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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백승환 감독이 말하는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을 용기'

꿈을 위해 달리는 사람들의 '허기'에 집중한 영화 '더블패티'17일 개봉
배우 꿈꿨지만 캐스팅 고배,대신 배급사 다니며 '영화판'경험 쌓아
특유의 말 맛,음식에 대한 탁월함,유머,감동 녹여낸 수작

입력 2021-03-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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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입사를 뒤로하고 영화가 하고 싶어 국내 굴지의 배급사에 입사했다. 이후 프로듀서와 기획,제작을 거쳐 영화 ‘더블 패티’를 내 놓은 백승환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PAX스튜디오)

 

“배우의 꿈은 아직 안 접었습니다.”

경제학 전공으로 들어간 학교는 복수 전공이 더 재미있었다.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배우가 되려고 했지만 방송 3사에서 아나운서와 드라마 PD부문에 모두 낙방한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에서 영화 배급을 경험한 뒤 제작사를 차렸기때문이다.

백승환 감독(42)을 표현하는 말에는 앞서 표현한 부가적인 설명이 필수다. 다수의 영화에서 기획과 협력 프로듀서로 활동,이후 단편 ‘대리 드라이버’로 서울독립영화제와 미장센영화제를 단번에 접수한 '실력파'기도하다. ‘하고 싶은 걸 하자’ 보다 더 단호한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되도록 하지 말자’란 디테일한 결심을 인생 모토로 삼고 있는 인물이다. 


재기발랄한 작품을 발굴하고 대상에 걸맞는 작품이 없으면 무관으로 다음해를 기약하는 두 영화제를 쥐락펴락한 경험은 첫 장편 ‘첫 잔처럼’에서 빛을 발한다. 대한민국 남자가 지닌 특유의 가오와 학연, 지연을 코믹하게 다룬 게 ‘대리 드라이버’라면 ‘첫 잔처럼’은 사회생활이란 야생의 정글에서 때론 밟히고 누군가는 이끌며 성장하는 인간사를 술과 안주를 통해 숭고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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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블패티'(사진제공=kth, 판씨네마)

지난 명절 안방극장을 웃음과 재미로 물들인 ‘큰 엄마의 미친봉고’도 그의 작품이다. 유교사상에 찌든 여성들의 통쾌한 반격을 그린 이 작품은 극장 개봉과 동시에 지상파 상영을 확정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17일 개봉한 ‘더블 패티’는 사실 ‘큰 엄마의 미친 봉고’ 보다 먼저 찍은 작품이다.  젊은이들의 꿈과 도전이 백승환 감독 특유의 말맛과 음식으로 화면 가득 담겨있다. 그는 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해 연기적 갈증을 풀기도 했다.

“감독이 배우를 겸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죠. 양익준, 윤종빈 감독님 정도? 제대하고 오니 학교에 연기예술학과가 생겨서 배우를 지망했는데 아무도 안 시켜주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출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주말의 명화 세대다 보니 항상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확고했습니다.”

다른 집안이었으면 불 같은 반대가 뻔했을텐데 백승환 감독의 부모는 달랐다. 알고 보니 사업가 출신 아버지도 ‘임권택 영화학교’를 다닌 과거(?)가 있었고 그 피는 백승환 감독을 비롯해 배우로 활약 중인 동생 백주환에게까지 이어졌다.

“데뷔작인 ‘첫 잔처럼’의 영어 원제가 ‘더 퍼스트 샷(The First Shot)이에요.이번 영화를 ‘더블 패티’로 지은 건 2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PC통신 시절 제 아이디가 ‘백도날드’일 정도로 햄버거를 좋아했거든요. ‘더블’은 사실 극 중 주인공인 씨름선수와 앵커 지망생의 모습에서 따왔어요.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가지고 평행선을 이루고 있는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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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블패티'(사진제공=kth, 판씨네마)

‘더블 패티’는 몇해 전 뉴스면을 장식한 ‘꽃미남 씨름 선수 열풍’에서 출발했다. 민족을 대표하는 정통 스포츠지만 다소 올드한 느낌을 줬던 씨름에 새 바람을 일으킨 젊고 멋진 젊은이들의 이야기였다. 여기에 영화 현장을 뛰며 알게 된 ‘맛집’들을 접목시켜 두 번째 장편을 완성했다.   

 

“기본적으로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맛집을 많이 알아요. 돈이 없어서 그렇지 취향만큼은 세계 최고를 자부하거든요. 아르바이트나 직장 생활을 하며 꿈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진 ‘허기’에서 영화적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조사를 좀 해보니 씨름 매력이 남다르더군요. 일단 때리지를 않고샅바 하나에 모든 걸 거는 신사적인 스포츠잖아요.”

‘더블 패티’의 주인공 우람(신승호)은 평생 씨름을 해오다 슬럼프에 빠져 무작정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다. 그곳에서 번번히 언론고시에 낙방하는 현지(아이린)를 만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하게 된다. 그들의 행보에 삼겹살과 소맥, 홍어회와 햄버거 그 외 다양한 음식들이 따로 또 같이 스쳐 지나간다. 이 영화의 장점은 로맨스 장르가 가진 진부한 엔딩을 거부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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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진 체격과 이국적인 외모가 눈에 띄지만 운명은 그를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이끌었다.(사진제공=PAX스튜디오)

우람은 선수로 돌아가는 대신 국가의 부름을 받는다. 잔뜩 얼어있는 이등병의 표정 위에 슬쩍 스치는 미소로 러브 스토리의 여운을 남긴다. 그는 “뭔가를 향해 청춘을 불태웠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괜찮다는 걸 관객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제 작품에 저를 포함해 ‘한국남자의 찌질함’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웃음) 일단 여자들은 모두 멋있게 나와요. 여자는 직진하는데 남자는 로터리를 빙빙 돌고만 있는 형국이랄까요. 배우들이 그 지점을 탁월하게 표현해 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백승환 감독의 영화에는 시그니처 장면이 있다. 항상 광화문 사거리와 그곳에 우똑 서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 장면이다. 이에 대해 “장군님의 간지를 담고 싶어서”라며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자주 등장하듯 한국영화에 우리의 대표적인 공간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매번 그 곳을 넣는다”고 말했다.

백승환 감독의 작품에 ‘사단’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당연히 나오는 배우들이 있다. 정영주와 조달환을 필두로 이지현, 송동환 등이 그 주인공이다. ‘더블 패티’에서도 ‘이런 모습이 있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배우들의 다양한 모습이 관람 포인트다. 그는 “상대방이 ‘그만 보자’하지 않으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라고 눙치면서도 “대학로를 주름잡는 선배님들이야말로 내 영화의 보물들”이라고 강조했다.

“감독 코스프레만큼은 하지 말자 주의예요. 매일 꾸준히 대본 쓰는 걸 최우선으로 합니다. 8부작인 ‘조국과 민족’의 4부 대본까지 나온 상태고 넷플릭스와 이야기중입니다. ‘모래시계’를 보고 자라서인지 남탕 영화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거든요.(웃음) 연출자이기에 앞서 제작자 출신이라 다른 감독의 작품도 캐스팅을 이야기중입니다.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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