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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국에서는 영화가 좋으면 각본집을 안 삽니까?"

[책갈피] '헤어질 결심' 각본
박찬욱의 모든 영화는 결국 '멜로'였다
8월 5일 출간된 '헤어질 결심'각본집, 사전 예약만으로 베스트셀러 1위

입력 2022-08-04 18:00 | 신문게재 2022-08-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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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사진제공=CJ ENM)

 

처음 영화를 본 느낌이 좋아서 다시 안 보게 되는 작품이 있다. 그럴 때 (운이 좋다면) 각본집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본이 선사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촬영과 편집을 마친 최종 결과물과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 중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은 ‘N차’ 관람과 더불어 온라인에서 밈(Meme)까지 등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CGV가 집계한 7월 첫째 주 재관람률 통계를 보면 ‘헤어질 결심’은 개봉 1주 차 50만 관객을 넘은 한국 영화 중 재관람 비율이 가장 높은 영화였다. 롯데시네마 멤버십 가입 관객 기준으로도 4.1%를 기록해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높은 재관람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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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각본|정서경·박찬욱 지음|1만5000원.(사진제공=을유문화사)

올해 칸국제영화제가 박찬욱에게 감독상을 안긴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은 출판 시장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함께 쓴 각본집(을유문화사)은 지난 18일 예약 판매와 동시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저 뻔한 예약 판매라고 하면 곤란하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댓글에 영화 속 대사를 패러디하며 ‘헤어질 결심’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영화 속 해석과 더불어  숨겨진 상징 찾기가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 핫이슈로 떠오르며 각본과 영화 속 차이를 비교하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헤어질 결심’ 각본집 인기에 힘입어 박찬욱 감독의 전작 영화 각본집들도 ‘역주행’을 하고 있다. ‘박쥐(2009)’의 각본집은 전주 대비 판매량이 520% 증가했고, ‘아가씨(2016)’ 각본집 역시 423% 판매량 상승을 보였다. 


영화는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헤어질 결심 각본’에는 영화 속 명대사들과 영화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부분들이 담겼다. 서래가 직접 지어낸 ‘산해경’ 이야기는 서래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열쇠를 하나 더 제공하며,  어두운 밤에 세차를 한답시고 밖으로 나간 해준을 바라보는 정안의 실루엣도 각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각본의 표지를 장식한 산해경 그림이 지닌 무게감은 각본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체감할 수 있다. 이 산해경은 단순한 필사본이 아니라 서래의 외할아버지인 계봉석으로부터 주어진 유산인데 영화 속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복기하게 만드는 수정구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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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 직후 마주보는 탕웨이와 정서경 작가(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주인공을 맡은 탕웨이는 이 영화를 위해 한국어를 제대로 배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저 대사를 암기해 연기로 흉내내기 싫어 남편인 김태용 감독과 주로 영어로 소통했던 과거를 딛고 ‘헤어질 결심’에 다가간 것이다. 영화 속 설정상 드라마로 한국어를 배운 탓에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래의 한국어 대사와 번역기 스타일로 작성된 한국어 문장들은 활자로 읽었을 때도 특별한 매력을 풍긴다.

정서경 작가가 이 발칙하고 품격있는 러브 스토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부분 공들였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중국어 대사에는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그 의미를 더 깊이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헤어질결심
예약판매에 빼곡하게 달린 ‘헤어질 결심’각본집에 대한 패러디 댓글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파안대소와 함께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된다.(사진=Yes24화면 캡쳐)

  

“여자 성우: 농담 안 할 테니까 해준 씨도 솔직히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긴장하는 해준)
날 떠난 다음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으셨습니까? 아마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었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해준을 보는 간절한 서래의 눈빛)
그날 밤 시장에서 우연히 나와 만났을 때, 당신은 다시 사는 것 같았죠? 마침내.“
(‘헤어질 결심’ 대본집 165~166쪽)

무엇보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그동안 무수히 외친 “내 영화는 모두 멜로였다”는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진심으로 이보다 더 현실적이고 동시에 완벽한 러브스토리를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영화를 한 번 더 보기보다 이 각본집을 행여 닳을세라 읽을 것 같다.  ‘헤어질 결심’을 한 번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이 책’을 안 살 수 없고 읽어보면 ‘마침내’ 완벽한 만족을 얻을 것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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