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시장경제칼럼

[시장경제칼럼] 중대재해법,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

입력 2021-02-08 11:11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전삼현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 1월 8일 산업재해발생시에 기업과 경영자를 동시에 강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을 제정됐다. 이법은 제정 후 1년 후에 시행되므로 일각에서는 큰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법률은 크게 3가지 점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첫째는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안전담당자뿐만 아니라 사업주나 대표 이사 등에 대해서도 감독책임을 물어 엄격한 형사처벌을 가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원청업체의 사업주나 대표이사 등에게 감독책임을 물러 형사처벌을 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상품 등을 사용한 이용자 등에게 발생한 사망은 물론이고 상해에 대해서도 법인이 5배 징벌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주나 CEO도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법은 논의하는 과정에서 산업재해 관련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산업재해와 중대재해를 규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중대재해만을 형사처벌하고 징벌배상을 가하는 독립된 법률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서 중복처벌,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등 입법론적으로 논란이 많았다. 특히 아무리 주의를 다 해도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사업주와 CEO는 1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음은 물론이고 법인도 5배까지의 징벌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주도하여 법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치중하여 법률을 제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용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우려는 당장 법 제정 후 경영계는 물론이고 노동계도 나서서 입법적 보완을 요구하는 등 향후 지속적으로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우선, 노동계는 형벌과 징벌배상 정도가 너무 낮고 5인 미만 사업장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입법인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재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대로 경제계는 중대재해법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강력한 기업처벌법인 만큼 향후 사업주나 CEO에게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게 하는 정치입법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결국 이 법은 오는 4월 치러질 보궐선거를 앞두고 법리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입각해 만들어진 포퓰리즘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이 법률은 제조업과 건설업 분야의 심각한 위축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아 조속한 보완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들이 많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G5(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국가들의 산안법을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은 별도의 중대재해법이 아니더라도 현행 산안법만으로도 형사처벌 수준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산안법상 재해발생시 CEO는 최대 7년 이하 징역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미국(7000달러 이하)과 독일(5000유로 이하), 프랑스(1만유로 이하) 등은 징역형 대신 벌금형만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 벌금, 영국은 2년 이하 금고 또는 상한이 없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이번 중대재해법의 모델이 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중대재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자에게만 형사처벌을 하도록 처벌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반면 우리 중대재해법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기만 하면 사업주와 CEO가 형사처벌을 받을 받을 수 있어서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률임은 분명하다.

물론, 산업재해를 예방하는데 철저한 주의를 해야 소중한 인명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로나 중대재해발생시 형사처벌을 엄격히 하는 것이 예방효과를 높이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예를 들어 영국·호주·캐나다 등은 2000년대 들어 산업재해예방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 입법을 단행한 바 있으나 실질적으로 예방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기업과실치사법을 제정하여 시행한 영국의 경우 근로자 십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법 시행 직후에는 0.2명정도 감소했으나 2년 후부터는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호주와 캐나다도 기업 처벌강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처벌강화와 중대재해 감소간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고 한다.

이처럼 산업재해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대재해법을 제정한 것에 대해서는 나름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산안법의 특별법형식으로 형사처벌강화와 징벌배상만을 위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한 것은 향후 산업안전보건과의 관계에서 법해석상 상당한 충돌이 예상되고 있어서 입법정책상 많은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중대재해법에는 안전·보건조치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비용을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인해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원청업체의 사업주와 CEO에게 하청업체의 중대재해에까지 형사처벌 등의 책임이 부과되면서 향후 국내 원청업제들은 국내에서 하청업체를 선정하여 하도급이나 위탁 계약 등을 하기 보다는 외국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국내 일자리감소의 주된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대재해법은 법시행에 앞서 본문이나 부록 등을 개정해서라도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대재해법과 산안법을 단일법률로 통합해 기업들에게 법적용상의 혼란을 최소화시켜주는 입법적 노력도 지속적으로 병행될 필요가 있다. 단일법률 제정 시에는 선진 각국들의 입법례를 참조하여 국내기업들이 역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합리적인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