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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예리가 말하는 '미나리' 그리고 모니카

[人더컬처] 영화 '미나리' 한예리
지난 3일 개봉한 '미나리'의 홍보요정으로 활약
이른 나이에 가정 꾸린 부모님 생각에 '울컥'
"주제가 부른것 또한 영광"

입력 2021-03-08 18:30 | 신문게재 2021-03-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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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의 한예리(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는 미국으로 떠난 한국이민 1세대의 이야기다. 첫 화면부터 단출한 살림살이를 실은 남편의 이사 트럭을 따라가는 한예리의 모습이 잡힌다. 10년 전 남편과 함께 미국에 와 아이 둘을 낳고 열심히 살았지만 더 부자가 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병아리 감별사인 남편은 돈을 한국의 부모와 동생에게 보내는 전형적인 남자. 홀어머니를 두고 미국으로 떠나온 자신의 희생은 어쩌면 당연했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가진 인물이라고 봤어요. 그래야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을 거라고 봤죠. 배우 입장에서 꼭 아이를 낳아야지만 모성애 연기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돌아보니 ‘미나리’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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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의 한예리.(사진제공=판씨네마)

한예리가 본 모니카는 ‘희생이 큰 캐릭터’다. 보다 나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자 노력하며 교육의 힘을 믿는 전형적인 ‘한국엄마’였다.

 

극중 아시아인이라고는 전무한 동네에서 교회를 다니며 형편보다 과한 헌금을 하는 모습에는 자신과 달리 자녀만큼은 그들과 섞이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녹아 있다. 

 

그는 “영화 촬영 후 변한 게 많다”면서 “촬영하면서 큰 에너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극중 친정엄마 순자 역할을 맡은 대선배 윤여정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굉장히 건강해졌달까요. 멘탈과 몸 모두가 예전보다 더 활기차진 걸 느끼고 있어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힘듦보다 좋은 스태프와 감독님을 믿고 가는 태도를 몸에 익힌 소중한 순간이었어요.”

 

촬영이 다 끝난 뒤에야 정이삭 감독에게 자신의 캐스팅 이유를 물었다는 한예리. 미국에서 나고 자란 정이삭 감독은 배우의 유명세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걸어 들어오는 한예리를 보고 “모니카가 걸어 들어오는 구나”를 외쳤다는 후문이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따라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모든 걸 한예리에게 맡겼다.

영화 속 모니카는 억척스럽지만 과하지 않은 인물이다. 남편이 퇴근 후 농장운영을 하며 파김치가 돼 돌아오자 자신 역시 병아리 감별을 배우며 가계에 보탬이 되려 한다. 빠르게 구분하는 병아리 수만큼 수입이 느는 직업인지라 손이 느린 모니카는 집에서도 연습을 한다. 

 

한예리는 “너무 작고 부드러워서 혹시나 다치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찍었던 신”이라면서 “촬영 당시에는 항문을 보고 감별하는 법을 배웠는데 지금도 구분이 어렵다. 모양이 똑같다. 직업적으로 존경할 따름”이라며 밝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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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의 한예리(사진제공=판씨네마)

 

“제 부모님도 모니카와 스티븐처럼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리셨어요. 그래선지 이 작품을 찍으며 어린시절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실제로 극 중 두 사람처럼 우리들 앞에서 싸우기도 하셨는데 자식된 입장에서는 눈치를 봤지만 되려 더 단단히 자라게 되는 것 같아요. 제목의 ‘미나리’처럼요.”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 관객들이 이 영화에 환호하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하다. ‘미나리’의 친정엄마 순자는 모니카가 떠난 긴 여정을 따라 미국에 온다. 멸치와 고춧가루를 잔뜩 싸서 고국의 향수를 머금은 채. 할리우드를 넘어 영국까지 활동영역을 높이고 있는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는 한예리가 살짝 눈물을 머금은 채 고춧가루를 찍어 먹는 연기에 “힐링 받았다”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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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의 한예리.(사진제공=판씨네마)

“생이별을 하듯 떨어져서 다시는 못 만날 거란 생각을 했을텐데 결국 만난 사이잖아요. 말은 안했어도 컨테이너에 사는 딸의 모습에 마음도 아팠을거고요. 가장 내 편인 사람을 타지에서 만났으니 그 감정이 산보다 클 거라 생각했어요. 저도 모르게 엄마나 할머니가 썼던 ‘아이고, 아이고’가 나오던데요.”

 

‘미나리’는 지난해 미국의 독립예술영화 축제인 선댄스 영화제의 최고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한예리가 부른 주제가는 올해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고 이미 골든글로브 최우수영화로 선정돼 금빛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과도한 스포트라이트에 대해 한예리는 “미국이 이민을 와서 뿌리를 내린 나라라서 그런지 ‘미나리’를 단순히 한국의 이야기가 아닌 가족의 희생으로 자란 자신들의 이야기로 접근하더라”며 인종과 국가에 국한된 영화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예리가 보여주는 한국 엄마는 현지인의 틀을 깨는 모습이기도 하다. 같은 동양인 중에서도 일본 엄마들은 ‘헬리콥터 맘(아이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교육하는 엄마를 지칭하는 말)’으로, 중국계의 경우 ‘타이거 맘(무섭게 훈육하는 엄마)’으로 불리는 대체적인 분위기기 때문이다. 남다른 경제력을 발휘하는 마피아나 유태인처럼 미국에서도 계를 하는 한국엄마들의 남다름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밉게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가족을 위해 얼마나 많은걸 감내하는 모두의 어머니같은 모습들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모니카는 ‘힘들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결코 먼저 ‘끝내자’는 말을 하는 인물이 아니잖아요. 엄마란 그런 것 같아요. ‘미나리’에 들어있는 감정은 무수히 많지만 관객들이 그 느낌을 집으로 가져가셨으면 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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