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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꼭 한번은 가봐야 할 사찰은 석가탄신일 최고의 공덕 선물"

인문여행작가 남민 "우리 사찰은 미래를 밝혀줄 도서관...'사찰 인문여행' 해 보시길"

입력 2021-05-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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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은 가봐야 할 사찰>의 저자 남민 작가.

 

우리나라의 사찰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한 인문 여행서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사찰>이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다. 어려운 출판시장이 상황에서도 출간 두 달여 만에 벌써 5쇄가 나왔다. ‘인문여행’이라는 새 장을 개척해온 남민 여행작가가 10여 년을 답사해 10개의 주제로 엄선해 쓴 이 책은 단편적인 종교의 영역을 넘어 우리 민족과 함께 호흡해온 많은 역사와 생활문화사를 중심으로 다뤘다. 일반인이 사찰여행을 할 때 가장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남민 작가는 이 책에서 “사찰은 우리의 가장 오래된 유무형의 문화를 창달하고 전승해 왔으며, 또한 미래를 향한 무한한 상상력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찰은 ‘미래를 밝혀줄 도서관’이라고 강조한다. 5월 19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더욱 주목받고 있는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사찰>의 저자 남민 작가와의 사찰과 인문여행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사찰은 미래의 길을 밝혀줄 도서관”

 

- 독자들에게 간단한 저자 소개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여행이 일상이고, 일상이 여행이 되어버린 작가 남민입니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가 동시에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울타리 밖으로 떠나본다는 심정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우리 땅 구석 구석을요. 처음엔 정처 없이 떠돌았습니다. 10년 동안 주말마다 떠났습니다. 10년 동안 빠져 들다 보니 어느 날 여행작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가야 할 새로운 길을 발견했습니다. 여행으로 모든 사람의 삶의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여행으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회복했고 내 울타리 밖에 매우 다양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기에 ‘모든 사람이 여행으로 인생을 한번 바꿔볼 수는 없을까’ 라고 고뇌하며 언론사 생활을 마감하고 지금은 독립해 많은 사람을 여행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스스로 ‘인류 문화사 여행작가’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인류’는 우리 인간 모두를 뜻합니다. ‘문화사’는 전 인류가 살면서 남긴 유무형의 흔적입니다.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 그러니 역사가 되겠지요. 그렇게 남긴 것이 바로 제가 말하는 인류 문화사입니다. 기본적으로 역사를 포함해 특정 인물, 그 인물이 남긴 교훈, 음식, 문학, 음악, 건축, 미술 등 이 모든 것이 한 시대를 살며 남긴 흔적입니다. 그곳을 찾아가서 보고, 듣고, 느끼고, 음미하고, 그것이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새겨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여행입니다. 저는 바로 이러한 여행을 주창하고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 자신을 ‘인류 문화사 여행작가’라고 말합니다. 이젠 우리의 여행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수학여행처럼 왁자지껄하게 끌려가듯 다녀오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증 샷만 날리는 것에서 벗어나 나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여행인 셈이죠.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먹고 살기 위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제외하면, 스스로 원해서 즐기는 행위는 모두 여행입니다. 집 주변 미술관도 내가 즐기기 위해 가는 것이라면 그것도 여행입니다. 여행에 대한 개념을 바꾸면 여행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서, 돈을 들여서 라도 해야 할 일입니다.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니 까요. 이젠 내 인생을 내가 기획 연출하고 주연하며 살아야 할 시대입니다.

 

- 이번 사찰여행 책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사찰>을 출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국내 여행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곳이 사찰입니다. 유럽에서 성당을 만나는 것과 같죠. 그런데 대부분 사람이 사찰 마당을 슬쩍 둘러보고만 나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왜냐면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관찰하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줄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 일일이 사찰마다 공부하고 가긴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그래서 ‘어느 사찰에 가서 뭘 보고 느껴야 할지에 대해 한번 얘기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눈으로만 보고 말면 금방 잊히지만, 마음으로 느끼면 어떤 영감을 받고 발전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 역할을 하려 했던 겁니다. 굳이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편하게 가서 즐겁게 관찰 여행을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겁니다. 

 

 

◇ “50개 사찰, 50가지 이야기로 나를 바꾼다”

 

-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사찰>에는 50개 사찰이 등장합니다. 왜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사찰’인가요?

 

이 책은 지금 시대 우리가 때론 힐링하고, 때론 지적 갈증을 해소해주며, 때론 자기 성찰과 함께 어떤 영감을 얻게 해주는 책입니다. 그것은 이론적 설명이 아니라 사찰에서 있어 온 사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 50개 사찰은 수많은 사찰 가운데 엄선한 것으로, 조용히 나 자신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하고, 결국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답해주기 때문입니다. 사찰마다 고유의 이야기와 남아있는 유산을 통해 미래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찰의 전설이 지금은 현실로 펼쳐지고 있으니 앞으로도 현실에 적용할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용히 귀 기울이며 그것을 지금의 시각으로 다시 생각해보면 많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영감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적어도 이 50곳은 ‘꼭 가봐야 할 사찰’입니다. 저는 독자들에게 잠든 의식을 톡 건드려준다는 느낌으로 풀어나갔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매일이 똑같은 날이 아닌, 매일을 새로운 날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었으면 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들려주는 사찰들입니다.

 

- 기존의 사찰 여행 책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이야기의 주제와 목표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책에서 보듯 사찰 이야기를 복잡하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제시한 것입니다. 사찰별로 누가 왜 창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사찰 이름과 사찰이 위치한 산 이름을 정한 배경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름은 곧 사찰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녀의 이름도 뭔가 의미를 담아 짓지 않습니까? 그리고 현장에 가서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고 봐야 할 것 들이 무엇인지를 핵심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 가장 큰 차별성입니다. 오랜 답사와 연구 끝에 나온 책입니다. 

 

- 총 10장까지 아주 인상적인 주제별로 잘 꾸며졌다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이런 주제를 생각했을까요?

 

총 10개의 핵심 주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여행하는 재미가 뚜렷하며 전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들려올 것입니다. 우리가 사찰에 어떤 관심과 흥미를 갖고 여행할까, 왜 사찰 여행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거듭하면서 만든 주제입니다. 이 10개 주제에 해당하는 사찰을 5개씩 엄선했습니다. 그 주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사찰들입니다. 각각의 사찰들은 고유의 이야기와 메인 주제가 자연스럽게 상호 연결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50개 사찰, 50가지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들려올 것입니다. 이젠 막연히 사찰로 여행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찰의 고유 특성과 포인트를 음미하며 나를 재발견하는 마음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 책을 접한 주변의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주제가 분명하고 신선해서 아주 좋았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찰에 가봤지만 막연히 갔기에 흥이 없었는데 이 책을 보니 몰랐던 내용들이 빼곡해 다시 가 봐야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재미있고 몰입하게 돼 술술 잘 읽혀 좋았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소장 가치가 높다고 말합니다. 불교를 믿는 어떤 분은 이 책을 읽고나서 불심이 더욱 깊어졌다고 말하고, 또 타 종교를 가진 사람도 소장 가치가 높다는 말과 함께 시간을 내어 이 50개 사찰을 따라 꾸준히 답사하겠다고 합니다.

 

 

◇ 벗처럼 곁에 오래 두고 읽어야 할 책 

 

- 이 책을 유익하게 읽는 법이 있다면?

 

이 책은 소설책을 읽듯 훅 한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필요한 사찰을 찾아 읽으며 의미를 새겨보는 게 좋습니다. 처음 읽을 때 스쳐 지나갔던 부분이 어느 순간 잠든 나를 깨울 수도 있습니다. 곁에 두고 오랜 벗 대하듯 하면 좋은 일도 생길 것 같습니다.

 

- 머지않아 석가탄신일인데, 이 책이 더욱더 주목받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5월 19일이 초파일, 석가탄신일입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시대일 때는 부처님 오신 날에 절에 가기도 예전만큼 자유롭지 못합니다. 원래 부처님 오신 날엔 3개 이상 사찰을 돌며 공덕을 쌓으란 말이 있습니다. 복을 받는거죠. 하지만 코로나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기 어려운 만큼 이번 석가탄신일엔 이 책으로 50곳의 사찰을 책으로 찾아가면서 공덕을 쌓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 책은 석가탄신일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읽어봐야 할 책일 것입니다.

 

 

◇ “진정한 여행은 인생도 바꾼다”

 

- 작가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무엇인가요. 

 

- 저는 항상 ‘여행은 인생도 바꾼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많은 인물들은 모두 사실 여행을 통해 자신의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공자도 55세에 무려 14년간 이웃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왔고 제자들은 그 과정에서 가르침을 전한 말들로 유명한 <논어>를 남겼습니다. 마르코 폴로, 애덤 스미스, 모차르트, 바그너, 베토벤, 괴테 등 모두가 여행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고 인생의 높은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정치가이든, 사상가이든, 문학가, 예술가 등 모든 사람들이 여행에서 착안하고 배우고 경험하여 각자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여행은 우선,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하게 합니다. 그러는 사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저 역시 직장인으로서, 매주 주말마다 10년을 여행했습니다. 그러다 작가로 변신했고 내 직장 바깥의 새로운 길을 봤습니다. 여행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며 나아가 실행하게 하는 매우 유익한 활동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여행을 기반으로 한 문화 활동을 한 단계 높여가고자 합니다. 책만 읽고 말면 읽는 재미로 끝나지만 그것을 여행으로 이어가면 비로소 자신의 체험이 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바로 좋아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즐기는 것, 즉 체험과 경험으로 자신이 향유하라는 겁니다. 현재 제가 하는 일은 작가인 만큼 꾸준히 유익한 인문학 책을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문학 강의와 여행 인솔, 방송 등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다져나가도록 돕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기업체 임직원과 공무원 등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해 왔습니다만, 앞으로 기회가 되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문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물론 코로나 시대를 극복해야겠지요. 어떤 식이 되었든, 여행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도전의 출발점에 다가가게 만드는 것이 제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다 보지 못한 세상은 정말로 넓습니다. 기대되지 않습니까? 여행하는 만큼 보입니다.

 

- 끝으로 책을 즐겁게 읽고 있을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행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 책을 읽을 때는 특히, 상상과 호기심을 많이 자극하는 게 좋습니다. 책을 통해 쉽게 설명한다고는 하지만 책으로 다 설명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부족한 부분은 여행지에서 채워야 할 몫인데, 우선 독서할 때는 그러한 여백을 스스로 채워보는 것입니다. 그것은 상상력으로 채워가는 겁니다. 그리고 ‘왜 그랬을까?’, ‘그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식으로 자문자답을 하며 읽으면 스스로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그러면 다른 일, 즉 직장인이라면 회사 업무, 학생이라면 공부에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행간을 읽는다는 것인데, 독서는 글로 다 표현되지 못한 여백을 독자가 스스로 읽어나가야 합니다. 상상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답해보고… 그런 만큼 자신의 역량도 키워가게 됩니다. 옛 성현들도 항상 자신보다 앞선 시대 사람들의 옛글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인생을 배웠습니다. 모쪼록 책을 읽는 것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은 없습니다. 유쾌하고 유익한 독서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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