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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홍지영 감독의 질문! "모두가 행복하면 안되나요?"

[人더컬처] 영화 '새해전야' 감독 홍지영
영화 '새해전야'로 구정 극장가 포문, 9명의 배우들 능수능란하게 조율,힐링 무비로 완성
아내지아 감독,엄마로서의 비결 "솔직하게 고백하고 도움 요청한다"
"'~전야'시리즈 3부작 구상중"

입력 2021-02-08 18:00 | 신문게재 2021-02-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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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감독(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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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영화의 화두는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을까?’예요.”

 

홍지영 감독의 영화는 간단하지만 심오하다. 마성의 네 남자가 운영하는 과자점(‘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자신에게 공기 같았던 남자와 결혼했지만 또 다른 사랑에 빠지는 여자(‘키친’), 과거의 나를 만나는 남자(‘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메리지 블루에 허덕이는 커플들의 이야기(‘결혼전야’)까지 복잡미묘한 관계를 확장시키고 결국 하나로 모은다. 

10일 개봉을 앞둔 ‘새해전야’는 감독이 3부작으로 계획한 ‘전야’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새해 일주일을 남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화면 가득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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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새해전야’로 구정 극장가에 포문을 여는 홍지영 감독이 화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

“고등학교 때부터 느껴졌던 그 기간이 주는 불안함과 설렘 등이 기억나요. 올해가 일주일 밖에 안남았을 때의 감정 그리고 새로운 해를 맞았을 때의 기쁨이 교차하기 때문이죠. 3부작의 시나리오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가제는 ‘졸업전야’인데 인생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졸업에 대한 이야기죠. 말을 하고 보니 ‘전야’ 시리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네요.”

 

‘새해전야’는 홍지영 감독작 중 가장 많은 언어가 담긴 작품이다. 그만큼 해외 로케이션도 많았고 출연 배우들도 다양하다.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한해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일주일 동안 펼쳐지는 아홉 명의 이야기는 배우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이동휘, 염혜란, 최수영, 유태오와 중국배우 천두링이 함께 했다.

 

독일어와 스페인어, 중국어까지 글로벌 프로젝트에 가까운 일정은 다행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모두 마쳤다. 신이 도운 일정이지만 그만큼 후반 작업도 길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고 여러 번 개봉일도 밀리며 남다른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예상과는 다른 답이었다. 

“본의 아니게 팬데믹을 정주행하는 경험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제 영화를 보며 스스로 위로 받았달까요. 행복이나 사랑은 영화적으로 진부한 아이템인데 이제는 너무 귀한 이야기가 됐어요. 어쩔 수 없는 일에 전전긍긍하지 않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죠. 필모그래피 안에서 가장 적절하고 용기있는 영화가 될 거라고 자부합니다.”

홍지영 감독은 최근 몇 년 간 빠르고 확실하게 자리잡은 여성 영화인 1세대 감독이기도 하다. 로맨틱 코미디 장인으로 불리는 민규동 감독의 아내이자 고1과 초등학교 5학년 두 딸을 둔 워킹맘이다. 비결을 묻자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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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감독은 이연희에 대해 “성숙하고 똑똑한 배우”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전작 ‘결혼전야’에서도 같이 작업한 두사람은 ‘새해전야’에서 탁월한 호흡을 보여준다.(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

 


“같은 ‘감독’일을 하는 사람과 20년 룸메이트를 한다는 건 어렵기도 해요. 하지만 동시에 이해를 받는다는 장점도 있죠. 밤 12시에 배우에게 오는 전화를 받거나 일 때문에 아이를 챙길 수 없는 사정도 다 아니까요. 가장 가깝지만 그만큼 무서운 모니터링을 해주는 존재입니다. 두 딸에게는 다 잘할 수 없기 때문에 부족한 점은 선언하고 도와달라고 했어요. 사실 휴대폰 바탕화면에 가족사진을 깔은 지 얼마 안됐어요. 현관문을 나서면 일만 생각해요. 집으로 돌아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애틋함이 부활하고요.(웃음)”

 

홍지영 감독의 남다름은 배우들의 찬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번 작업을 한 배우들은 모두 그와의 작품을 최고 애정작으로 꼽고 긴 시간 인연을 이어간다. 일로 만났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보노라면 감독이 지닌 특유의 인간미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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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

 

“제가 영화를 계속하는 이유는 배우들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새해전야’는 누구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퍼즐을 맞춰주더군요. 각자의 사연이 나와서 옴니버스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9명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각자의 매력이 발휘되는 한개의 작품을 찍었어요.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선배로서 경험한 것들을 들려주고 고민을 들어줘서가 아닐까요? 그저 일상을 나누는 거죠.”

 

그는 조만간 도래할 여성 영화인들의 결과물에 대해서도 당부했다. 

실제로 후배양성에도 적극적인 홍 감독은 “가르치는 학생의 3분의 2가 여학생”이라면서 “상업적 데뷔가 힘든 건 사실이다. 나 역시 정말 열심히 해도 3년에 한번 만들기가 어렵다. 투자자들이 ‘이런 건 여자감독이 잘하지’라며 맡기지만 기대 이상의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고 있지 않나. 확실히 분위기와 판도가 바뀌고 있다. 조만간 성별구분과 성비에 대해 ‘그런 시기가 있었어?’라며 되묻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새해전야’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서 시작됐어요. 저는 혼자만의 여행을 많이 떠나는데 그럴 때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극 중 ‘외로움을 느낀다면 잘 되고 있는 거야. 너만 외로운 거 아니거든’이라는 배우 염혜란의 대사는 제 경험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영화로 위로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감독으로서 보여드린 것보다 더 장르적 실험을 하고 싶은 욕구와 소재들이 쌓여있어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앞에서 밝힌 제 화두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을까?’에서 출발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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