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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경찰이 ‘정인이’를 놓치는 이유

입력 2021-01-25 14:09 | 신문게재 2021-0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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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을 두고 경찰에 대한 원망감이 높다. 세 차례의 신고에도 아이를 구할 기회를 모두 놓쳐 버려서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법 개정에 따른 실질적 변화를 기대해도 될지 의문이다. 


지난 해 여행가방에 갇혀 숨지는 등 학대받은 아동의 참혹한 죽음이 이어짐에도 아동학대 방지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주변인의 관심과 의식있는 행동으로 살릴 수 있었던 아이를 결국 숨지게 했다는 안타까움이 정인이 사건에 더 분노하고 사건 담당 경찰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게 되는 이유다.

경찰은 왜 아동학대에 이처럼 미온적이고 무능력이랄 수밖에 없는 모습으로 대처했을까. 아동학대는 심각한 폭력이고 엄중히 다뤄져야 할 범죄다. 당연히 담당 경찰은 부모의 아동 보호 의무와 아동의 보호받을 권리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잘못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문성은 법과 제도가 아동학대 현장 안으로 들어와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경찰대응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경찰 조직문화를 들여다 봐야 한다. 몇 년 전 피해아동을 분리시킨 경찰관이 부모에게 고소당하고 징계 받은 사례는 경찰들로 하여금 아동학대 사건은 조심스레 다뤄야 한다는 인식을 굳혔다. 학대를 부인하는 부모로부터 ‘직권 남용’으로 고소돼 재판에 회부되고 직무정지를 당하는 동료를 지켜보며 소신껏 일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이 어떤 방향이나 목표로 나아가도록 하는 행동에는 ‘동기’라는 근본적인 힘이 작용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동기이론’이라고 부른다. 동기는 보상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전이나 승진 등의 외적 보상이나 자기만족과 자기개발 같은 내적 보상이 있다. 인간은 동기가 주어질 때 적절한 보상을 통해 활동 자체에 기쁘게 몰입할 수 있다. 그러나 행동의 목표가 자기수행의 과시이거나 실패를 회피하는 데 있을 경우 위험부담을 꺼리고 기피하게 된다. 동기 유발을 위해서는 성공에 대한 지속적 강화가 주어지고 실패로 인한 당황감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현실적으로 성취가능하고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인지하며 긍정적인 보상이 주어질 때 목표를 지향하는 동기가 유발된다.

현실적인 배려나 지원 없이 직업적 사명감과 역할만 강요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승진에 별 도움이 안되는 분야, 잘못 건드리면 일만 커지는 사건으로 치부되는 한 아동학대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전문가를 현장에서 만나기는 어렵지 않을까. 모든 공무원이 자신의 발전과 신념에 집중하는 내재적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좋겠지만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일 뿐이다. 경찰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보상이나 보호 없이 책임과 의무만 강조하는 것은 공허하고 비현실적이다. 잘못은 잘못이고 경찰이 아동학대를 잘 방지할 수 있으려면 경찰의 조직문화와 현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선점을 모색해야 한다. 해결이 쉽지 않은 힘든 일이어도 집요하게 파고들며 일할 수 있는 심리적 동기와 구조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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