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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흰색 고래 ‘벨루가’의 꿈…“국내 주류 시장의 다양성을 열겠습니다”

[스타트업] 주류 도매 O2O 플랫폼 벨루가브루어리

입력 2021-07-07 07:00 | 신문게재 2021-07-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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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루가브루어리

 

국내 주류 시장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일명 집에서 마시는 ‘홈술’이나 혼자서 마시는 ‘혼술’과 같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가 주류 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이하 벨루가) 대표는 이러한 변화가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하는 거대한 변화라고 진단한다. 커다란 바윗돌이 박힌 것처럼, 조그마한 변화도 수용하지 않았던 국내 주류 시장이 다양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확신이다. 

 

 

◇국내 주류 시장은 ‘갈라파고스의 섬’

김 대표가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한 사연은 흥미롭다. 군 복무 시절 입대 동기가 스타트업 창업에 몰두하는 것을 보고 뭔가에 홀린 것 마냥 자신도 반드시 창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혔다.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안 했을 겁니다(웃음). 그렇지만 창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 아쉬움은 계속 남았겠죠. 지금은 크게 만족합니다. 목적이 있고, 무엇보다 우리의 노력이 시장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2017년 수제 맥주 구독서비스를 시작으로 주류 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 현재는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응집,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는 주류 도매 유통 플랫폼을 구축했다. 그동안 주류 시장이 O2O(온·오프라인 연계) 수혜를 받아야 하는 대표적인 시장이었지만,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하자 이를 실행에 옮겼다.

“국내 주류 시장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갈라파고스 섬과 같아요. 디지털 문명화에서 고립된 배타적인 시장이죠. 하지만 작은 변화에도 큰 반향을 불러올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광복 이후 한 세기 가깝게 변화가 없던 시장인데, 마치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다고 웃을지 모르죠. 그렇지만 저희는 유의미한 변화와 성과를 하나씩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실제 벨루가가 이뤄낸 성과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1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 3000여곳의 사업자가 벨루가 플랫폼을 통해 거래를 하고 있다. 주류 상품은 무려 5000여개를 취급 중이다. 새롭게 발굴할 상품은 조만간 1만개 이상으로 2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플랫폼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2만개 상품이 올라가는 일도 무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상민대표

◇고속성장 비결, “시장의 필요를 채워라”

벨루가의 초고속 성장은 시장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류 도매 시장은 영업사원을 통한 일방적인 정보 획득이 비일비재했다. 이로 인해 상점과 상권에 맞지 않는 제품을 구입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졌다.

여기에 재고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면서 공급사는 수요보다 많은 물량을 창고에 보관하는 일도 허다했다. 미판매분 발생이 생긴다면 손해는 고스란히 공급사 몫이다. 상점 역시 원하는 주류를 제때 받지 못하면서 같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더욱이 납품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구의 책임인지도 물을 수 없는 일종의 불문율까지 통용될 정도다.

“국내 주류 시장이 15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도매 유통 구조가 규모에 걸맞지 않게 낙후됐어요. 정보 비대칭성과 파편화한 발주 채널 등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작동하던 시장이었습니다. 주류 도매상과 공급사, 상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장치가 절실했던 시장이었던 거죠. 그렇다고 저희가 온라인이라는 탈을 쓰고 기존 주류 시장을 옮기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실현하지 못했던 것을 온라인에서 실현하는 것, 진정한 디지털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 벨루가가 나아갈 방향입니다.”

자동차 마니아라는 김 대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테슬라를 언급했다. 테슬라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내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탄소중립 등의 시대적 요구를 누구보다 빨리 읽어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인기를 끄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포인트겠지만, 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선택할 수 있고 추천을 받는 것, 또 자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요구를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어요. 벨루가도 나중 넷플릭스와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플랫폼 그 이상의 역할

김 대표는 앞으로 벨루가의 역할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수요를 이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부문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번거로운 세금계산서 발행을 온라인에서 원스톱 처리하는 등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겪어왔던 고충들을 해결해주고 싶습니다. 공급사들은 플랫폼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또 절감한 비용은 서비스에 투입하는 선순환도 나타날 겁니다. 궁극적으로 더 많은 소비가 이뤄지면서 다채로운 상품이 등장하는 활력 있는 시장을 바라고 있어요. 실제 국내 주류 시장은 정말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주종이 판매가 급증하는 등, 소주와 맥주만 소비할 것이 아닌 다른 것도 소비해보자는 다양성이 생겨났습니다.”

김 대표는 벨루가를 통해 1인 창업도 수월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시장이 필요로 하는 빅데이터를 쌓아가고,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공급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이러한 비전 제시에 카카오벤처스, 500스타트업, 스파크랩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 벨루가 투자에 나서며 유니콘 탄생을 바라는 눈치다.

김 대표는 사명을 벨루가로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벨루가가 그냥 끌렸다며 환하게 웃는다. 흰색 고래 벨루가는 사람의 웃는 얼굴을 닮은 것으로 잘 알려졌다. 명석한 두뇌에 매우 정교한 소통 능력도 자랑한다. 흰색 고래의 지혜로운 유영이 어떠한 변화를 이끌지 다음 수순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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