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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고인(故人)을 다시 만난다… 생사를 뛰어넘은 '디지털 불멸'

[테크리포트] AI·버추얼 휴먼 기술 발전으로 완성된 '디지털 불멸'

입력 2023-02-06 07:00 | 신문게재 2023-02-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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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브레인AI에서 ‘리메모리’를 통해 AI 휴먼을 구성하고 있다. (사진제공=딥브레인AI)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사람은 언젠간 죽음을 맞이한다. 현대 과학·의학 기술로는 사람이 죽음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죽은 사람과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지낼 수 없기에 고인(故人)을 보내는 장례식장은 슬픔에 가득 차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버추얼 휴먼’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저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해 추모하는 것에서 벗어나 고인의 실제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게 함으로써 실제 인물과 유사한 버추얼 휴먼을 구현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 사람은 별세하더라도 고인을 기반으로 한 버추얼 휴먼은 디지털 세상에서 무한히 살아가는, 이른바 ‘디지털 불멸’ 기술이 AI 기업들의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국내 AI 전문 기업 딥브레인AI는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한 모습을 AI 휴먼으로 구현해 평생 간직하는 ‘리메모리’ 서비스를 론칭했다. 리메모리를 활용하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쇼룸에서 만나 대화가 가능하다. 리메모리는 국내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다.

리메모리는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자녀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다. 부모님이 평소 좋아했던 음식이나 취미, 자녀와 함께한 여행 등 개인의 삶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야기 등을 시나리오화한다. 이는 개인정보를 AI 휴먼에 학습시켜 추후 대화할 때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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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딥브레인AI)

 

이후 전문 스튜디오에서 약 3시간 정도의 촬영을 통해 AI 휴먼 제작을 위한 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완료 시 1차 샘플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완성된 AI 휴먼은 리메모리 전용 쇼룸에서 만나볼 수 있다.

리메모리의 AI 휴먼에는 그 사람의 목소리, 표정, 습관 등을 고스란히 담긴다. 한 번의 촬영만으로 그 사람의 목소리 톤, 말하는 습관, 표정의 디테일까지 표현이 가능하다.

리메모리에는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 STT(음성-문자 변환) 및 챗봇 기술을 적용했다. 이로 인해 사용자의 질문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답변을 제공하는 실시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컨트롤룸을 통해 실시간으로 텍스트를 입력하면 사전에 학습하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답변한다.

리메모리로 구현된 AI 휴먼은 청담동에 위치한 프라이빗 쇼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고성능 마이크와 오디오가 설치되어 있어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며, 400인치 대화면 스크린을 통해 실물과 같은 크기로 연출해 실제 마주한 느낌을 받도록 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방영된 TV조선 교양 프로그램 ‘엄마의 봄날’에서는 리메모리를 활용해 구현된 고(故) 이병활 씨의 AI 휴먼과 아내 류순윤 씨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업체 컴투스는 고(故) 최동원 선수를 다시 한번 야구장에 등장시켰다. 고인을 모바일 야구 게임 신작 ‘컴투스프로야구V22’의 대표 모델로 선정한 컴투스는 메타 휴먼 제작 기술과 3D 랜더링 기법 등을 활용해 그의 현역 시절 모습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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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스튜디오의 ‘비엠리얼 솔루션’으로 구현된 고 박윤배 배우 가상인간. (사진제공=빔스튜디오)

 

컴투스는 흉내내기 어려운 투구폼 구현을 위해 고인의 신체 구조와 비슷한 야구 선수 출신 지원자를 선발해 두 달여 시간에 걸쳐 투구 폼 훈련을 진행했다. 104편의 영상 및 1800여개의 사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리콘 얼굴 틀을 만들고 6시간에 걸친 분장으로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고인의 모습을 완성했다.

음성의 경우 고인이 생전에 진행한 인터뷰와 방송활동, 개인 소장 자료에서 추출한 80여개 음성 데이터를 AI가 분석·학습했다. 그 결과 고인의 발음을 비롯해 미세한 떨림까지 음성 복원에 성공했다.

국내 방송가에서도 별세한 스타들을 AI 휴먼으로 구현하는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디지털 휴먼 전문 기업 빔스튜디오는 자체 개발한 실시간 인터랙티브 방식의 AI 딥페이크 기술 ‘비엠리얼 솔루션’으로 2020년 세상을 떠난 ‘응삼이’ 고(故) 박윤배 배우를 구현했다.

tvN ‘회장님네 사람들’에 출연한 박윤배 배우 기반 AI 휴먼은 과거 ‘전원일기’에서 함께 연기한 주연 배우들과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으며 실제 딸 박혜미 씨와도 안부를 나누며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전했다.

KT는 2021년 고(故) 신해철 씨의 음성을 복원하고 ‘AI DJ, 신해철과의 만남’을 제작해 AI 플랫폼 ‘기가지니’를 통해 공개했다. 자체 개발한 개인화 음성합성 기술(P-TTS)을 활용해 고인이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1년간 진행했던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라디오방송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켰다.

P-TTS는 딥러닝을 이용해 짧은 시간의 음성 데이터로 특정 인물의 목소리 합성이 가능하다.

지난해 방영된 TV조선의 음악 프로그램 ‘아바드림’에서도 별세한 고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바드림에서는 ‘듀스’의 김성재와 배우와 가수로 활동한 ‘영원한 공주’ 김자옥, ‘내 눈물 모아’의 가수 서지원 등이 AI 휴먼으로 구현됐다.

이 밖에 터틀맨과 김현식, 김광석, 유재하 등 별세한 스타들의 목소리를 AI로 구현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외에서도 디지털 불멸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은 AI 음성 서비스 ‘알렉사’를 통해 고인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알렉사는 약 1분간의 음성 샘플만 있으면 고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복제해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개인정보를 이용해 AI 챗봇을 만드는 특허를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바 있다.

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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