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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지금에 충실한”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 그의 현재는 미래다!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

입력 2021-01-22 18:15 | 신문게재 2021-01-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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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관장이 '새롭게 하라, 놀라게 하라'는 사비나미술관의 경영철학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고통 받는 사람들과 같이 울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예술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은 1년이 넘도록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이라고 강조했다. 

 

“삭막해지고 생존에 절박해질수록 예술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요. 고통과의 단절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면서 같이 울어주는 것, 그것이 예술의 역할이거든요. 사전예약, 인원제한, 철저한 방역 등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향유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형태로든 소통하고 교감하고 공감하는 미술관의 역할은 코로나19 이후로 더욱 유효해졌죠.”

 

그리곤 현재 사전예약제로 진행 중인 에콰도르 국민화가 특별기획전 ‘오스왈도 과야사민’(2월 2일까지)을 예로 들어 “코로나19 시대여서 더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에콰도르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과야사민 재단 소장품 중 89점의 유화, 수채화, 드로잉 등이다. 이들은 전쟁, 민중에 대한 억압과 차별, 핍박의 시대상과 그런 중에도 ‘인간’의 존엄을 중시했던 과야사민의 철학과 태도를 담고 있다.

 

“우리는 지금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면서 폭력적인 상황에 놓였고 위축돼 버렸어요. 그런 상황에서 전쟁, 학살 등 공포에서도 휴머니즘을 발견한 과야사민의 정신이 공감대를 형성했죠. 눈발을 뚫고 강남에서 2시간 남짓이 걸려 오시기도 하고 사전예약이 끝난 날인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미술관을 직접 방문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것이 예술이 가진 힘이고 존립해야 하는 이유죠.”



◇새롭게 하라, 놀라게 하라! 그의 현재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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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사진=이철준 기자)
“미술관이라면 유명하고 잘 나가는 작가도 소개해야죠. 하지만 그건 모든 미술계가 하고 있잖아요. 그들이 놓치는 히든챔피언들에 주력하고 있어요. 이미 작품세계나 실력이 구축돼 있지만 그 가치만큼 예우받지 못하거나 저평가된 작가들을 발굴해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곤 “물론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비나미술관의 정체성”이라며 “어떻게 좋은 전시를 기획·유치하면서도 수익구조를 만들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새롭게 하라, 놀라게 하라’는 1996년 3월 개관한 사비나미술관의 슬로건이자 경영철학이다. 동시에 “누구도 손대지 않은 영역을 강점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저의 경영철학‘이라고 털어놓는 이명옥 관장의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뒤를 안봐요. 미래 걱정도 안해요. 오롯이 ‘디스 이즈 모먼트’(This is Moment), 지금 이 순간에 최대한 에너지를 집중시키죠. 그렇게 가다 보면 달팽이 길처럼 길이 생겨요.”

 

그렇게 2013년 국내 미술관으로는 처음으로 오프라인 전시의 VR 온라인 전시장을 구축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에야 시작된 여타 VR미술관보다 무려 7년이나 앞선 행보다. 

 

“기술과 예술의 관계가 중요해진 시대잖아요. 사실 코로나 시대가 온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2000년대부터 전시의 시간적·경제적 제약을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하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2012년 구글 아트프로젝트의 국내 첫 파트너가 됐어요. 루브르박물관에서 ‘구글 아트프로젝트’에 대해 브리핑하고 홍보하는 행사에 한국인 최초로 초빙됐는데 그곳에서 ‘신세계가 열렸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하려던 걸 구글에서 하고 있더라고요.”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를 지낼 정도로 기술과 예술의 융합에 주목했던 이명옥 관장은 구글 아트프로젝트 행사장에서 신세계(?)를 경험한 후 버추얼 뮤지엄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버추얼 미술관에는 38개의 전시가 차곡차곡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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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사진=이철준 기자)

 

“시간적·경제적 제약을 없애면서도 미술이 가진 현장성을 살리는 게 VR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자꾸 노출되면 미술관에도 오지 않을까, 오시지 않더라도 예술의 향유는 확산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하지만 사립미술관에서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에요. 제작비는 만만치 않고 관람료는 무료잖아요. 하물며 저희가 버추얼 미술관을 시작했을 때는 지원은커녕 VR이 뭔지도 모르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었거든요. 기술적으로는.”

 

그렇게 사재를 털어 버추얼 미술관을 구축한 자칭·타칭 “돌아이 행보”는 코로나19 창궐로 대면 전시 관람이 어려워진 지난해 모범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현재에만 180%의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는 이명옥 관장의 ‘현재’가 ‘미래’가 된 셈이다.

 

“그 고생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지금도 보고 있으면 너무 좋아요. 아카이빙도 되고 재난이나 위기 상황의 대체재가 될 수도 있고…무엇보다 작가들이 엄청 좋아하고 잘 활용해요. 해외 진출 시 포트폴리오로도 활용이 가능하니까요.”

 

작가의 브랜드 가치가 오르고 커리어가 작품가격에 반영돼 금전으로 환산되는 미술계 시스템에서 저평가된 작가의 미래에 ‘VR전시’ 콘텐츠는 꽤 든든한 지원군이다. 그렇게 이 관장의 현재는 또 다시 미래가 된다.

 


◇관심과 관찰력으로 세상을 보는 눈! 창의력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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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사진=이철준 기자)

 

“놀더라도 아이들을 미술관에 데리고 가는 게 창의력 교육이에요. 어른들은 이미 상식과 고정관념으로 예술을 대하지만 아이들은 어떤 프레임도 없이 다양한 측면에서 기발하게 보거든요. 예술가들은 모든 것을 안팎으로, 뒤집어서, 거꾸로 등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에요. 쓰레기도 작품으로 만들고 부드러운 걸 딱딱하게 만드는 등 생각지도 못한 상식 밖의 것들을 보고 행하죠.”


지식이 쌓이면서 두터워지는 선입견, 고정관념을 이명옥 관장은 “각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 각질들이 예술을 훼손하고 사라지게 만든다”며 “예술가들은 각질이 생기지 않는, 유연한 생각의 소유자”라고 했다.

“미술은 시각적 관찰력을 통해 세상의 이면을 보는 훈련이 가능한 예술이에요.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창의성, 그것이 예술이 가진 힘이죠.”

그리곤 판화가이자 드로잉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가 역발상적인 생각들을 구현한 ‘바닥이 천장이 되는 그림’ ‘손 그림을 그리는 손 그림’ 등을 예로 들었다.

“그림, 상상, 예술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그것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이 되곤 해요. 나는 자동차, 유전자가 스캔돼 USB에 저장되는 시스템, 아이언맨의 수트, 예전 SF영화나 ‘메트릭스’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범죄 예측 시스템 등 고정관념처럼 불가능하다던 것들은 기술 발달로 대부분 가능해졌어요. 그걸 가능하게 한 건 기술이지만 그 시작은 창의력이었거든요. 예술가들이 먼저 제시하면 과학기술이 자극받아 실제 구현되는, 과학기술적 사고방식과 예술가적 사고방식이 맞물려가야 인류가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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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사진=이철준 기자)

이명옥 관장이 기술과 예술의 융합, 아이들의 창의력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기도 하다. 그는 “황당무계하고 이뤄질 수 없다는 상상력을 실현해주는 게 기술이라면 미리 착안하는 사람이 예술가”라고 부연했다.


“미술관에 오면 ‘왜 안되지?’라고 묻는 이상한 것들이 많아요. 사비나미술관 2층 김범수 작가의 창은 멀리서 보면 기하학적 문양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아날로그 영화 필름이에요. 가까이서 보면 구상이고 멀리서 보면 추상이죠. 굳이 추상과 구상을 단절시킬 필요가 있나요? 외벽의 이길례 선생 작품인 동파이프 소나무도 그래요. 예술가만의 엉뚱한 발상이 인공적인 산업화 산물인 동파이프를 생명력의 상징인 소나무로 탈바꿈시켰죠.”

“그것이 창의력”이라고 강조한 이명옥 관장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의 창의력 교육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창의력은 관찰력과 관심이에요. 30년을 같이 산 아내 얼굴에 점이 있다는 걸 그림을 그리면서야 알아요. 얼굴을 그리려면 관찰해야하고 관찰은 관심을 바탕으로 하거든요. 그렇게 관찰력과 관심을 보지 못했던 것들을, 놓쳤던 것들을 발견하게 하죠. 어려서부터 모든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그게 곧 창의력이에요. 때론 황당무계하고 엉뚱한 상상력이 기술을 만나면 실현이 되기도 하거든요.”

이어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의 속성으로 안일하게 굳어가는 시각을 예술로 자극받고 창의력을 발휘해 세상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모험을 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며 사과를 예로 들었다.

“사과는 빨갛거나 초록이라고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사과처럼 거대한 상자에 꽉 찰 수도 있죠. 애플의 한입 깨문 사과는 또 어때요. 누가 깨물었을까? 왜 깨문 사과일까? 혼자 상상하고 의미를 생각하며 질문하고 확장시키죠. 미술관에 오는 것만으로도 관찰력과 관심은 절로 생기고 질문을 하게 되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되죠.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창의성 교육은 멀리 있지 않아요.”

그렇게 이명옥 관장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아이들의 창의력 교육은 또 다시 우리의 그리고 인류의 미래가 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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