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비바100] 이 세상 모든 1학년들에게 전하는 응원…‘넘어!’ 김지연 작가

[人더컬처] 그림책 '넘어!' 김지연 작가

입력 2021-03-08 18:00 | 신문게재 2021-03-09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
  • 밴드
  • 프린트
KimJiYeon001
‘넘어!’의 김지연 작가(사진=이철준 기자)

 

“저 역시 매번 응원을 받고 싶어요. 저는 졸보에 엄청난 겁쟁이에요. 어려서는 학교에 너무 가기 싫었어요. 그런데 학교를 가면 모범생이고 반장이고 학생회장이었죠. 학교엘 가면 힘들고 불편했는데 계속 잘해야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어려서는 그게 뭔지 몰랐는데 어린이 책을 하게 되면서 그런 마음을 헤집어 보게 됐어요. 감사한 일이죠.”

1919년에서 2019년까지의 한국 근현대사를 개인과 그 가족의 삶을 통해 풀어낸 ‘백년아이’,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군 산불사건을 그린 ‘호랑이 바람’ 등의 김지연 작가는 새로 출간될 그림책 ‘넘어!’에 대해 “응원”이라고 표현했다. 역사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묵직한 사건들과 메시지를 주로 다루며 판화, 마블링 등 다양한 기법들을 선보였던 김지연 작가의 ‘넘어!’는 아이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하는 ‘응원’의 힘에 대한 이야기다.


KimJiYeon002
‘넘어!’의 김지연 작가(사진=이철준 기자)

◇따뜻한 보살핌과 응원의 힘 ‘넘어!’

 

“(회의에 함께 하고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담임인 반에서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할 선수 선발에 자원한 아이의 이야기였어요.”


김 작가의 전언처럼 그 시작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학교에 올 수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학부모 연수를 위한 그림책 강의를 만들고자 교육부 주최로 열린 모임이었다. 

 

김지연 작가를 비롯한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 교사, 시민단체 간사, 뇌과학자, 어린이 도서관장 등의 월례 회의에서 들은 초등학생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장대높이뛰기 반대표로 나섰는데 응원하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서 달려가더래요.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넘어!’라고 외쳤더니 넘더래요. 그 아이는 학교 대표로 뽑혀 시 대표가 되고 도 대표가 돼 전국소년체전에서 1등을 했죠.”

어른의 보살핌으로 아이가 멋지게 성장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응원의 힘과 가치를 깨달은 김지연 작가는 ‘넘어!’의 초고를 단숨에 써내려갔다. 해당 사연의 교사는 현재까지도 자비를 털어 연간 150권의 책을 구입해 함께 읽고 연극으로 무대에 올리는가 하면 시를 쓰기도 하면서 아이들을 응원하고 다독이고는 한단다. 대안학교 교사이기도 한 김 작가는 “교사가 해야할 일은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행하는 학습 진행 보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를 돌보고 응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넓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의 세계가 훨씬 넓어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많지 않아요. 응원 뿐이죠. 성공하라는 응원이 아니에요. ‘뭘 하든 지지할게’의 의미죠.”  

 

KimJiYeon003
‘넘어!’의 김지연 작가(사진=이철준 기자)

 

그리곤 책 중 “안되면 말고”라는 대사를 인용했다. “한 발짝 내딛어 보고 선택하라는 것”이라며 “일단 해보고 혹은 뭔지 들여다보며 된다, 안된다를 판단할 수 있게, 그 가능성을 아이 스스로 가늠하도록 해주는 것이 어른”이라고 덧붙였다.

 

“한번 해봐! 내가 열어줄까? 선생님이랑 같이 넘어볼래? 싫어? 그러면 다른 것도 있어…끊임없이 아이를 응원하는 게 선생님이고 부모이며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응원이 엄마, 아버지였어요. 저를 너무 믿으셨고 매번 응원해주셨죠.”

그리곤 “엄마도, 아버지도 말씀이 많지는 않으셨다. 그림을 좋아하는 저를 위해 신문의 전시기사를 오려뒀다 주셨고 아버지는 지금도 제 머리를 감겨주겠다고 하신다”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하는 응원들이 저를 성장시킨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요. 굳이 피를 나눈 부모가 아니어도 돼요. 어른들이 부모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 하나는 누구나, 무엇이나 될 수 있거든요. 선생님, 책의 주인공,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 등에도 의지하고 응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LineKakaoTalk_20210222_133348198
김지연 작가의 새 그림책 '넘어!'(사진제공=북멘토)

◇아이를 위한 화사하고 예쁜 책 선물

 

“이번 책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화사하고 예쁜 책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래서 활용한 기법이 일종의 디지털 판화인 ‘리소 프린트’다. ‘리소 프린트’는 일본 리소과학공업주식회사 인쇄기 중 한 종류로 디지털화된 실크인쇄에 가깝다. 고가의 특수 종이에 제판을 하는 기법으로 아날로그, 레트로 감성 표현에 주로 쓰이곤 한다. 

 

판화를 주로 작업하던 김지연 작가는 ‘호랑이 바람’에서 터키 전통 ‘마블링화’ 기법을 적용해 메시지에 무게를 실었다. 매 작업 ‘변화’를 꾀하는 김 작가는 “제가 작가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털어놓았다.


“저는 시각예술로 발언해야하는 사람이에요. 같은 그림체로 늘 같은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한발 앞서 가고 다른 쪽으로 걸어가고 깨어 있어야 하는, 방식이 다르게 발언하는 사람이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대에 따라 생각은 변하는데 같은 방식을 고수할 수는 없잖아요. 시각예술 작가로서는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보여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렇게 작가인 저는 새로운 작업으로 ‘넘어!’가는 일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넘어!’를 위해 1년 전부터 리소 프린트를 공부한 김 작가는 “예전방식으로 하는 판화로 시각적 효과가 좋다”며 “비용 문제로 어떻게 하면 리소 프린트 느낌이 나게 만들까를 고민하고 연구했다”고 털어놓았다. 원화를 그리고 색연필로도 칠해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꼬박 1년을 연구하고 땀 흘린 결과물이 ‘넘어!’다.

“리소는 망점이 필요해서 그냥 프린트로는 고유의 질감을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노랑·검정·파랑·분홍색이 필요한 장면이면 각 색별로 4장을 따로 그렸어요. 그걸 디자이너가 컴퓨터로 일일이 작업하는 식이었죠. 1년 내내 저 뿐 아니라 디자이너, 편집자의 육체적(?) 노동으로 일궈냈어요.” 

 

KimJiYeon004
‘넘어!’의 김지연 작가(사진=이철준 기자)

“잘 안될 거야, 그냥 하지마!”라고 속살거리는 악마에 울상을 한 아이 장면에서 시작하는 책은 “일어날까? 말까?” “인사할까? 말까?” “할까? 말까?” 등 고민하는 일상을 거쳐 “이젠 네가 친구를 응원해 봐!”라는 천사와 어른의 다독임을 받는 아이 장면에서 마무리된다.


“어쩌면 ‘넘어!’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응원법을 잘 모르는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이기도 해요. 2, 30대 청년들이 힘을 얻을지도 모르죠.”


◇불안하고 예민한 시대를 이기는 힘

“지금은 불안하고 예민한 시대예요. 그 불안하고 예민한 것들을 미래지향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이야기가 저에게 온다면 좀 따뜻하게 조명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식민지나 일제강점기, 전쟁이야기, 코로나19시대, 계층 간 격차 등을 계속 얘기하겠지만 암울함을 넘어서는 다른 시각, 앞을 내다보는 이야기로 하고 싶어요. 그것이 어린이 책을 하는 제 역할이죠.”

불안하고 예민한 시대는 아이가 달리기 직전의 심리를 화산 폭발에 빗대 표현한 장면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김 작가는 “장대높이뛰기 뿐 아니라 걸음마도, 학교를 가는 것도,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것도 어른들에겐 쉬운 일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일”이라며 “아이들에겐 화산이 폭발하는 정도의 에너지와 용기를 내야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부연했다.   

 

“아이들이 느끼는 그대로, 너무너무 조심스럽고 예민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불안하고 예민한 건 나쁜 게 아니라고. 예민한 건 아무도 못보는 걸 보는 능력이고 불안감을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눈치’를 서양 심리학 책에서는 ‘슈퍼’(Super)로 표현해요. 말하지 않아도 상황을 보고 공감각적으로 발휘되는, 초감각적 능력이죠. 그런 언어로 바꾸는 것 역시 제 일이죠.” 

 

Untitled-1
아이들의 예민함과 불안함을 표현한 화산폭발 장면(위)과 뛰는 순간의 느낌을 담은 장면(사진제공=북멘토)

김 작가는 이어 “불안하고 예민한 이 시대를 이기는 힘 역시 응원”이라며 “그래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아이에게 ‘넘어!’라고 외치는 장면이 너무 좋다”고 밝혔다.

“너무 불안한 시기를 살고 있다 보니 다들 우울해요. 그걸 ‘넘어!’가면 좋겠어요. 하지만 절로 ‘넘어!’가 지지는 않아요. 어느 누구도 아닌 ‘내가’ 한발짝 내딛어야하고 이웃들, 어려운 사람들, 사각지대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한 때 같아요. 관심이 결국 참여로 이어지거든요.”


◇세상의 모든 1학년들에게 보내는 응원 ‘넘어!’ 

 

KimJiYeon005
‘넘어!’의 김지연 작가(사진=이철준 기자)

“모든 1학년, 초등·중고등·대학의 실질적인 1학년 뿐 아니라 처음 입사한 사회 초년생, 뭔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 등 첫 걸음을 내딛는 모든 이들을 응원해주고 싶어요. 새로운 변화를 하려는 모든 1학년들요.”


사회적 문제를 개인 경험과 사고로 풀어내는 김지연 작가의 스타일은 ‘넘어!’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세상의 모든 1학년에 보내는 응원”이라는 ‘넘어!’의 메시지는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첫째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제 아이가 작년에 대학교엘 입학했는데 (코로나19로) 딱 한번 학교에 갔어요. 지난 한해 동안 채 10번도 안나간 그 아이가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경계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잘 이겨내기를 바라요. 더불어 자기가 자기한테 보내는 응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이 해주는 응원도 좋지만 내가 나한테 하는 응원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죠.”

이는 오색찬란한 태양이 뜨는 바다를 배경으로 초반과는 달라진 질문들을 던지며 홀로 선 아이의 모습을 담은 ‘넘어!’의 엔딩에 고스란히 담겼다.

“(장대높이뛰기를 성공한 아이에게)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하고 헹가래를 해주는 것도 좋죠. 하지만 ‘너 스스로 널 응원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어요.”

‘넘어!’가 응원의 힘과 더불어 자존감의 가치를 북돋운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그래서다. 이전 작들과 달리 ‘넘어!’는 모티프가 된 사연이나 각 장면마다의 설명을 듣지 않으면 메시지를 이해하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그림책은 시와 같다”고 비유했다. 

 

“동화책과 달리 그림책은 이미지로 얘기해요. 함축적이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몰라도 혹은 깨닫지 못해도 괜찮다는 여지를 두고 작업을 해요. 너무 많은 글이나 이야기, 설명 등은 독자의 상상력을 깨버리거든요. 독자에 따라 이 책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받기도 하고 ‘할까? 말까?’ 선택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해하기도 해요. 또 누군가는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하겠죠.”

 

Untitled-3
김지연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넘어!’ 장면(위)과 엔딩(사진제공=북멘토)

  

이는 “책에서 제 지분은 10%”이며 “책의 완성은 언제나 독자 몫”이라는 그의 지론과도 맥을 같이 한다. 김 작가는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이 아이는 이름도, 성별도 없다. 말 그대로 보는 사람 마음”이라며 “메시지는 작가의 생각이지만 시각 이미지가 넘어가는 순간 해석은 독자의 몫이며 책의 마무리는 언제나 독자가 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번 책에는 캐릭터 차트가 있을 정도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요. 저도 있고 같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함께 만들어주신 분들, 제 주변인들도 있죠.”  

 

더불어 김 작가의 책마다 등장하는 장애인, 사팔 눈의 친구, 피부색이 다른 엄마, 책속 등장인물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만나는 어린왕자와 장미, 피터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악마와 천사 등 어느 한 인물도 ‘그냥’ 등장하는 경우가 없다.



KimJiYeon006
‘넘어!’의 김지연 작가(사진=이철준 기자)

◇나 그리고 책에 대한 믿음


“저는 늘 믿어요. 제가 사는 대로 살아질 거라고. 저는 좀 미련한 사람이에요. 꾀부리지 않고 하루 10시간씩 작업을 하는 것이 마땅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죠. 게다가 매번 기법이 바뀌니 실험물이 엄청나게 많아요.”

이에 “내가 하는 건 다 될 것이다. 안되더라도 언제나 최선을 다할 거니까 후회라도 없자”고 생각하며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김 작가는 강의마다, 아이들에게 “예술가의 태도”를 강조하곤 한다.

“우리가 보는 건 피카소의 작품 하나예요. 하지만 그 하나를 위해 피카소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실패를 했어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누군가, 무엇이 빛나고 멋질 때는 그 뒤를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새로 만화를 배우기 시작한 김지연 작가는 만화 기법으로 작업할 차기작과 더불어 “온동네가 미워하는 아이가 돌봄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림책은 저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도움, 응원으로 만들어져요. 저는 부끄럽게 내놓지만 가져가시는 독자분들이 자기 몫으로 꼭꼭 씹어서 자기화하면 돼요. 저는 책을 믿어요. 세상의 모든 책은 어디서든 역할을 할 거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이 기사에 댓글달기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
  • 밴드
  • 프린트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

기획 시리즈

MORE

VIVA100

NEWS

人더컬처
카드뉴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브릿지 초대석
문화공작소

 평택시 농특산물 사이버장터

대한사회복지회-행복한날엔나눔

대한사회복지회-교육지원

거창군청

영암군청

오산시청

인천광역시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