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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효리 ‘마오’부터 ‘조선구마사’까지...대중문화계 화약고 된 ‘동아시아’ 리스크

[조은별 기자의 K엔터+] 대중문화 콘텐츠의 '세계화 리스크'

입력 2021-03-30 18:30 | 신문게재 2021-03-3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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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2회만에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진제공= YG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쳐웍스)

 

320억대 대작 드라마인 SBS ‘조선구마사’가 지나친 역사왜곡과 중국식 소품 사용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다 방송 2회만에 폐지됐다. 대중문화계에서는 그간 ‘선내수 후수출’ 개념의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를 맞아 세계화되면서 새로운 ‘글로벌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조선구마사’, 역사왜곡 경종과 시청자 소비주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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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2회만에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진=방송화면 캡처)

‘조선구마사’의 제작중단은 중국의 ‘문화동북공정’으로 인한 대중의 반중정서에서 비롯됐다.

 

이미 ‘조선구마사’에 앞서 tvN ‘여신강림’과 ‘빈센조’가 드라마 흐름과 맞지 않는 중국 제품 PPL로 뭇매를 맞은 상황에서 실존인물인 태종(김우성), 충녕대군(장동윤) 등을 주인공으로 한 ‘조선구마사’가 판타지 장르를 내세워 무리한 역사왜곡과 중국식 소품을 사용한 게 역풍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극 중 태종이 환영을 본 뒤 백성을 생시로 오인해 학살하고 충녕대군이 서역에서 온 구마사제(달시파켓)에게 기생집에서 중국식 음식인 월병과 피단을 접대하며 “6대조인 목조께서 기생 때문에 야반도주했다. 그 피가 어디 가겠느냐”고 발언한 부분이다. 충녕대군이 접대한 음식 소품 등과 더불어 자칫 조선의 건국 정통성을 부인할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1회 방송 뒤 누리꾼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전주 이씨 종친회도 유감을 표했다. 결정적으로 협찬사의 불매운동까지 번질 기미가 보이면서 촬영장소를 협찬한 지자체와 광고주들도 연이어 협찬 및 광고를 철회했다.  

 

결국 SBS는 닷새만에 드라마 방영을 중단했고 제작사인 YG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쳐웍스도 제작 중단과 함께 이미 판매된 해외 판권의 계약 해지 수순을 밟겠다고 밝혔다. 연출자 신경수PD와 대본을 집필한 박계옥 작가는 물론 주연배우인 감우성, 장동윤 등도 줄줄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부쩍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대중문화계 새로운 주권이 됐음을 시사한다고 정의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불매운동이라는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소지를 보이면서 현실적으로 제작의 어려움을 판단한 SBS가 닷새만에 드라마 폐지를 결정했다”며 “결국 대중이 소비자로서 주권을 행사한 모양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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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드라마 ‘설강화’ (사진제공=JTBC)

일각에서는 ‘조선구마사’ 사태가 창작의 자유를 지나치게 옭아맨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방송예정인 JTBC 드라마 ‘설강화’의 경우 사전 공개된 시놉시스로 민주화운동 폄훼논란이 제기됐다. 극중 주인공이 남파간첩과 안기부 직원인 점등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창작자들과 출연자를 향한 지나친 인신공격도 문제다. ‘조선구마사’의 박계옥 작가는 전작 ‘철인왕후’가 중국원작을 각색했고 중국 대형콘텐츠 제작사와 집필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조선족’이라는 근거없는 루머에 시달렸다.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도 자신의 SNS에 “군중심리로 작가의 상상력을 억압하고 나서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이 인정하는 하나의 역사만 말하고 가르치고 그래서 세뇌된 반일, 반중 테러리스트들이나 길러내자는 말이냐”고 우려를 전했다.

그러나 정덕현 평론가는 “창작자들이 창작의 자유를 앞세운다면 대중 역시 이의를 제기할 자유가 있다”며 “대중의 힘이 대중문화를 만들어가는 시대가 된 만큼 제작진의 고민이 부족했던 부분을 대중이 메우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 트와이스 ‘쯔위’·이효리 ‘마오’ 등 대중문화 전반 ‘글로벌 리스크’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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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트와이스 멤버 쯔위가 중국 네티즌들에게 사과하는 모습 (유튜브 화면캡처)

  

‘조선구마사’ 폐지 논란은 동북아 역사가 대중문화계 새로운 글로벌 리스크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특히 다국적 멤버를 보유한 아이돌 그룹 소속사들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 대만 출신인 트와이스 멤버 쯔위의 ‘하나의 중국’ 발언이나 지난 2019년 엑소 레이와 에프엑스 빅토리아, 갓세븐 잭슨, 세븐틴 준과 디에잇, 워너원 출신 라이관린, 우주소녀 미기·성소·선의, 프리스틴 출신 주결경 등 중국어권 출신 아이돌 가수들이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 개정반대 시위를 진압하는 중국정부 입장을 지지했던 사태 등 가요계도 복잡한 동북아 역사를 둘러싼 새로운 리스크를 맞고 있다.

 

국내 반중정서처럼 국내 콘텐츠를 둘러싼 중화권의 혐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톱스타 이효리가 MBC ‘놀면 뭐하니’에서 “마오 어때?”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가 중화권 누리꾼들의 반발을 산 게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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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MBC ‘놀면뭐하니’에서 “‘마오’ 어때?”라고 발언한 가수 이효리 (사진=방송화면캡처)

 

세계적인 스타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지난해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는 밴플리트상을 수상하며 “양국이 함께 나눈 고통의 역사, 수많은 희생을 기억하겠다”고 발언했다가 정전협정의 체결 당사자인 중국의 희생을 누락했다며 현지에서 비난을 받았다. 결국 이는 전세계 아미들의 역풍을 맞았고 양국간 문화 갈등의 골이 깊어진 또 하나의 이유가 됐다.

정덕현 평론가는 “OTT시대를 맞아 대중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통합양상을 띄고 있다”며 “동북아 근현대사가 문화적, 역사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드라마, 예능 창작자들의 노력과 더불어 가요계에서도 팀을 꾸릴 때 글로벌 역사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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