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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전방부대서 벌레 먹으며 ‘위문공연’ 펼쳐… 해체 직전 1위한 기적의 걸그룹

[人더컬처] 軍위문공연으로 역주행 신화 쓴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2016년 데뷔...방송 스케줄 없어 군부대 위문공연 전전
-인기 얻었지만 ‘위문열차’는 계속

입력 2021-03-22 18:30 | 신문게재 2021-03-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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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 보도자료2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사진제공=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전생에 나라를 구한 기분이에요.”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민영·유정·은지·유나) 멤버들은 요즘 물밀 듯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4년 전 이들이 발표한 댄스곡 ‘롤린’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대중에게 회자되면서 아이유, 로제 등 쟁쟁한 솔로 여가수들을 제치고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데뷔 1854일 만에 음악방송 1위에도 올랐다. 방송, 신문, 유튜브 등 물밀 듯 밀려오는 인터뷰 요청을 소화하느라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1시간 이내. 피곤에 절은 모습이었지만 한달 전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브레이브걸스는 가요계에서 비운의 걸그룹으로 꼽혔다. 스타 프로듀서인 용감한 형제(강동철)가 2011년 야심차게 기획해 세상에 내놓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16년 멤버 교체를 통해 브레이브걸스 2기를 단행했다. 1기 멤버 2명과 새로운 멤버 5명을 더해 7명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현 멤버인 민영, 유정, 은지, 유나만 남았다. 

 

브레이브걸스 보도자료3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사진제공=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롤린’은 2017년 발표한 곡이다. 민영은 “처음 받았을 때부터 이 곡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곡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발표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홍보의 메인스트림으로 꼽혔던 방송에서도 외면받았다. 

 

만고만한 걸그룹들 사이에서 브레이브걸스가 택한 돌파구가 전방 군부대 공연인 ‘위문열차’다. 백령도, 거제도, 땅끝마을 등. 군부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민영은 “전방에 위치한 군부대까지 5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서 5분 동안 무대를 하고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털어놓았다. 

 

부대가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하다 보니 벌레도 많이 먹었다.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벌레가 입속으로 쏙 들어오곤 했다”며 “단백질 섭취를 하고 왔다”고 씨익 웃었다. 

 

그런 고생 덕분에 ‘롤린’은 군인들의 차트로 꼽히는 ‘밀보드 차트’(밀리터리 차트)에서 줄곧 1위를 달렸다. 선임이 후임에게 인수인계해주는 노래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해병대에서는 브레이브걸스의 ‘위문열차’ 방문 소식에 군인들이 직접 ‘롤린’ 무대를 꾸며 멤버들과 즉석 협연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군대에서의 인기는 높았지만 현실의 장벽은 높았다. 지난 5년간 멤버들의 수입은 0원. 수익을 내지 못하니 정산도 받지 못했다. 부모에게 손을 벌리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생이나 연습생들의 안무나 보컬 레슨, 유튜브 협찬 등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유나는 “카페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유정은 “초등학생 아역 배우 지망생에게 안무레슨을 했는데 당시 4학년이던 학생이 최근 SNS 개인 메시지로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민영은 “너무 힘들 때면 대표님께 사정을 얘기하고 용돈을 받기도 했다”며 “우리를 믿고 숙소를 지원해주고 도와주신 대표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브레이브걸스 보도자료1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사진제공=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지난해 8월 신곡 ‘운전만 해’를 내놓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군부대 행사도 올스톱됐다. 20대 중후반에 데뷔해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멤버들이 더 이상 팀을 유지할 수 없다 생각해 숙소에서 짐을 빼고 해체를 논의하기 시작한 게 지난 1월이다. 멤버들과 용감한 형제가 팀 존속을 논의하기로 한 디데이는 2월 23일이었다. 

 

회의 5일 전 유튜버 ‘비디터’가 자신의 채널에서 ‘롤린’을 언급하면서 갑작스럽게 곡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잠시 화제가 되고 말겠지”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멤버들도 갑작스럽게 밀려들어오는 스케줄에 놀라고 말았다. 민영은 “유튜버 비디터님이 5일만 늦게 이 곡을 언급하셨다면 우리는 이미 각자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라며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 2월 23일은 해체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됐다”고 떠올렸다. 

 

유정은 “곡이 인기를 얻기 2주 전에 내가 한 경연에서 1등을 한 뒤 시청 전광판에 내 얼굴이 크게 나오는 꿈을 꿨다”며 “당시 유나한테 ‘언니 1등했다’고 자랑했는데 알고 보니 SBS MTV채널 ‘더 쇼’에서 1등을 하면 전광판에 영상을 내보내준다고 한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아직 정산은 받지 못했다. 멤버들은 정산을 받게 되면 유기견 후원(유정)을 하거나 멤버들과 근사한 곳에서 식사와 쇼핑(민영)을 하고 저축(유나)하거나 부모님에게 드리고 싶다(은지)고 했다. 유정은 “민영 언니는 연습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 동생들 밥을 사주곤 했다”고 했고 민영은 “언니로서 뭔가 해주고 싶은데 가격표를 보고 메뉴를 시켜야 하는 게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막내 유나는 “통장이 늘 0원이라 돈이 쌓였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전했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이지만 자신들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위문열차’ 스케줄 만은 무조건 수락했다. 민영은 “우리가 공백기 때 버틸 수 있던 것도,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것도 ‘위문열차’ 덕분”이라며 “우리에게는 ‘위문열차’가 항상 1순위다. 언제든지 불러주면 가겠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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