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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의 무비가즘]우리가 사.랑.하.는 김혜수!

스타 감독과 유명 스태프 보다, 이야기가 주는 '힘'믿어
아무도 안 걸어온 길 '기꺼이 개척'
"캐릭터 변신 매 순간 괴롭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 심판' 촬영 앞둬

입력 2020-12-2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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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_무비가즘_2020_12_25

 

어느 분야건 최고의 자리는 외롭다. 특히 10대 중반에 데뷔해 스타로 박제된 경우라면 더욱 그럴 터. 하지만 그 영역을 넘어선 존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배우 김혜수는 또래보다 성숙한 이미지로 데뷔작 ‘깜보’에 캐스팅된 후 내리 34년 간을 대중 앞에 섰다.

영화로 출발해 CF와 쇼 진행자, 드라마 출연, 연극 제작 지원, 시상식 MC까지 그 활동 영역도 다양하다. 그렇게 ‘김혜수’라는 브랜드는 하나의 아이콘이자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든든한 ‘언덕’이다.


◇대모 아닌 언니로!



김혜수
김혜수(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위에 나열한 다양한 장르가 특별한 이유는 김혜수 이전에 그런 ‘시도’를 한 배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어쩌면 부모님의 권유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 3소녀가 데뷔작 직전 쓴 자기소개서를 보면 남다름이 느껴진다.

인터뷰 전문 매체 ‘인터뷰 365’에 따르면 열 여섯 김혜수의 당찬 포부가 나온다. 직접 꾹꾹 눌러 쓴 자기소개서에는 “충실하고 항상 노력하는 연기인이 되겠다”고 했다.

암바사 광고를 보고 자신을 캐스팅한 감독이 데뷔동기라고 밝힌 순진함도 눈에 띈다. 가장 인상깊은 문장은 마지막 줄이다.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하면서 모든 면에서 부족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고 한 것. 최근작 ‘내가 죽던 날’까지 매 작품 변신을 거듭하며 한국 영화사를 논할 때 없어선 안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으니 그 각오는 여전히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김혜수의 20대로 돌아가보자. 그는 국민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서 신세대 새댁 연기로 온 주부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무려 11살 연상의 이영범과 부부로 나왔지만 어색함이 없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짝’에서 보여준 항공사 승무원의 발랄함은 또 어떤가. 전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 스튜어디스에 대한 로망이 국내에 자리매김한건 8할이 이 드라마 덕분이다. 섹시함과 전문직 여성 특유의 세련됨을 표현하는데 김혜수가 가진 남다른 패션DNA가 한 몫했음을 우리는 안다.

TV와 극장을 오고간 몇 안되는 (여)배우였던 김혜수는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로 다시 한번 승부를 건다. 요즘같이 종편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상상도 못할, 방송국이 단 3개에 불과한 시절이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방송계에서 그나마 후발주자인 SBS정도만 미국에서 활동한 자니윤을 내세워 토크쇼를 맡기는 정도였다.

짝
일요일 안방극장을 책임진 1994년작 ‘짝’의 한 장면.(사진제공=MBC)

 

김혜수는 매회 폴라로이드로 게스트의 사진을 담고 흡사 자기 안방에서 수다를 떠는 방식으로 파격 시도를 한다. 물론 작가가 써준 대본과 기본 콘셉트는 정해져 있었겠지만 매회 다양한 아이디어와 섭외를 적극적으로 내세운 일화는 유명하다.참고로 여자 아나운서들이 ‘꽃’이라고 불리는 서브 개념이 강했던 시절이니 김혜수의 적극성이 미움받지 않았던 이유는 성별을 떠난 연대성이 남달랐음을 가늠케 한다.


◇김혜수가 나오면 ‘투자’되는 이유!

류승룡
류승룡은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혜수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열한번째 엄마’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춘 사이다.(사진=류승룡SNS)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제작한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는 김혜수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이름만으로도 파이낸스(finance)되는 인물”이라고 단언한다. 제작은 의리나 뒷배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10년 째 충무로를 떠돌던 ‘굿바이 싱글’이 단적인 예다.잦은 스캔들, 지라시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여배우의 혼전 임신을 내세운 영화였다.

 

생명의 소중함과 대안 가족의 보편화를 다뤘지만 당시로선 파격적인 설정이라 그 긴 시간동안 제대로 된 투자처를 못 찼던것.이에 김혜수의 소속사가 제작을 맡고, 배우 스스로가 직접 주연으로 나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다들 안된다고 봤던 이 영화는 150만명이 손익분기점이었지만 최종 스코어 210만 명을 기록했다. 그는 데뷔 이후 최초로 자신의 직업인 배우를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사실 출연작품의 나열은 의미없다. 도리어 30대 이후에 선택한 작품들이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는 점만 짚고자 한다. ‘오세암’ ‘첫사랑’ 이후 ‘신라의 달밤’ ‘타짜’ ‘모던 보이’ ‘이층의 악당’ ‘차이나타운’ 등 작품성과 흥행 사이를 종횡무진했다. 김혜수는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무게를 일찌감치 터득한 인물이다. 간혹 ‘이 영화를 김혜수가?’할 정도의 적은 비중과 의외의 캐릭터가 있지만 그는 시나리오와 캐릭터의 힘을 더 믿는 예술인이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김혜수는 “캐릭터로 사는 순간이 행복하지 않다”고 고백한 바 있다. 오죽하면 주변 지인들이 갖다 붙인 별명이 ‘장판선생’일까.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집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며 은둔하는 일상을 즐기기 때문이다. 가식도, 허세도 없는 자연인 김혜수라니. 비록 자신을 괴롭힐지언정 연기를 위해 영혼을 갈아넣은 결과물을 보노라면 충분히 수긍가는 부분이다.  

 

내가죽던날
여성의 연대를 그린 영화 ‘내가 죽던 날’ 현장의 김혜수.(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그럼에도 후배와 동료, 나아가 영화계에 뻗힌 안테나를 결코 쉬지 않는다. ‘내가 죽던 날’의 김정은은 “무명이지만 데뷔가 늦은 실력파 배우들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여러 작품에 추천도 해주고 본인이 밝히질 않아서 그렇지 덕분에 데뷔한 친구도 여러 명 있다”고 김혜수의 근황을 알렸다.

사실 김혜수는 청춘이 거세된 어른아이일 수 있다. 부와 명예를 누렸을지언정 사회적으로 정의된 여러 경험이 미흡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바른 어른이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포용과 배포를 가졌고 변함없는 도전 중이다. 여러 동료와 후배들이 촬영 현장으로 깜짝 배달되는 간식차를 받고 극장에 걸렸지만 고전 중인 자신의 영화를 본 뒤 감상을 전하는 김혜수의 문자를 보고 감동하고 또 용기를 얻는 것.

그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이다.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는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되는 촉법소년 법령 이슈를 중심으로 위험 수위에 도달한 청소년 범죄와 이를 둘러싼 어른들과 사회의 책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던질 예정이다. 유명 감독과 제작사의 힘보다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먼저 본다. 내가 출연을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김혜수. 전세계로 뻗어가는 OTT에 합류한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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