이저로 아날로그 악기를 표현하려고 했죠. 이재화 안무가가 ‘밝았으면 좋겠다. 아프리칸 느낌 어때?’라고 하길래 바꿨어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건 어쩌면 저의 관념일 수도 있잖아요. 해놓고 보니 설득력이 있어서 대중들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가의 합류와 더불어 또 다른 변화는 인터랙티브 영상 추가다. 이재화 안무가는 “곽동엽 사운드디자인 감독님께서 구현해주신 사운드의 시각화”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해 플레이하는 영상이 아니라 신별로 소리와 음악에 반응하는 영상이 두 개의 스크린에 리얼타임으로 투사된다. 비주얼라이즈처럼”이라고 귀띔했다.


◇칠채의 변주, 지금 사람들의 몸속으로 스며들도록!

이재화 안무가3
칠채를 변주한 ‘가무악칠채’의 이재화 안무가 겸 무용수(사진=이철준 기자)

 

“칠채를 늘어뜨리고 해금이나 아쟁 등의 악기가 들어가면 슬픈 감정이 나고 빨라지면 즐거울 것이라는 제 생각은 완전히 어긋났어요. 다양한 감정이라는 초기 콘셉트를 막상 구현하려다 보니 말도 안되게 어려운 작업이었죠. 춤을 추기까지의 과정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춤을 추기 위해서는 장단의 구조를 이해해야 했거든요.”

이에 이재화 안무가를 포함한 무용수들(조용진·송설·박혜지·이요음·황태인·조승열)은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거나 저마다의 북, 장구, 꽹과리, 징 등 악기를 연주하면서 칠채를 이해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재화 안무가가 루프 스테이션(즉석에서 리듬을 녹음해 반복 효과를 만드는 음향기기)으로 만들어낸 리듬을 듣고 또 듣기도 했다. 그렇게 오래도록 듣고 연주하며 귀에 칠채를 익힌 뒤에야 변주도, 춤도 가능해졌다. 

 

허성은 음악감독
칠채를 변주한 ‘가무악칠채’의 허성은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그렇게 무용수들에게 구조를 설명하는 과정이 ‘가무악칠채’라는 작품이 돼더라고요. 그렇게 장단을 입으로 내뱉기 시작했죠. 그 중 가장 어려운 건 상황 만들기였어요. 제가 무용수들에게 칠채를 이해시키는 과정을 작품 속으로 가져오니 자연스러웠어요.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 춤을 추기 위한 계기를 만드는 연출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사실 무용수로만 활동하다가 안무도 처음인데 그 어려운 칠채였어요. 게다가 연출까지…지금도 여전히 어려워요.”

말로 ‘칠채’를 설명하는 설정은 허성은 음악감독도 인정하는 “재밌고 긴장이 풀리는 장면”이다.

“(김)준수씨가 말로 칠채를 설명하면서 무용수들이 몸으로 표현하는 장면이에요. 객석에서 보니 진짜 사람으로 칠채를 설명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보는 입장에서는 위트 있고 재밌었어요.”

그렇게 고민들이 모여 완성된 ‘가무악칠채’에 대해 이재화 안무가는 “그 장단의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몸으로, 느낌으로, 눈으로, 귀로, 춤으로 관객들 몸 속에 스며들 수 있게끔 하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두들겨 깨우는 듯 날카로운 칠채를 편하게 들을 수는 없을까를 고민했어요. 삼박을 많이 써서 둥근 느낌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클래식 기타로 연주해 눈 감고 들을 수 있게 해보면 어떨까…(케이팝 쪽에서) 1980년대 음악을 리메이크하듯 옛 장단을 리메이크한다는 생각을 해요. 춤, 음악, 소리 등을 가미해 지금 세대가 들을 수 있게끔요.”

이어 “칠채를 조사하고 연구하다 보니 완벽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왜 칠채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미스터리한 소리”라고 덧붙였다.

“징이 7번, 일정하게도 아니고 불규칙하게 쳐지는 장단이에요. 넥스트스텝을 준비하면서의 콘셉트는 악기와 속도, 소리나 몸의 변화로 여러 가지 감정, 상황 등을 만드는 거였어요. 공연시간이 늘고 세월이 흘러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키워드죠.”


◇시대에 따라 진화하는 ‘가무악칠채’를 상상하다

이재화 허성은 (2)
칠채를 변주한 ‘가무악칠채’의 이재화 안무가 겸 무용수(왼쪽)와 허성은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칠채를 사방 없이, 사정 없이 주입시키는 공연같아요.”

‘가무악칠채’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허성은 감독의 말에 이재화 안무가는 “2018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태가 아니었어서 마지막 몸부림을 ‘열정’이라고 해석했지만 현재는 좀 다르게 받아들이실 것”이라며 예측할 수 없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칠채처럼 진화하는 ‘가무악칠채’를 보고 싶은 바람을 털어놓았다.

“애초 ‘한 장단으로만 무대를 꾸리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의 의미가 거창해졌지만 ‘인생의 속도’ ‘전통의 성을 쌓는 여정’ ‘지금 이 시대가 표현할 수 있는 한국 무용’ 등 관객분들의 해석이 재밌어요. ‘관객 해제본’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관객들이 의미를 붙여주시고 그를 통해 저희도 새롭게 정리하면서 공연마다 다시 초연을 준비하는 마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곤 “이번에 (조)용진 선배가 빠지고 (최)호중씨가 새로 합류하면서 조금 또 달라졌다”며 “본인 스스로의 해석에 맡기고 싶었다”고 말을 보탰다.

“용진 선배는 2017년, 2018년부터 엄청난 밑작업들을 함께 했어요. 하지만 호중씨는 한달 반 동안의 연습시간 뿐이잖아요. 칠채의 구조를 설명해주고 그에 따른 그만의 칠채를 몸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번엔 한명이 교체됐지만 언젠가 7명이 싹 다 바뀌는 상상을 해요. 무용수들이 하나하나 바뀔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도, 저 역시 무대에서 춤을 추느라 본 적이 없던 ‘가무악칠채’를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이 기사에 댓글달기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
  • 밴드
  • 프린트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

기획 시리즈

MORE

VIVA100

NEWS

人더컬처
카드뉴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브릿지 초대석
문화공작소

 평택시 농특산물 사이버장터

순천시청

대전 하늘채 스카이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