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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사람도 행복하고 늦어도 행복하다는 방글라데시의 풍습은 프랑스에서 용남되지 않는다. 체스신동 파힘의 문화 충격은 그렇게 시작된다.(사진제공=㈜디스테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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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지키기위해 9300km를 건넌 아버지의 상처와 희생은 아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하지만 진심을 알고 아들은 체스로 가족을 구한다.(사진제공=㈜디스테이션) |
우연히 동네 어귀의 체스클럽에서 프랑스 대표 선수였던 실뱅을 만난 파힘은 곧 일취월장하는 실력으로 주변을 놀라게 한다. 최악의 패션 센스와 눈치라고는 1도 없는 실뱅은 차갑고 막말을 일삼는 괴짜다. 화가 많고 이기기만을 원하는 어린 제자와 무승부여도 지지않으면 되는 스승의 부딪힘은 러닝 타임 내내 반복된다. 하지만 ‘파힘’은 다행히 기존 영화에서 흔히 보는 사제지간의 화해와 성장을 답습하지 않는다.
도리어 성별과 인종을 넘어 불법체류자인 파힘에게 마음을 여는 사람들의 변화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감동을 더한다. 불법체류는 어느 나라나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파힘’은 인권을 외치기만 하는 나라와 실천하는 나라의 차이를 확실히 짚는다. 주인공을 연기한 아사드 아메드는 원래 오디션을 보러 온 친구를 따라왔다가 덜컥 캐스팅이 된 배우다.
실제 방글라데시에서 핍박받는 정치가의 아들로 난민 3개월차였던 그는 영화 속 파힘이 가진 언어적 핸디캡과 상황을 더욱 실감나게 그릴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의 존재감은 ‘파힘’의 감동온도를 2도쯤 높인다. 주먹코에 거구인 그가 ‘구경만 하는 프랑스’를 꼬집는 장면은 여러 세기에 걸쳐 정치인을 정조준하던 풍자의 나라답다. 21일 개봉.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