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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세계를 감동으로 이끌 이상한 영화 '미나리'

[Culture Board] 한국인에겐 외화,미국인에겐 '한국영화'인 '미나리'
골든글로브 외국어상 수상하며 아카데미 가능성 '활짝'

입력 2021-03-03 18:30 | 신문게재 2021-03-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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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의 신드롬이 심상치 않다. 기회의 땅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공개 직후 선댄스영화제의 대상을 거머쥔 후 일년 가까이 금빛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고향을 등지고 ‘기회의 땅’ 미국으로 온 선조들을 가진 대부분의 아메리칸들이라면 눈물, 콧물을 안 쏟을 수가 없다.

순혈주의가 강한 한국인조차 극 중 윤여정이 열연한 외할머니 순자를 보면 절로 ‘우리 할머니도 저랬어’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격투기를 즐겨보고 화투를 좋아하며 쿠키라고는 구울 줄 모르는 이상한(?) 할머니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만큼은 전세계를 관통하는 ‘만국공통의 향수’랄까.

영화는 1980년대 미국 외곽의 시골이 배경이다. 현지인들조차 포기한 척박한 농장을 인수한 제이콥(스티븐 연)은 10년 전 아내 모니카(한예리)와 한국에서 건너온 이민 1세대다. 병아리 감별사를 하며 모은 전재산을 투자해 이곳에 온 이유는 늘어가는 한국인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국 야채를 재배해 팔려는 계획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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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관계로 나오는 앨런 조와 스티븐 연이 보여주는 연기는 ‘미나리’에서 없어서는 안될 지지대다. 스포트라이트는 윤여정이 받고 있지만 그 8할은 이들이 보여주는 생생함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사진제공=판씨네마)

 

태생적으로 심장이 약한 아들 데이빗(앨런 김)에 대한 걱정으로 안정된 도시생활을 꿈꾸는 모니카는 남편의 무모함을 일단 두고 보기로 한다. 손이 빠른 아빠에 비해 이제 막 병아리감별사로 첫발을 내딛은 엄마를 보는 딸 앤(노엘 조)의 마음도 편하지 않다. 아픈 동생도 돌봐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툼이 잦아지는 부모를 보는 것도 공포스럽다.

 

‘미나리’는 점차 균열되어 가는 가족들 사이로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를 구원투수처럼 등장시킨다. 데이빗은 삶은 밤을 입에 넣어 까주고 돌아다니는 뱀을 보고도 “숨어있는 것보다 안 위험하다”고 알려주는 할머니가 경악스럽다. 게다가 모두가 뛰지말라고 말리는데 “적당한 운동은 좋은 것”이라며 자신을 집 근처 개울로 매일 데려가는 것도 이상하다.  

 

순자는 걱정이 많은 딸을 다독이고 무리하는 사위에게 한국에서 몰래 가져 온 비상금을 내준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개울에서 키우며 향수를 달랜다. 평온한 일상도 잠시 제이콥의 농장은 우물이 마르면서 위기를 맞는다. 주변 이웃들은 돈을 투자해 우물을 파라고 조언하지만 매사에 근검절약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한국인의 투지를 자극하는 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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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는 고단한 이민자의 일상을 다루면서 그 안에서 꽃 피우는 가족의 연대에 집중한다. 처음에 “냄새난다”고 할머니를 싫어했던 데이빗은 어느새 오줌도 가릴 정도로 부쩍 자라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갑자기 쓰러진 할머니에게 자신의 침대를 내어줄 정도로. 그리고 앤은 투정 대신 엄마를 위로할 줄 아는 딸로 자란다. ‘미나리’는 모두가 포기하는 순간, 다시금 삶의 희망을 제시하는 영화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영화의 엔딩은 그야말로 숨이 멎는다. 정이삭 감독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그는 “딸이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작품만 날길 수 있다면 어떤 영화여야 할까?”에서 출발했다고 ‘미나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28일(현지시간) 골든 글로브 외국어상이 발표되자 그의 품에 안기는 어린 딸의 모습이 클로즈업돼 감동을 더했다.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지닌 ‘미나리’는 단순히 영화 제목을 넘어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물이 됐다. 그렇게 ‘미나리’를 통해 우리에게는 ‘기생충’만 있는 게 아님을 전세계가 알게 됐다. 3일 개봉.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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