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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의 2분기…'진짜' 웃은 곳은 삼성SDI

매출은 LG, 영업익은 삼성이 ‘1등’

입력 2021-08-05 14:02 | 신문게재 2021-08-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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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 (사진 제공=연합뉴스)

 

지난 4일 SK이노베이션(SK이노)의 발표를 끝으로 국내 배터리 3사의 올해 2분기 ‘경영 성적표’가 모두 공개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전방 산업 생산 차질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파상공세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숫자 이면의 표정은 모두 달랐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일회성 손익 및 비용을 반영하면서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고, SK이노는 배터리 사업의 본격적인 성장세는 확인했으나 적자 국면이 이어졌다. 진짜로 웃은 곳은 삼성SDI 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배터리 3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순수’ 영업 실적으로만 따지면 매출에서는 LG화학, 영업이익의 경우 삼성SDI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 매출은 LG화학, 성장세는 SK이노, 영업익은 삼성SDI

먼저 LG엔솔은 매출 5조1310억원과 영업익 8152억원이라는 ’역대급‘ 성적을 발표했지만, 사실 이는 일회성 요인을 반영한 결과다.

4000억원 가량의 ESS 리콜 충당금과 SK이노의 소송 합의금 1조원 등을 제외하면, LG엔솔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4조1390억원과 2500억여 원으로 크게 쪼그라든다. 영업이익률도 15.9%에서 6.0%로 대폭 떨어지며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도 꾸준했던 성장세가 실질적으로는 올해 2분기에 꺾인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숏티지’ 쇼크와 전기 자동차 업계의 생산 지연 등의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SK이노는 배터리 사업에서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반기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 등 신규 전기차 출시로 배터리 판매량이 늘면서, 해당 사업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6% 증가해 6302억원이 됐다. 매출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5000억원대를 돌파하면서, 올해 상반기만 따져도 지난해 매출에 필적하는 수준이 됐다.

영업손실 또한 979억원으로 두 분기 만에 1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앞서 SK이노 배터리 사업의 적자는 작년 3분기를 제외하고 꾸준히 1000억원대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올 1분기와 비교하면 44.6% 개선됐다. 영업이익률도 -16%로 전년 동기와 전 분기의 -34%에서 대폭 개선됐다. 중국 신규 공장들의 조기 안정화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SK이노 측은 전했다.

다만 SK이노는 LG엔솔에 지급하는 합의금을 영업 외 비용으로 반영했다.

지난 1분기에 주춤했던 삼성SDI는 창사 이래 최대 분기 매출과 전기 차 배터리 사업 흑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3조3343억원으로 30.3% 늘었고, 영업이익은 2952억원으로 18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무려 504.4% 급증해 2883억원이 됐다.

특히 중대형 배터리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삼성SDI 측은 강조했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유럽 완성차 업체향 공급 확대로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ESS 역시 미주 전력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주력인 소형 배터리의 활약도 이어졌다. 신규 전기차 프로젝트향 공급이 늘며 원형 배터리 판매량이 확대됐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매출도 신장됐다는 설명이다.

 

◇ 3색 로드맵…LG 동남아 선점 및 IPO·SK 분사·삼성 美 진출

 

배터리 3사의 실적과 함께 중장기 전략도 주목 받고 있다.

 

우선 LG엔솔은 현대차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합작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 동남아시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다. 아세안 전기차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는 인니에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보강하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LG엔솔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 공개(이하 IPO)를 추진하는 중이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LG엔솔의 기업 가치를 최대 10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LG엔솔이 중국 CATL과 세계 전기차 배터리 업계 1위를 다투는 톱티어이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주효한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이다.

 

다만 지속되는 리콜 및 화재 이슈는 해소해야 할 리스크로 지적된다. 안전성 논란은 그 자체로 소비자와 잠재 고객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는 배터리 사업 분사를 선언했다. LG화학에 이어 두 번째다.

 

배터리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IPO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일단 SK이노는 배터리 사업에서 이번 실적까지 확실한 성장세를 확인한 데다, 내년 6조원대 중반의 매출 및 영업이익 손익 분기점 도달 가능성까지 공언했다.

 

게다가 LG엔솔에 대한 2조원 규모의 합의금 지출로 시급히 추가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격적으로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나서고 있으나, 현 캐파(생산 설비 용량)로는 적자 타개도 어려운 실정이다.

 

SK이노의 배터리 사업 분할이 예상보다 조속히 결정된 만큼, IPO 역시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SK이노 측은 “(배터리 사업의) 자본 조달 방법이나 시기, 규모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분사 경우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6개월은 걸리므로 SK 배터리 상장은 내년 하반기에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삼성SDI는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추진을 공식화했다. 배터리 3사 가운데에는 가장 늦지만, 더 이상 미국 내 생산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개화를 맞은 주요 전기차 시장인 데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입김이 크지 않아 ‘K-배터리’의 새로운 주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2025년부터 발효되는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이하 USMCA)에 따라 전기차는 물론 관련 주요 부품의 생산 현지화도 사실상 불가피하다.

 

아울러 삼성SDI는 ‘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카드로 꺼내들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꼽히는 미국 테슬라를 비롯해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 업체들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SDI는 리비안 등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원형 배터리 공급 사업을 수주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전기차향 원형 배터리 판매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후 수주 상황 등을 고려해 원형 배터리 생산 설비을 증설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박민규 기자 miminq@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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