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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현재진행형에서 벗어나 노래하고 춤추는 ‘그날’은 올까? 뮤지컬 ‘광주’

입력 2021-04-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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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주
뮤지컬 ‘광주’(사진제공=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다소 문제가 됐던 부분을 개선·보완했습니다. 진실, 광주의 본질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수정들이죠. 2021년 올라온 ‘광주’ 그 자체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광주’(4월 25일까지 LG아트센터)의 고선웅 연출은 거듭되는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15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에서 “음악적으로도 정리하고 대본도 손질하며 스토리와 뮤지컬 자체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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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주’(사진제공=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41년 전 고난을 그대로 정확하게 바라보면 저희가 나름해야할 일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직업이 연출이니 서사와 미장센을 책임지면서 그때 아팠던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면 이 시대와 접점이 생길까를 고민했죠.

 

그리곤 ‘광주’가 뮤지컬 자체로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고선웅 연출은 광주의 보통 사람들이 겪은 1980년 5월 16일부터 열하루 사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분들은 그냥 절실했어. 진실이 있었는데 그 진실이 모두 차단된 곳이어서 세상에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들이 하고자 했던) 얘기를 전달하는 것이 뮤지컬 ‘광주’죠.”

 

 

고선웅 연출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이들을 과거로 덮어 버리자가 아닌, 제대로 진실을 규명해 ‘현재진행형이 아닌 역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공연하는 사람으로서 ‘광주’가 현재진행형이 아니면 좋겠어요. 과거의 일인데 왜 현재진행형인지 모르겠고 ‘아픔을 인정하고 애도하고 진실을 받아들이면 현재진행형이 안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라는 마음이죠. 현재진행형이 안되고 딛고 일어서 춤추고 노래하고 행복한 ‘광주’ 뮤지컬이 되면 좋겠습니다.”


◇참회까지 40년! 어쩌면 비겁했던 혹은 절실하게 뜨거웠던 이들의 이야기

 

뮤지컬 광주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현장(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광주’는 미국 중앙정보부 CIA 문건이 공개되면서 30년만에 존재 사실이 드러난 ‘편의대’를 다룬 작품이다. 시민으로 위장한 군인들을 일컫는 편의대원 박한수(민우혁·신우,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시민군을 조직하고 지휘하는 야학교사 윤이건(민영기·김종구), 황사음악사 주인 정화인(장은아), 야학교사 문수경(이봄소리·최지혜), 야학생 오용수(문남권) 등을 만나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따른다.

시민군을 폭도로 만들기 위해 광주에 파견된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로 새로 합류한 B1A4의 신우는 “이 인물을 관객분들이 어떻게 바라봐주실까 고민이 많았다”며 “주인공이긴 하지만 비겁한 인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기까지 40년이 걸린, 어쩌면 비겁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 또한 간과하지 않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뮤지컬 ‘광주’를 하기 전에도 (광주민주화운동은) 관심이 많이 갔던 일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공부했죠.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그리고 목적은 희생자들의 정신을 잊지 말자는 데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 광주
뮤지컬 ‘광주’(사진제공=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그리곤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뮤지컬 ‘광주’를 선택한 데 대해 “좋은 의미의 작품이어서 선택에 망설임은 없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초연에 이어 문수경으로 돌아온 이봄소리는 “어떻게 하면 문수경 뿐 아니라 이름을 가진 모든 광주시민들 하나하나, 그들의 마음 하나하나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 공연의 서사를 좀 더 친절하고 마음에 가 닿을 수 있게 전달할까를 모든 배우가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공연을 하다 보니 불과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무대 위에서 배우들끼리 에너지가 한번 더 상승되는 기운을 받아요. 감히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순간들을 경험했죠. ‘광주’라는 작품은 사실 보는 이에 따라 누군가에겐 굉장히 민감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적어도 이 무대 위의 배우들에겐 하면할수록 그때 그 시간들, 그분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은 작품이에요. 그때의 용기와 희생정신,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생겨나고 역사에 좀더 진중한 마음을 가지게 돼요.”

정화인으로 두 번째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장은아 역시 “배우들 모두 같은 마음”이라며 “당시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이뤄냈는지, 그 역사를 감히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말을 보탰다.

“감히 100% 이해는 생각할 수도 없어요. 따뜻하고 찬란한 봄을 누리를 수 있는 우리지만 당시 봄은 굉장히 아팠어요. 그 아픔을 뼛속까지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죠. 그 모습, 마음의 중심을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명랑하고 비장하게 ‘훌라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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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주’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

 

“역사 책에 기록된 역사가 있다면 ‘사연’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 ‘광주’의 음악과 노래는 전자보다는 후자를 기록하고 기억하기 하는 것들이죠. 광주는 노래나 음악으로 쓴 역사가 아닌가 싶어요.”

넘버를 꾸린 최우정 작곡가는 거대한 역사 보다는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음악과 노래를 강조하며 “개인적으로는 광주 뿐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에 관한 작품들 해왔다. 언제나 생각한 것은 적어도 ‘음악과 노래는 역사책 기록이 아닌 개인사를 다루면 좋겠다’였다”고 전했다.

“뮤지컬‘ 광주’에서도 거대 서사보다는 광주라는 큰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담담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 바람이 물씬 묻어나는 넘버가 하나로 뭉쳐 ‘독재자 퇴진’ 시위에서 다 함께 부르는 ‘훌라훌라’다. 계엄군이 겨누는 총구 앞에서도 지치지 않고 민주화를 외치는 광주시민들의 명랑하고도 비장한 넘버다.

“적극적으로 학생운동을 한 건 아니지만 ‘훌라훌라’를 알고 있었고 늘 듣던 멜로디였어요. 이를 어떻게 좋은 음악으로 만들까 고민하다가 ‘애국가’를 깔았어요. 광주 같은 역사를 다룰 때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아는, 그 현장에서 불렸고 살아서 계속 남아 있는 노래와의 접목이 필요했죠.” 

 

뮤지컬 광주
뮤지컬 ‘광주’(사진제공=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이어 최우정 작곡가는 “‘애국가’를 비롯해 저작권 문제 해결이 가능한 곡들만을 편집해서 만들었다”며 “그 현장에 계셨던 분이라면 들었던 ‘훌라훌라’와 (익숙한 음악들의) 단편들을 엮어 현장에 있는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이성준 음악감독은 “그 부분이 배우들 화음과 부딪히지 않도록 했다”며 “비울 땐 비우고 채울 건 채우고, 템포를 높이고 늦추는 등 대비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말을 보탰다.

신선호 안무감독은 뮤지컬 ‘광주’ 안무에 대해 “화려한 기교나 테크닉 등은 없다. 진솔하고 솔직한 그들의 움직임을 승화시키는 데 집중했다”며 “첫 번째 콘셉트는 심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의 정(情), 누군가 나약해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고 보듬고 어깨를 두드리죠. 그 응집력을 심장소리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동작은 단순하게 발 구르기입니다. 고개도, 발도 굴러서 하나가 되는 느낌이죠. 멋있게 하기 보다는 작은 불씨 하나가 큰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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