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더불어 문화

[비바100] 전시를 완성하는 ‘사람들’ 그리고 과거와 미래의 ‘전시의 전시’

[Culture Board]

입력 2023-03-29 18:00 | 신문게재 2023-03-30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전시의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 주제기획전 ‘전시의 전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미술작품은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됩니다. 그렇게 전시기획자의 철학, 시각 등에 따라 해석돼 전시라는 형태로 외화되는 과정을 거치죠. ‘전시가 끝나면 도록만 남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에 ‘전시의 전시’는 이미 끝난 전시를 다시 한번 전시라는 형태로 불러와 재조명하는 독특한 전시입니다.”

‘보이는 수장고’로 특화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주제기획전 ‘전시의 전시’(7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에 대해 윤범모 관장은 이렇게 소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 아카이브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개관 5주년을 맞은 청주관에 특화된 전시로 41명 작가의 작품 49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 주제기획전 ‘전시의 전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의 김유진 미술품수장센터운영과 학예연구사는 “국립현대미술관 뿐 아니라 전국의 국공립, 사립 미술관에서 수많은 전시들이 개최되고 있다. ‘한번 개최된 전시들은 어디로 갈까’라는 사소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전시 종료 이후 사라져 버린 전시를 조명해보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전시의 전시’는 1969년 개관 이래 국립현대미술관이 진행한 1200여건의 전시, 그 중 서울, 덕수궁, 과천, 청주 4관 체제를 갖춘 2000년대 이후 각 관을 대표하는 전시를 ‘기념’이라는 주제로 선정해 재구성·재해석하는 주제기획전이다.  

 

전시의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 주제기획전 ‘전시의 전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선정된 청주관 개관기념전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덕수궁관 개관 20주년 기념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40주년 기념 ‘신호탄’, 광복 60주년 기념 ‘한국미술 100년(1부)’이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하나의 전시로 연결돼 구성된다.



◇전시기획부터 전시까지, 그 길 위에 선 ‘사람’들

1986년부터 현재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래프식 연표로 문을 여는 ‘전시의 전시’는 ‘전시의 전시: 기술’ ‘전시의 전시: 기념’ ‘전시 이후’로 구성된다. ‘기술’에서는 “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생각하는 공간”으로 “완성된 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과정, 기술적 요소들 등이 공존하며 과정과 결과를 공유할 수 있다.”

이 공간에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숨겨진 일들을 작업에 반영한 이정형 작가의 ‘오늘의 현장’, 큐레이터를 학예마법사로 설정한 김보람 작가의 짧은 영화 ‘소환술’ 등을 만날 수 있다. ‘소환술’은 학예마법사가 자신의 마법으로 전시실 작품들이 살아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QR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념’에서는 선정된 기념전들의 전시 자료, 작품 및 작가에 대한 정보, 전시 작품 일부와 작가의 인터뷰, 재해석된 신작 그리고 각 기념전의 큐레이터 인터뷰 영상 등으로 꾸려진다. 이 공간에서는 권영우의 ‘화실별견’, 변영원의 ‘반공여혼’, 김창열의 ‘물방울’ 연작 변천사, 한국사회와 개인이 처한 현실을 재현한 강홍구의 ‘오쇠리 풍경 6’, 전통과 현대적 요소를 융합하고 절충하는 시도가 돋보이는 장운상의 ‘미인도’, 각 세대 인물들 10점을 인체와 동일한 크기로 구현한 김상우의 ‘세대’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전시 김유진 큐레이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 주제기획전 ‘전시의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의 김유진 미술품수장센터운영과 학예연구사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인터뷰 영상을 좀 자세히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분량은 좀 길지만 각 전시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큐레이터라는 사람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이 있죠. 그 공통된 대답이 ‘큐레이터는 누군가를 연결하고 중재해주는 사람’이었어요.”

이어 김유진 학예연구사는 프랑스의 큐레이터이자 미술비평가 니콜라 브리오(Nicolas Bourriaud)의 “큐레이터는 연출가”라는 말을 인용했다. 

 

전시의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 주제기획전 ‘전시의 전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저 역시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영화를 연출하는 사람처럼 모든 사람들의 요소 요소를 하나로 뭉쳐 보여주는 사람이 큐레이터라는 사실을 염두에 뒀었거든요. 인터뷰한 큐레이터들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는 게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곤 “개인적으로는 ‘전시의 전시’가 ‘연작 형태의 사람 시리즈 전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숨겨진 뒷이야기지만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사람 시리즈’라는 걸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2020년 청주 특화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를 통해) 보존과학자라는 사람에 주목했다면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에 주목한 전시죠. 이후에도 ‘사람’에 주목하는 또 다른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들여다보는 이유 그리고 미래의 전시

전시의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 주제기획전 ‘전시의 전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전시의 마지막 공간은 전시 이후 남겨진 이야기들 그리고 미래의 전시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ChatGPT)의 활용이다. “미래의 전시는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 “큐레이터라는 사람이 없어진다면?” 등의 질문에서 시작한 큐레이터와 챗GPT의 대화영상이 전시돼 있다.

“과거의 전시를 현재에 들여다보는 의미,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졌던 질문들을 했고 꽤 마음에 드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챗GPT에게는 굉장히 신경써서 질문을 해야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답변이 나온다는 걸, 생각보다 정확도가 높은 답변을 들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거든요.”

더불어 수차례 챗GPT의 문제로 지적돼 온 정보의 오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유진 학예연구사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해 역사, 의미, 전시 등 여러 가지를 물었는데 대답이 달랐고 오류가 많았다. 개관도 맞추지 못할 정도”라고 짚었다. 

 

전시의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 주제기획전 ‘전시의 전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찾은 자료를 그대로 쓰기 보다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공부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반 데이터 축적이 안된 경우의 오류,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윤리적인 측면을 고려해 사용한다면 굉장히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이어 김유진 큐레이터는 과거의 전시를 들여다 봐야하는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전시는 조금 복잡한 경향이 없지 않다. 시대가 다양한 작품들이 같이 설치가 돼 있고 4개의 전시를 하나로 보여드리기 위한 시도들이 엿보이고 있는가 하면 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실 과거의 전시를 그대로 다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과거의 시대를 전시가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시사를 공부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념’이라는 것도 사실은 그 당시에 어떤 기념해야 할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그런 사회사의 문제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과거의 전시들을 한번씩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미술 작품들은 대부분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는 거예요. 기존의 것들을 활용하거나 아카이브를 활용하거나 하거든요. 그렇다면 전시도 마찬가지로 옛날 걸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청주=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