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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아저씨'의 중년버전… 미치도록 통쾌하다!

[Culture Board] 영화 '노바디', 제목이 주는 역설 또다른 재미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 캐릭터드의 향연

입력 2021-04-07 18:00 | 신문게재 2021-04-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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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백인,양로원의 노인,존재감 없다 튀어나오는 흑인등 이 영화가 가진 의외의 재미는 차고 넘친다.(사진제공=UPI코리아)

 

영화 ‘아저씨’의 원빈이 중년이 되면 이런 모습일까. 7일 개봉한 영화 ‘노바디’의 시작은 이렇다. FBI요원들이 “당신 누구야?”라고 묻자 “별 볼일 없는 사람(Nobody)”이라고 대답하는 주인공. 그는 방금 전세계 범죄집단의 은퇴자금을 관리하는 조직의 보스를 죽였다. 온갖 이해관계와 거미줄 같이 얽힌 비리로 인해 일망타진 못하는 거대 범죄집단이었다.

인터폴을 비롯해 각 나라의 수사기관들이 잡고 싶어도 잡지 못하는 우두머리를 가뿐이(?) 죽이는 과정에서 고도로 훈련된 각 조직의 부하들은 이미 숱하게 요단강을 건넜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허치 맨셀(밥 오덴커크)은 평범한 두 아이를 둔 가장이었다. 쓰레기 버리는 날을 툭하면 잊어버리고 사춘기 아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인 남자. 장인의 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취미로 지하실에 있는 오디오룸에서 수집한 LP를 듣는 게 유일한 낙이다.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해진 지 오래인 허치는 동네에 한두명쯤 있을 법한 존재감 없는 중년 남성이었다. 하지만 본능이 깨어난 건 딸이 애지중지하는 고양이 팔찌 때문이었다. 집에 들어온 좀도둑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반격 한번 못한 그는 자신을 원망하는 아들과 짐짓 실망한 아내의 시선을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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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이 당연히 기다려지는 엔딩 시퀀스는 주연배우인 밥 오덴커크에 대한 관심도를 높인다.영화 ‘노바디’의 공식포스터.(사진제공=UPI코리아)

 

하지만 늦둥이 딸의 팔찌가 사라진 걸 안 순간 오랜 시간 감춰왔던 그의 살인 본능이 깨어난다. ‘노바디’의 중후반은 도시외곽에 사는 도둑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난 동네 깡패들과 시비가 붙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버스 승객들을 희롱하는 양아치중 한명이 거대 조직의 동생이었고, 이는 곧 폭포수 같은 피의 향연으로 이어진다.

영화 ‘존 윅’과 ‘데드풀’ 제작진이 뭉친 만큼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대방과 혈투를 벌이는 과정이 꽤 사실적이면서 코믹하다. 허치는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일반인으로 살아온 만큼 각진 액션을 고대하면 큰 코 다친다. 세련된 맛은 없지만 도리어 질퍽해서 더 실감난다. 한 대를 때리면 두대를 맞는 식인데 진짜 코 뼈가 부러지고 주먹에 맞아 기도가 막히는 기분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재미는 소소한 반전이다. 전쟁에 참전한 경력은 있지만 관리직이었던 탓에 종종 무시당했던 그는 사실 집의 지하실을 대피소로 만들고 2000도의 열기도 견디는 금고로 특수 설계했을 만큼 ‘만일의 사태’에 제대로 훈련된 정예부대였다. 영화는 유순한 성격(으로 포장한)인 자신에게 종종 갑질을 해댔던 장인과 처남의 회사를 금괴로 사버리는 모습으로 속도감을 제대로 낸다. 더불어 그 곳을 천연 요새로 만드는 허치의 모습으로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치솟게 만든다. 전세계의 유명 미술품을 비롯해 현금 다발이 박물관 크기로 쌓여있는 곳을 스프링 쿨러에 석유를 부어 말끔히 태워버리는 신은 기발하기 그지없다.

‘노바디’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이 벌이는 액션물이다. 과거의 영광은 그저 과거일뿐 이들은 평범함 속에 자신을 숨기며 적응하려 한다. 극 중 허치의 아버지는 은퇴해서 양로원 신세를 지며 하루하루 늙어가는 평범한 할아버지다. 아들이 마지막 인사조로 “몸 조심하라”는 전화를 하자 누구보다 발빠르게 자신에게 덮칠 죽음의 그림자를 말끔하게 거둔다. 그의 양아들(로 보이는)과 나누는 대화는 쿠키영상이니 영화가 끝날 때까지 결코 자리를 뜨면 안된다. 사실 ‘노바디’에 장황한 설명은 필요 없어 보인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시대에 이 영화만한 정신적인 백신은 없을테니. 통쾌하고 짜릿하기 그지없다. 91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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