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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집을 짓는 사람들] ④ '편안한 집'의 완성은 훈훈한 이웃

정부지원 마다하고 자체 비용으로 '청소년문화의집' 지어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어울려 사는' 전원 공동체 마을

입력 2014-08-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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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집’은 아늑한 내부와 그 안에서 같이 사는 가족뿐 아니라 훈훈한 이웃도 갖춰야 한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우매리 산자락에 위치한 ‘공동체’ 백화마을에서는 안팎으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백화마을의 마을회관, 소모임, 마을화폐 등은 무엇 하나 혼자 만들어진 것이 없다.

마을 입구에서 보이는 ‘청소년문화의집’은 40가구가 2000만원씩 투자해 8억원으로 마련한 문화 공간이다.

나라에서 지어준다는 건물은 그들이 고집하는 친환경 자재가 아니었고 마을의 중요한 가치인 ‘생태’를 포기할 수 없어 100% 주민들의 사비로 지었다.

이성균 백화마을 촌장은 “놀이방과 독서실도 주민들 자체적으로 토론하여 설계했다”고 말했다. 

 

 

백화마을 목공예 동아리의 모습
백화마을 목공예 동아리 회원들이 목공예실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백화마을)

 


‘청소년문화의집’은 각종 교육과 동아리 활동의 장이다. 도자기공예, 독서모임, 방송댄스, 목공예, 풍물, 어린이 난타 등 다양한 활동이 여기서 이뤄진다.

동아리 종목은 온라인 카페를 통해서 공모했다. 최기연 백화마을 총무는 “동아리를 이끌어갈 반장을 정할 수 있는 곳만 활동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모든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백화마을 마을화폐
백화마을에서 사용되는 마을화폐. 쿠폰에 새겨진 백화마을 로고 또한 주민들의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채택된 것이다. (사진제공=백화마을)

 


마을에서 사용되는 마을화폐 또한 주민의 아이디어다. 백화마을 주민들은 불편한 교통을 카풀(Car pool)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차를 얻어 탈 때마다 쌓이는 미안함을 없애기 위해 마을에서만 쓰는 화폐를 제안한 것이다. 이제 주민들은 황간으로 나갈 때 마을화폐 1000원, 영동으로 나갈 때는 2000원을 낸다.

마영필 백화 기후·에너지학교 이사장은 “돈이 아니라 마을화폐를 사용하니 재미있게 주고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화폐는 부녀회에서 만들고 관리한다. 마을화폐를 모아 부녀회에 가져가면 10%의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바꾸어 준다.

마을의 회계도 위원회와 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세대주들이 각 30만원씩 모으고 매월 내는 3만원의 마을기금을 통해 마을회관 관리비와 각종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 간식부터 예초기까지 모든 지출내역은 마을 인터넷 카페에 공개된다.

최기연 총무는 “10만원 이상은 마을 운영위원회를 거치고 소강의실 난방전기필름처럼 더 큰 비용이 소요될 때는 마을회의를 거친다”라고 말했다.  

 

 

함께 모여 밥을 먹는 백화마을 주민들
한 달에 한 번, 백화마을 주민들은 손수 준비한 반찬과 함께 밥을 나눠 먹는다. (사진제공=백화마을)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2시는 전체 회의가 있는 날이다. 2012년 백화마을이 정착될 시기에는 매주 회의가 열렸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회의가 열리지만 한 번의 회의로 안건이 끝나는 일은 없다. 온라인 카페에 한 번, 단체 모바일메신저에서 한 번, 오고 가면서 이야기하고, 회의에서 다시 한 번 의논한 후 결정한다.

이들은 다수결이라는 쉬운 통로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마 이사장은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면 결국 반대를 하더라도 기분 상하거나 반발하는 경우가 줄어든다”고 전했다.

모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매월 함께하는 공동식사다.

7개 동으로 나뉜 주민들이 동별로 40가구분의 반찬을 만들어 가져온다. 마을회관에 있는 밥솥으로 밥을 짓고 준비한 반찬을 먹으며 그간 바빠서 보지 못했던 주민들과도 가까워진다.

주민들의 소모임도 활발하다. 성별·연령별로 가지각색이다. 아내들이 모여 만드는 부녀회, 60대 이상이 모여 만든 자문위원회, 100동부터 700동까지 동별로 벌이는 족구회 등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는 모임이 열려있다.

자문위원회의 황위숙씨는 “다른 지역의 전원주택 공동체에 살 때는 같이 모여도 따로 있는 느낌이었다”며 “백화마을은 어울려 사는 느낌이 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고 융화시키는 데 소홀한 마을들이 백화마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공용건물이든, 소모임이든, 작은 아이디어든 간에 서로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공동체.

노력이 더 필요하지만 짓고 나면 건강한 스트로베일 하우스처럼 많은 노력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백화마을은 오늘도 건강하다.

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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