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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김태리와 순간접착제의 공통점

넷플릭스'승리호'에서 거침없는 장선장 역할 맡아
"나는 타고난 유리멘탈...잘 쓰이는 배우 되고파"

입력 2021-02-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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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의 김태리.대학시절 연극동아리를 통해 연기에 눈뜨며 배우의 길을 걷게됐다고.(사진제공=넷플릭스)

 

올 백 머리에 스마일 티셔츠를 입어도 귀엽다.게다가 자신보다 스무살은 더 많은 어른(?)에게도 반말이다.사랑을 고백하는 프랑스 꽃미남에게 “다시한번 만나면 머리통을 날려버리겠다”고 쏴대는 여자. 영화 ‘승리호’의 장선장은 김태리에게도 ‘파격’에 가까운 캐릭터였다.

넷플릭스에서 전세계 190여개 나라에 공개 된 직후 내내 상위권에 올라있는 ‘승리호’는 한국의 첫 SF라는 우려는 말끔히 종식시키며 출연 배우들에게도 날개를 달았다.화상인터뷰로 만난 김태리 역시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각인된 장르에 한 획을 그은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사실 ‘승리호’는 우리가 생각한 SF영화와는 거리가 멀다.출연진들은 구멍난 양말을 신고,쌀로 거래를 하고,각자의 언어로 말하지만 자동으로 번역되는 세계에 산다.하지만 쇼파나 주전자,고물상에서나 있을법한 냉장고등이 등장해 ‘지구적 친근함’을 더한다.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께 장선장의 어떤 얼굴을 원하시는지를 물어봤어요.전형적이지 않고,모든걸 통솔하는 이미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제 얼굴이 그 전형성을 덮는 포스가 될 것 같다는 말에 기꺼이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혜성같이 데뷔했지만 김태리는 독립영화에서도 ‘알아주는 얼굴’이었다.저음이지만 정확한 대사처리,무작정 예쁘지만은 않은 매력적인 얼굴이 ‘숨은 진주’로서의 아우라를 분출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 “가장 나 다운 역할이 바로 ‘아가씨’의 숙희였다”면서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걸 느낀다.영화 ‘ 1987’,‘리틀 포레스트’도 그렇고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등이 많은 사랑을 받은게 무서울 정도”라고 특유의 진중함을 뽐냈다.

우주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의 수장인 장선장은 김태리에게 자부심과 더불어 아쉬움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그는 “더 활기차고,막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했다”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선장이라는 타이틀에 휘둘리지 않는 인물이니까요.후반에 밝혀지지만 굉장히 엘리트였던 과거가 있죠.그래서 더더욱 신념이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길 원했어요. CG가 많다보니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총을 쏘고,터지지 않은 폭탄을 피해야 했는데 동료들과 다 같이 뻔뻔하게 할 수 있어서 재미는 있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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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는 “잘 쓰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제공=넷플릭스)

 

지금도 단체대화방을 통해 갱단 두목이었지만 이제는 기관사가 된 ‘타이거 박’(진선규),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돈이 되는 일이면 다 하는 조종사 태호(송중기)와 허물없이 지낸다는 김태리는 “영화 후기중에 ‘이제 한국영화에서 못 할 이야기 없고, 만들 수 없는 장르 없겠다’는 말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승리호’에 다시 탐승한다면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고민없이 기관사를 뽑아 웃음을 더하기도.김태리는 “이 얼굴로 그런 멜빵바지에 도끼를 휘두르면 재미있지 않을까”란 되물음과 함께 특유의 깨발랄 미소가 가득 퍼진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이미지를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지점이 없지는 않잖아요. 그 안에도 진심이 보여지게끔 제 자신을 잃지않으려고 해요.사람을 대할 때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 만큼은 연기를 하면서 결코 잃고싶지 않습니다.”

김태리는 지난해 유독 남다른 성장통을 겪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 두 달간의 영국체류를 끝내고 국내에 들어온 후 ‘승리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데뷔 6년차에 거장 감독들과의 장편 영화 4편,스타 작가와의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찍은 그 해 무작정 해외연수를 떠난 배포와 결정 뒤에는 의외로 깨지기 쉬운 유리멘탈이 있었다.

“언어적인 욕심 보다는 고독과 외로움을 온 몸으로 부딪힌 시간이었죠.덕분에 주변을 잘 돌아보고,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챙기게 됐어요.제 장점은 배우로서 노력하는건데,단점은 잘 깨지는 영혼의 소유자란 거예요.(웃음)계속 이 일을 하는건 순간접착제를 빨리 붙이는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앞으로의 계획이요?사실 새해 계획도 거창하게 하는 대신 자잘하고 소소한 것들을 이루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요.불러주는 곳에서 잘 쓰이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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