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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존중받아 마땅한 선택

입력 2020-11-24 14:24 | 신문게재 2020-11-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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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문화부장

롯데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거리의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거리, 영웅, 예술’展은 문화예술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주는 전시다. 누구에 의해 정의되기도, 갤러리의 마스코트가 되기도 거부했던 바스키아의 작품들과 작품세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정교하게 잘 정리정돈돼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문화예술을 비롯한 선택의 딜레마는 늘 그렇다. 아티스트의 특징과 고유의 세계관을 따를 것인지, 관람객 혹은 소비자를 위할 것인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 사이에서 ‘바스키아’전은 온전히 관람객에 대한 친절에 방점을 찍는 선택을 한 전시다. 그 선택으로 인해 관람객들은 다소 난해할 수 있는 바스키아의 작품과 작품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호불호는 따질 수 있지만 존중받아 마땅한 선택이다.

공연장의 거리두기 좌석제 또한 마찬가지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 출연 중이며 제작자이기도 한 박해미는 “제작자들은 적자에 허덕이지만 관객들은 거리두기 좌석제로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런 문화가 발전돼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도 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공연자의 거리두기 좌석제는 ‘관객의 안전’과 ‘공연계 활성화’ 사이에서 전자를 선택한 결과다. 문화예술 관련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소소티켓’의 잠정 중단 역시 전자에 방점을 찍은 관련 기관의 선택이다. 당연하게도 의견과 입장은 달라질 수 있다.

오락가락하는 권고에 볼멘 소리도 없지 않고 “공연장에서는 단 한명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10개월에 걸쳐 입증된 성과를 인정받아 마땅하다”는 공연산업계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위상’ 사이의 딜레마에서 다른 선택을 한 나라들이 맞이한 극단적인 현실을 고려하면 존중받을 선택이다.

최근 방송인 사유리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비혼 출산한 선택에 대한 논란도 치열하다. 하지만 정상·비정상의 편견과 민낯 들춰내기,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가능성 등 건강한 문제제기라는 측면에서 존중받아 마땅한 개인의 선택이다.

반면 최근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정책, 전동퀵보드 인도 이용 허가 등 논란으로 점철된 이슈들은 어떤가. 국민들의 주거안정과 투자에 실패한 이들의 구제책, 어디에 방점에 찍느냐에 따라 부동산 정책도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정책은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형국이다.

전동킥보드의 인도·자전거 도로 주행에 대한 관련법 개정은 ‘시민의 안전’과 ‘특정 산업 부흥’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 특정 산업 부흥이 공공의 안전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대한 의구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심들을 확산시키고 있다.

호불호는 갈려도 존중받아야할 마땅한 선택들이 있다. 하지만 당연히 알아야 하거나 의견 개진이 있었어야 할 이들이 배제된 과정을 거친 선택은 그 ‘마땅한’ 존중에 반기를 들게 한다.

 

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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