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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도용’으로 5개 문학상 휩쓴 S씨 사건…시스템과 윤리의식 절실

[트렌드 Talk] 훔친 소설로 '문학상 싹쓸이' 후폭풍

입력 2021-01-21 18:30 | 신문게재 2021-01-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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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대학원생으로 알려진 S씨는 김민정 작가의 작품 ‘뿌리’를 도용해 5개 문학상을 휩쓸었다(사진=SBS방송화면캡처)

 

다른 이의 창작물을 거의 그대로 무단도용한 작가가 5개의 문학상을 휩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명문대학교 대학원생으로 알려진 S씨는 2018년 백마문화상 수상작인 김민정 작가의 ‘뿌리’를 90% 이상 무단도용한 작품으로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등을 휩쓸었다. 이들 중 ‘꿈’으로 제목을 바꿔 투고한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를 제외하고는 제목까지 ‘뿌리’로 수상한 상태다.

이 사실은 도용 피해자인 김민정 작가가 SNS에 #소설무단도용 해시태그를 달아 게시한 글로 알려졌다. 제보로 도용 사실을 알게 됐다는 김민정 작가는 게시물에서 “몇 줄 문장의 유사성만으로도 표절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 문학”이라며 “글을 쓴 작가에겐 문장 하나하나가 ‘몇 줄 문장’ 정도의 표현으로 끝낼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더불어 “도용은 창작자로서의 윤리와도 명확히 어긋나는 일”이라며 “소설을 통째로 도용한 이 일은 문학을 넘어 창작계 전반에 경종을 울릴 심각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투고자 개인의 윤리의식뿐만 아니라, 문학상 운영에서의 윤리의식도 필요하다”며 “문학상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당선작이라 칭하는 작품엔 그에 맞는 표절, 도용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수의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출판사, 언론, 재단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학상에는 표절, 도용 등을 검토하는 필터 과정이 대부분 없다.” 일각에서는 “나름의 전문가들이 심사하는 과정의 첫 단계는 표절, 도용 여부 확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민정 작가의 지적처럼 ‘뿌리’는 2018년 백마문화상을 수상작으로 온라인에 본문이 게시돼 있어 검색만으로 도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S씨의 도용행위에 대해 이재경 변호사·건대교수는 “각종 공모전을 주최하는 기관의 성격에 따라 위계에 의한 공무방해죄 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며 “도용행위는 기망에 의해 재산상 이익을 편취했으므로 형법상 사기죄를 구성함과 동시에 해당 기관 및 도용 피해자(원작자)에게 민법상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발생시킨다.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하여 손모씨는 형사상 책임은 물론 원작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법적소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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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도용 의혹이 불거진 작품을 투고한 S씨는 도용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부분의 공모전 당선이 취소되는가 하면 몸 담고 있던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국방안보분과 위원에서도 해임되는 등 후폭풍을 겪고 있다. 그는 ‘뿌리’ 뿐 아니라 제6회 디카시공모전 대상작 ‘하동 날다’에서는 가수 유영석의 1994년 발표곡 ‘W.H.I.T.E’를 도용했는가 하면 창작물 뿐 아니라 사업 및 공공 프로젝트 아이디어들까지 도용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 및 재단 등의 공모전에 제출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비단 김민정 작가의 ‘뿌리’ 뿐 아니다. ‘권태주의자’ ‘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 등의 김도언 소설가이자 시인도 18일 자신의 SNS에 “지난 달, 내게서 시 창작 지도를 받았던 이가 지도 과정에서 내가 샘플로 보라고 고쳐 써서 보여준 시를 모 시전문 계간지 신인상에 그대로 응모해 당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알렸다. 

S씨의 도용 사실을 알리는 게시물의 마지막에 김민정 작가는 “이번 일이 단순히 제 피해회복으로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며, 창작계 전반에서 표절과 도용에 대한 윤리의식 바로 세우기가 반드시 뒤따르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이 사건의 의미라 믿습니다”라고 사건의 의미와 바람을 적었다.

김 작가의 염원처럼 결국 해결책은 저작권 및 창작자의 권리에 대한 엄중한 인식과 도용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사실 심사위원은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노동”이라며 “심사위원에 전적으로 의지하기 보다는 문학상이나 공모전 측에서 저작권이나 도용 관련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법조 및 출판 관계자는 “하지만 시스템 구축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현실적으로 사전 적발이 어렵다면 사후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서라도 도용 등 불법행위 여부를 가려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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