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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의 무비가즘]모든 건 '가족'탓......사랑이란 이름으로 나는 '학대'받았다.

가족의 연대와 용서 되묻는 영화 '세자매'와 '완벽한 가족'

입력 2021-01-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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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나누고 살을 부비며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다. 든든한 지원군이자 평생 내편인 ‘그들’. 하지만 가족이 남보다 더할 때가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나오는 ‘가족’의 정의를 이렇다. 혈연·인연·입양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친족원)로 구성된 집단. 부모와 자녀를 기본으로 형제는 부모를 공유하는 수평적 확장이다.

음악과 그림, 연극, 문학 등 예술이라 칭하는 수많은 장르 중 영화는 유독 가족에 대한 애증을 반영해왔다. 특히 한국영화의 1000만 영화 중 코미디와 사극, 케이퍼 무비를 제하고 직간접적으로 가족을 내세운 영화가 무려 4편이나 된다. ‘신과함께: 죄와 벌’과 ‘국제시장’은 시대와 이승을 넘어선 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괴물’과 ‘7번방의 선물’은 극한의 상황에서 자식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했다. 그만큼 공감과 감동의 교집합이 유독 많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다. 희생과 사랑으로 점철된 가족애대신 아픈 기억과 이별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영화가 관객을 만날 채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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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훈훈함과 달리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 ‘완벽한 가족’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나는 죽기로했다 ‘완벽한 가족’

한마디로 완벽한 가족이다. 모던하고 세련된 바닷가의 대저택에서 아침을 맞는다. 의사인 남편은 유기농으로 키운 채소와 과일로 아내의 식사를 만든다.

 

아들 하나를 두고 단란한 가족을 꾸린 첫딸과 사위 그리고 40년 지기 동창이 거의 동시에  집에 도착한다. 평소 겉돌던 막내딸마저 동성연인을 데리고 합류한다. 이들은 함께 모여 즐거운 수다를 떤다.

몸이 약한 엄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싶다고 가족들을 조른다. 10대 아들과 껄끄러운 사위와 손자에게 전나무를 잘라오라고 하고 딸들과 친구에게는 음식을 부탁한다. 와인이 오가고 즐거운 대화가 극에 달할 즈음 ‘폭탄’은 터진다. 막내 딸이 “자신은 엄마의 자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언제나 자유롭고 멋지게 살라는 엄마 ‘때문에’ 내 인생은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

누가봐도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아름다운 두 딸을 둔 엄마였던 릴리(수잔 서랜든)는 그제야 진실을 알게 된다. 딸들에게는 독립적이고 멋지게 사는 엄마보다 힘들 때 기댈수 있는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자신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사랑을 듬뿍 줘서 키웠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부모에게 이보다 더한 충격은 없다. 많은 부모들의 착각 속에 아이들은 각자 커 나가는 법이다. 다행히 죽기 전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 이 가족의 행운이 아닐까.

릴리는 그렇다고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자신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다. 성공한 건축가로 살아왔던 릴리는 몸이 굳는 불치병이 걸렸고 의사인 남편의 힘을 빌어 그나마 멀쩡한 정신과 육체 상태일때 죽기로 결정했다. 안락사가 합법인 나라에 가느니 평생 자신이 머물고 지었던 곳에서 자살로 추정되는 선택을 하기로 했던 것.

‘완벽한 가족’에는 그 고단한 과정이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한국 같으면 울고 불고 매달렸을 지지부진한 내용도 아예 생략된다. 하지만 배우들의 눈빛 연기가 엄마의 결정에 대한 절절함을 ㅍ현한다. 

 

그렇다면 릴리는 과연 계획대로 죽을 수 있을까. 그렇기에는 먼저 이 영화의 감독을 봐야 한다. 로저 미첼 감독은 휴 그랜트,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한 ‘노팅 힐’을 만든 전력이 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밀당에 특화된 감독은 남편과 40년 사이의 불륜 의심을 한 스푼 첨가했다는 것만 전한다.

영화의 후반 20분은 딸들의 반격(?)이다. 첫째 딸은 유약한 탓에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한 동생의 상처를 끌어안는다. 단란하지만 지루했던 부부 사이도 엄마의 결정을 보며 한층 더 뜨거워진다. 명랑하고 단정한 언니와 항상 비교됐던 동생은 더이상 징징거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사랑하지만 거리감이 있었던 애인도 가족으로 인정하며 단단한 관계로 거듭난다.

싸우고 헐뜯고 미워하지만 결국 가족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주제다. 할리우드에서는 2년 전 만들어졌지만 원작은 덴마크 영화인 ‘사일런트 하트’다. 행복한 이별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접하고 싶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부모가 되어 보니,내 부모가 원망스럽다 ‘세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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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프로듀서이자 주연 배우로 나선 문소리.극중 깐깐한 성격의 둘째 딸이자 가식덩어리로 분해 극의 여러 갈등요소를 제대로 봉합한다.(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자랄 땐 기질을 모른다. 누구는 수줍고 혹자는 리더십이 남다른 정도? 지금 생각해도 동생은 너무 어렸다. ‘세자매’는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사는 세 여성의 이야기다.

서열대로 보면 희숙이 맏언니(김선영)다. 이혼한 전 남편이 돈을 뜯으러와도 배시시 웃을 뿐이다. 가출 직전인 딸은 인생 루저나 다름없는 3류 밴드의 보컬에 빠져있다. 거의 문 닫기 직전인 서울 변두리의 꽃집을 근근히 꾸려간다. 그의 삶에 유일한 쾌락은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자해의 순간. 그마저도 딸에게 들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둘째인 미연(문소리)은 교회 합창단을 이끄는 지휘자이자 간사다. 능력있고 잘 생긴 남편은 교수로 명망이 높다. 점차 넓혀가는 아파트 평수와 늘어가는 십일조를 충실히 내는 게 미연의 낙이자 전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어리고 예쁜 합창단 솔로와 남편의 관계가 영 거슬린다. 거기다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거는 동생 미옥(장윤주)은 극단의 작가로 잘 나가지만 술만 먹으면 자신에게 전화를 해대는 통에 미치기 일보직전이다.

오늘도 대학교 입학 후 먹었던 칼국수집 이름이 기억 안난다고 깽판을 부리는 통에 애를 먹었다.나이많은 이혼남과 결혼한 미옥은 10대인 의붓아들에게 사이코 혹은 돌아이로 불리는 존재다. 소주를 물 마시듯 하고 머리는 노랗게 탈색한채 자아가 덜 자란 인물이다. 문학적 재능을 알콜에 의지하는 동생, 매사에 의욕 없는 언니 사이에서 부모와 주변사람을 챙겨야 하는 미연은 ‘세자매’의 핵심인물이다.

어느 날 평소처럼 미옥의 전화를 받지만 이번엔 자신도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경험이다. “서너살때 내복차림으로 동네 슈퍼에 뛰어갔던 이유”가 미옥이 궁굼해 미치는 이유다. 정확한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미연은 그때의 불안하고 무서운 감정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각자의 삶을 살던 세 자매가 아빠의 생일잔치를 위해 모이면서 반전을 맞는다. 지방 교회의 장로이자 누구나 인정하는 인자한 신도인 아버지를 위한 잔칫날이기에 담당 목사까지 참석했다. 신앙심깊은 아버지의 자애로움도 잠시 세 자매의 막내 남동생이 등장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남동생의 진상짓은 마음 깊숙이 내재된 아버지에 대한 분노임을 관객들은 눈치챌 수 있다.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는 성격과 폭력성은 미움받아 마땅하지만 평소에는 순한 양이다. 주변인들은 그를 불쌍히 여기지만 술만 먹으면 터지는 시한 폭탄을 곁에 둔 불안한 심정이다. 미연은 그제서야 미옥이 기억했던 그 순간의 진실을 가족들 앞에서 폭발시킨다. 부모는 사과하지 않았고이웃들은 그 시절 “자식은 때려 키우는 것”이라며 방관했다.

폭력의 대상이었던 큰언니와 남동생의 아픔을 그제야 알아챈 미연은 참고 있던 눈물을 삼키며 절규한다. “아버지, 우리에게 사과하세요”라고. 무능했지만 회개해 신의 품에 안긴 아버지의 선택은 ‘세자매’의 강력한 한방이다. 카메라는 아버지의 표정을 결코 클로즈업하지 않는다. 

 

저 멀리 제 3자인양 프레임 외곽에 자리잡은 아버지의 발악을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겨놨다. 이에 대해 미옥 역할을 맡은 장윤주는 “말로는 쉬운데 할 수 없는 게 가족들에게 있는 것 같다”며 극중 애증의 세월을 에둘렀다. 문제없는 가정이 과연 하늘 아래 존재할까 싶다. ‘세자매’는 그 잔인한 진실을 가장 처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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