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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이웃사촌' 이환경 감독 "가장 마지막에 내리는 선장의 마음으로 '영끌'했죠."

영화 '이웃사촌'으로 돌아온 천만감독,"주연배우 리스크?덕분에 작품 매만질 시간 벌었다고 생각해"
17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 만든 작품 "전작에서 받은 관객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영화"

입력 2020-11-2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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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한 영화 ‘이웃사촌’으로 7년 만에 돌아온 이환경 감독.(사진제공=리틀빅 픽쳐스)

 

“좋은 가장이냐고요? 남편으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좋은 아빠 같아요.”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천만감독’으로 불리는 이환경 감독이 7년 만의 신작을 들고 왔다. 25일 개봉한 ‘이웃사촌’이 그 주인공이다. ‘각설탕’ ‘챔프’등 가족 이야기에 특화된 연출력을 보인 그는 이번에도 관객들의 감정선을 건들인다. 

 

배경은 민주화 운동이 꿈틀대던 1980년대 대한민국, 해외에서 입국한 야당 정치인(오달수)이 자택에 격리된 살벌한 상황이다. 왼손잡이 혹은 붉은 색 목폴라만 입어도 ‘빨갱이’로 불려 혹독한 고문을 당하는 시절.좌천 위기의 도청 팀원들이 옆집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인간적 고뇌와 교감을 그린다.

 

주인공 대권과 의식으로 출연하는 정우와 오달수가 각자 단촐한 가정을 이룬 가장으로 나와 ‘아버지로서의 고뇌’와 ‘남자의 야망’ 사이를 시종일관 넘나든다.

 

“가장으로서의 이환경은 글쓴다는 핑계, 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집에 잘 못 들어가는 사람이죠.(웃음) 엄마를 외롭게 하면 좋은 아빠가 아니니까 남편으로서의 점수는 확실히 낮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교감은 좋은 편이에요. 평소에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과하게 영화에 녹이는 편이죠. 가족들이 그런 저의 모습을 알아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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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한 영화 ‘이웃사촌’(사진제공=리틀빅 픽쳐스)

그는 영화에 가족과 친구의 이름을 넣기로 유명하다. 이번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함을 오달수와 김선경에게 입혔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을 쓰는 만큼 “떳떳하지 못한 영화를 만들지 말자”는 초심을 유지하기 위한 감독만의 방법이라고.

극 중 가택연금이란 소재는 그가 ‘7번방의 선물’의 메가히트 후 중국 유학을 택하면서 직접 겪은 경험에서 출발했다.

 

당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를 비롯해 국내 굴지의 투자사들이 그에게 작품을 맡기기 위해 줄이 서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안착보다 좀더 모험을 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이환경 감독은 “지금껏 걸어온 길이 가시밭길이었는데 갑자기 앞에 꽃길인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내 스스로 ‘안 별할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앞으로도 그럴지에 대답이 나오지 않더라”며 당시의 생각을 담담히 전했다. ‘당시 수십억원의 스카웃비를 받았다’는 소문과 함께 중국행 비행기를 탔지만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동양권에 대한 정서인데 과연 대륙에서 통할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현지 체류비는 지원받았지만 그 정도의 거액은 절대 아니에요(웃음) 그렇게 1년 간 시나리오 공부를 하고 현지의 유명 배우와 제작자가 나서 촬영 시작 2주 전에 사드(THAAD, 고공 권역 방위미사일)가 터졌죠. 당시 베이징 분위기가 한국인이 거리를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았어요. 자의반 타의반 집에 갇혀(?)있었는데 이 경험을 가지고 휴머니즘 코미디를 풀어내보자는 생각에 작품을 쓰게 됐습니다.”
 

‘이웃사촌’은 자연스럽게 가택연금 후 대통령이 된 두 명의 정치인이 떠오른다. 영화의 말미에는 누구보다 서민적이었던 노무현 대통령까지. 의도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정치사가 가진 비극이 잔잔하게 영화를 적시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이환경 감독은 “의도한 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자신이 자라고 거쳐온 시대의 경험들이 작품에 녹아들었으면 하는 연출의도는 숨기지 않았다. 

 

리틀빅픽쳐스
김선경과 염혜란,이유비등 여배우들의 앙상블이 눈에 띄는 ‘이웃사촌’.(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과일과게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당시에 드물게 자녀의 꿈을 적극 지원해주는 부모님 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대학시절 전국에 고작 4개 밖에 없는 연극영화과에 간다고 했을 때도 부모님은 반대보다 “이 계통은 소개해줄 사람도 연줄도 없다”며 되려 가슴 아파 하셨다고.

“장가를 가기 위해 MBC에 4년 정도 근무를 한 적이 있어요. 아무도 연극 연출 전공자와 결혼하지 않는 시대였으니까요. 그때 아버지가 암 말기셨는데 제가 한 말이 뭔 줄 아세요? ‘돌아가시기 전에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 하고 행복한 모습 보여드릴게요’였어요. 그리고 데뷔작 ‘그 놈은 멋있었다’를 찍었죠. 신기한 건 그 모습을 본 아버지가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건강이 좋아지셨다는거예요. 항상 제 개봉을 앞둔 영화 제목을 옷 뒤에 달고 뛰세요. ‘챔프’ ‘7번방의 선물’도 모두 그렇게 온 몸으로 홍보해주셨습니다.”

예정대로라면 3년 전 개봉 했어야 할 ‘이웃사촌’은 주연배우 오달수의 ‘미투논란’으로 개봉 대기 시간이 길었다. 결국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됐지만 감독으로서의 마음 고생이 심했을터. 하지만 이환경 감독은 블라인드 시사회를 8번이나 열고 스스로 “영화 4~5편을 찍은 느낌”이라고 할 정도로 녹음과 편집 등 후반 작업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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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화에 가장 먼저 탄 선장으로서 가장 늦게 내리는게 내 역할이라고 봤다”며 ‘이웃사촌’을 거친 바다를 견디고 항구에 안차갛는 리더십을 보여줬다.(사진제공=리틀빅 픽쳐스)

“출연한 배우들의 필모그라피에 주홍글씨가 되지 않기를 가장 바랬던 것 같아요. 제가 이 배에 가장 마지막에 내린다는 마음으로 영혼을 갈아넣었죠. 도리어 쉬는 동안 연출 제안이 많았는데 그때 제가 다른 작품을 하면 ‘이웃사촌’의 개봉이 점차 밀릴 거란 생각에 수락도 못하고 계속 잡고 있었죠.”


‘이웃사촌’의 또다른 장점은 매력 넘치는 여배우들의 향연이다. 정형화된 캐릭터에 갇혀 소비되지 않고 존재감을 발휘하기 때문. 들뜨지도, 나서지도 않으면서 차분히 역할에 녹아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영화에서 박하선, 임수정, 김유정, 갈소원을 발굴했던 ‘매의 눈’은 이번에 이유비와 염혜란에게 꽂혔다. 지금은 대세 배우가 됐지만 영화 촬영 당시엔 이렇다 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던 그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염혜란 배우를 너무 좋게 봤어요. 우연히 사석에서 만날 기회가 있어서 팬이라고 밝히며 작품을 하자고 했더니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고 연락이 없더라고요’하시는 거예요. 나중에 들으니 제가 감독인지도 몰랐대요. (이)유비는 ‘견미리 딸’인지도 모르고 오디션을 봤는데 애초에 우리가 원한 건 문소리씨 같은 운동권 이미지였습니다. 오달수씨의 딸로 나오기엔 도시적인 세련미가 너무 셌죠.(웃음) 그런데 자신의 연기가 부족하다며 재오디션을 요청하더라고요. 이후 4, 5차 오디션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고 캐릭터를 수정해 캐스팅했습니다.”

이환경 감독은 차기작에도 끊임없이 가족의 이름을 넣고 또 부모님께 물려받은 긍정의 기운을 넣은 휴먼 영화를 만들 작정이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전작 ‘7번방의 선물’의 주인공 이름인 예승이는 실제 이 감독의 딸 이름이다. 

 

‘이웃사촌’의 아들로 나오는 예준이가 다니는 태권도장 이름으로 깜짝 출연한다. 예준이도 감독의 늦둥이 아들 이름이다. 이 외에도 정우가 맡은 대권이는 절친이지만 고인이 된 친구의 이름에서 따왔다. 엔딩 크레딧에 올라간 故유대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딸 예승이도 영화쪽 일을 하고 있어요. 제가 쓰는 모든 시나리오의 첫 독자이자 날카로운 비평가죠. 이 영화의 몇몇 장면도 ‘아빠 너무 신파인 거 알지?’라고 하도 지적해서 땀 좀 흘렸습니다. 앞으로도 가족들 간의 공조로 찾아뵙겠습니다.(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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