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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사과·자숙해도 모자랄 판국에 지나친 뻔뻔함은

입력 2020-12-3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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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정
정도정/브릿지경제신문 경남취재본부장.
지난 23일 오전부터 심야시간에 이르기까지 제보자 곽 모씨의 무차별적이고 악의적인 제보와 다음날 연이은 언론보도로 공공의 적으로 내몰린 이상영 진주시의회 의장이 패닉상태에 빠지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주시의원들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주시의원 8명은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장의 의장직과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이 이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제시한 근거는 진주시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행동강령 조례 제5조(윤리실천규범) 제1호 ‘의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에 위반된다는 것.

하지만 정작 이들이 곽 씨의 악의적인 제보에 따른 P인터넷언론의 보도에만 의존해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두고 마치 기정사실화 된 것처럼 사퇴를 촉구할 만큼의 입장에 있느냐에 대한 논쟁이 점차 가열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초 이 의장이 노래방에서 모 여성을 약 10여분 동안 지속적으로 껴안고 소파에 눕히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 24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는 보도를 인용해 교묘히 명예훼손의 법망을 피해나가는 한편 “시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시의회 의장이 식사비를 지급하고 2차로 노래방까지 가서 추태를 보인 것은 진주시민을 우롱·기만한 처사”라며 의장직 및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P인터넷언론은 지난 24일 ‘진주시 관내 모 기관장이 노래방에서 함께 술을 마신 여성을 껴안고, 소파에 눕히는 등의 부적절한 행동에 불쾌감과 성적수치심을 느낀 동석한 다른 여성이 모 기관장의 행동을 휴대폰으로 찍어뒀고, 스킨십 시간이 10분을 넘어가며 같은 여자로서 성적수치심이 들었다. 진주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최소한의 도덕성을 갖추고 코로나19 시국에 시민의 아픔과 어려움을 같이 공감해야 함에도 이런 행동을 하는 것에 분노를 느껴 공개하게 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팩트를 체크해본다면 이 의장이 곽 씨의 부탁을 받은 정 씨의 요청으로 지난달 4일 저녁식사 후 맥주를 한잔 더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노래방으로 이동해 자정에 이르기까지 두 여성과 음주가무를 즐긴 것은 적절성 여부를 떠나 천만번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설사 이 의장이 곽 씨의 악의적이고 의도된 함정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여기서 이 의장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는 재론할 여지가 없기에 논외로 하고, 이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앞서 이 의장의 도덕성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되짚어본다면 도긴개긴에 지방의원들의 자질이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난에서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이다.

이 의장이 민주당 후보로서 지방의원 공천을 받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같은 당원으로 활동했던 지인들과 식사 및 술자리로 논란이 된 사흘 후인 지난달 7일 서은애·정인후 의원이 당원 축구단 모임 경기 후 진주시 평거동 소재 한 음식점에서 축구단 회원 등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술과 음식값 40만5000원을 정 의원의 카드로 결제했다.

또한 이 자리는 서은애·정인후 의원이 지난 10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제출한 탄원서가 축구단 단원들을 중심으로 확대된 것이라는 주장과 무관치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두 의원은 경남도당에서 당원자격정지 1년·3개월을 받았다가 중앙당 재심에서 당직자격정지 1년·3개월로 감경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진주시선관위는 지난 18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정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당원 축구단 모임은 2주마다 지속적으로 해 온 것으로 정 의원은 주장하고 있고, 식대를 정 의원만 일방적으로 부담해 온 것이 아니라면 사법기관의 수사 확대여부에 따라 서 의원 역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마저도 제기된다.

제상희 의원 또한 지난달 11~13일까지 80만 원의 시 예산을 지원받아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지방의원 의정역량 강화 교육이수를 목적으로 서울에서 진행된 나 홀로 연수 강행 및 노 마스크 논란을 야기해놓고도 사과는커녕 남의 일에 대해서만 앞서 도덕성을 주장하고 나서 자신의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 의장을 제보한 곽 씨는 “이 사건은 피해자·가해자가 없다.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도 아니고, 성추행을 했다는 것도 아니다”면서 “의장이란 직책을 가진 사람이 사석에서 제3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부적절한 행위로 도덕성과 시의회 품격을 떨어트린 것에 대한 지탄”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런데 곽 씨는 민주당 진주시의원 비례대표 2번을 유지하고 있고 김시정 의원의 낙마 시 시의원직을 승계할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공익제보를 핑계로 이 의장의 도덕성만 지탄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본인은 자정까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것처럼.

곽 씨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49일이나 지난 23일 곽 씨가 언론 기사화를 서두른 이유다.

연이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의장 사퇴촉구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곽 씨의 주장으로만 본다면 정작 피해당사자이어야 할 정 씨는 오히려 곽 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곽 씨는 왜 이 의장과 직접 통화가 가능한데도 정 씨를 통해 3자 만남 주선을 요구했을까? 곽 씨가 정씨에게 보낸 문자 내용 중 “내가 연락할 수도 있지만 언니가 있으면 더 잼 날 듯 한데”라는 내용에서의 재미라는 의미와 귀가하려는 정 씨를 이 의장에게 붙잡게 하고 사진을 도촬해 49일 만에 도덕성을 거론하며 폭로하는 게 과연 공익적인 이유뿐이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독자들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다.

뿐만 아니라 곽 씨는 “정 씨가 껴안긴 상태에서 ‘나 지금 꼭 가야 돼요’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불륜을 연상시키는 듯 하면서도 정작 제3의 인물이 정 씨를 태우러 오기로 했다는 사실은 숨긴 채 불륜과 성추행은 아니라는 등 이해하지 못할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더해서 왜 23일 오전부터 밤 10시가 넘은 야간시간대까지 복수의 언론인을 접촉해가며 기사화를 서둘러야 했던 것일까?

이러한 곽 씨의 일련의 과정들을 되짚어 본다면 의도성 논란은 곽 씨 스스로가 부추긴 셈이다. 이 의장 또한 곽 씨의 이러한 연출된 사진유포로 가정에서의 불화가 심화되고 인격권이 침해되는 등 심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전언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정치쟁점으로 몰고 가려는 민주당이나 논란을 야기한 이 의장이나 시민들에게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여 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확인된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논란을 야기한 이 의장이나 이미 확인된 사실로 고발 또는 논란의 중심에 선 민주당 소속 의원들 모두의 동반 사퇴를 촉구한다.

정도정=경남취재본부장 sos683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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