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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대기자의 자영업 이야기] 힘 못쓰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입력 2020-12-30 07:10 | 신문게재 2020-12-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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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당정이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확정했다. 소상공인들에게 임대료 지원 명목으로 100만원을 일괄 지급하고 추가로 집합제한 업종에는 100만원, 집합금지업종에는 200만원을 각각 지급한다는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한 여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은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무시되는 분위기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차임증감청구권’을 감염병으로까지 확대한 지난 9월의 법 개정도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임이 드러났다. 동대문상권의 두타몰에 입점한 상인들이 상가건물 운영회사를 상대로 ‘임대료 50%를 감액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지난 10월 제기했지만 이달 현재 재판은 열리지도 않았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 3차 재난지원금과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미봉책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공공의 안전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해를 임차인들이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기본 구도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불합리함이 지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제도와 관행, 두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의 권리 보호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임대인의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이 국회, 관료, 법조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점이다.

제도와 관행이 임대인 편에 있다는 것은 두타 상인들의 ‘차임감액청구’ 소송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라는 것은 국회의원과 관료들의 책임회피나 다름없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2001년 제정 당시, 일본이 1991년 제정한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을 벤치마킹했다. 이 법은 1921년 제정한 차지법(借地法)과 차가법(借家法)을 통합한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이처럼 일본에서 법 조문을 따왔지만 임차인 보호에 철저한 법 정신과 관행은 내팽개쳤다. 차지차가법을 보면 임대차 기간과 임대료 상한 규정이 없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를 대지못하면 임차기간은 영구적이다. 100년을 넘긴 가게(老鋪)가 수두룩한 이유다. 임대료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로만 조정된다. 조정 안되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데, 법원 관행은 십중팔구 임차인 손을 들어준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지난 10년간 환산보증금 상향 조정, 계약갱신청구권, 권리금 보호 등 갖가지 조항들이 개정되고 추가됐지만 ‘임대인 절대 보호’라는 기본 축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강제로 손님이 끊기는 미증유의 사태속에서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약 100년전에 만들어진 이웃나라 법률에 다시금 눈이 가는 이유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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