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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은퇴이후 할 것, 갈 곳 그리고 잘 곳

입력 2020-11-29 17:00 | 신문게재 2020-1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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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닥쳐야 찾게 마련이다. 임박해서야 해결책을 구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아쉽게도 인생살이 통과 허들이 대개 그렇다. 일찌감치 넉넉히 생각하고 준비하면 좋겠으나, 당장의 호구지책은 선순위를 독점한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 없겠다”는 교훈도 당위론보다 현실론에 무게를 싣는다. 그럼에도 끝은 뻔하다. 닥친 이후엔 우왕좌왕 속 만시지탄이 흔하다. 그나마 일부는 닥쳐서 막아도 괜찮다. 다만 그렇지 않은 게 하나 있다. 사실상 인생의 최대·최후미션인 은퇴생활이다.

늙음이 본격화된 시대다. 베이비부머의 형님격인 1955년생이 2021년이면 65세 진입한다. 이후 20년에 걸쳐 1700만 거대인구가 늙음기준인 65세를 통과한다. 충격적인 저출산 풍경을 보건대 노화현장은 상대적으로 더 빈번하고 광범위해질 전망이다. 늙음의 일반화는 새로운 트렌드다. 장수축복만큼 노후재앙도 병존한다. 때문에 대부분은 은퇴를 고빗사위로 엇갈린 삶을 살아간다. 그렇다고 완벽히 달라진 새로운 삶은 아니다. 은퇴만 있을뿐 어차피 삶은 이어진다.

이때 중요한 게 현역 때와 비슷하게 큰 변화 없이 무난히 살아내는 안전장치의 마련이다. 일부는 현역시절과 완벽히 결별된 새로운 은퇴를 디자인하지만, 그럼에도 연착륙은 필수다. 급격한 생활변화는 신선한 기대만큼 다양한 충격을 동반한다. 준비가 덜할수록 변화에서 비켜서는 게 좋다. 가뜩이나 낯설고 위험한 은퇴생활인데다 내버려둬도 신체능력·금전상황·심리압박 등 악재는 가중되기 마련이다. 반대로 은퇴전후의 연결된 삶은 노후품질을 결정짓는 중대카드다. 포인트는 ‘익숙함 > 새로움’이다.

따라서 ‘현역→은퇴’의 연결지점을 찾아 메우거나 덧대는 작업이 중요하다. 어렵고 힘든 노후자금 추가확보로 맘 고생하기보단 누구나 닥칠 현실이나 대부분 비켜선 갈등함정을 줄여내는 게 권유된다. 요컨대 3K의 유지 및 확장방안이다. ‘할 것’과 ‘갈 곳’, 그리고 ‘잘 곳’의 3K를 충실히 완비하자는 얘기다. 3K는 은퇴여부와 무관하게 꼭 전제돼야 할 인생필수적인 생활토대다. 공기처럼 깨닫진 못해도 없어서는 곤란하다. 현역시절 3K는 자연스레 동반된다. 일과 집만 반복해도 3K는 확보된다. 반면 은퇴이후엔 달라진다. 할 것도 갈 곳도 일시에 사라질뿐더러 잘 곳조차 애매해진다.

뒤집어 평하면 3K는 은퇴이후 사라진다. 일이 없어지니 ‘할 것’은 마땅찮다. 출퇴근할 이유가 없으니 ‘갈 곳’도 없어진다. 최종적으로는 늙어갈수록 ‘잘 곳’의 선택지도 준다. 특히 ‘잘 곳’은 최후를 함께 할 생활공간의 확보문제로 요약된다. 건강할 때야 내 집에서 살아도 노환·간병이 동반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요양원·요양병원 아니면 기댈 곳은 거의 없다. 아쉽게도 대부분은 ‘잘 곳’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아직은 건강할뿐더러 아파도 배우자·가족이 뒤를 봐줄 거라 확신한다. 현실을 모르는 섣부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유병노후와 최후생활을 집에서 마무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대로 3K를 구축하면 은퇴생활은 탄탄해진다. 즐기진 못해도 최소한 고꾸라 지진 않는다. 더욱이 3K는 전후방적인 연관효과를 짙게 갖는다. 은퇴이후에도 ‘할 것’만 잘 만들어두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된다. 소득창출적인 경제활동이든 취미유희적인 외부활동이든 집안생활 일변도에서 벗어난다. ‘갈 곳’의 힘이다. 그렇다면 ‘잘 곳’의 고민도 미뤄지거나 사라진다. 건강하게 살수록 무병장수도 기대된다. 누구나 늙어가되 아무나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면 3K는 이를 풀 핵심열쇠인 까닭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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