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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한 제화 기업에서 '베테랑' 시니어들이 구두 관리법을 교육하고 있다.(AFP) |
이웃나라 일본은 정년제 개혁으로 ‘평생 현역사회’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60대 이상의 연령층이 연금으로 삶을 연명하지 않고 국가·기업으로부터 소중한 인력으로 평가받으며 진정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개정 고령자 고용안정법’ 실시를 통해 정년을 기존의 60세에서 65세로 올렸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기업은 정년인상과 지속 고용제도 도입 그리고 정년제 폐지(고령자 고용확보 조치) 중 한가지를 의무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또 본인이 희망하면 65세 이후에도 노동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정해 일본 내 정년제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일본 정부가 과감한 정년제 개혁을 단행한 이유는 현재 일본 사회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초고령화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층은 지난해 보다 약 111만 명 늘어난 329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고용안정법 개정 이후 직원 51명 이상 규모의 일본 국내 기업을 조사한 결과 60세 이상 근로자 수는 약 246만 5000명으로 지난 2012년보다 6만 명 가량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 희망자 전원이 65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기업이 법 개정 전과 비교해 2만 곳 이상 증가한 총 9만 5081곳으로 전체 기업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일본의 정년제 개혁은 사회 내 고령화 추세를 제대로 반영했다는 정책적 성과와 함께 노동력 증가 그리고 정부 세수와 기업 이익 확보 등의 효과를 보고있다. 주목할 점은 65세 이상 스스로의 ‘일을 하려는 의지’가 국가의 정년제 개혁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직업활동을 이어 나간다는 것은 노후의 경제적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조직 내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변화와 자아실현의 의미가 포함돼있다.
실제로 일본 내각부가 최근 일본과 서양의 60~80대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서 일본 시니어들은 미국과 유럽권 국가 사람들에 비해 현역으로 남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부에 따르면 ‘70대 이상이 바람직한 퇴직연령이라고 생각하는 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미국 17.8%, 독일 2.7%, 스웨덴은 2.0%였던 반면 일본의 경우 36% 이상이었다. 또 현역으로 남으려는 이유에 대해 일본인 응답자 중 35.7%가 “삶의 보람을 느끼기 위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 기업들은 단순히 법에 따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정년제 폐지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들은 시니어들의 일을 향한 의지에 공감하고 그들이 회사에 다양한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정년제 개혁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일본의 인사·채용 중계 업체인 ‘엔인사노미카타’(エン 人事のミカタ)는 지난 5월부터 약 2달 간 주요 기업 인사담당관 325명을 대상으로 시니어 고용과 정년제 개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85% 이상의 기업이 개정된 고령자 고용안전법을 준수하고 있었고 이중 약 10%의 기업이 법정 의무 연령인 65세를 벗어나 완전한 정년제 폐지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귀사의 시니어 사원들은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참여자 중 62%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의 활용에 답했다. 또 노하우 전수(44%)와 젊은 인재 육성(31%)도 뒤를 이었다. 때문에 65세 이상의 사원들은 주로 직원 교육과 컨설팅 분야에서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일본 일간지 아사히 신문은 엔인사미카타의 설문결과에 대해 “(시니어 사원들은) 정년 후 베테랑으로서 젊은 사원들의 연수와 교육을 주로 담당하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젊은 사원들도) 바로 위 선배들에게는 얻을 수 없는 베테랑만의 조언을 통해 업무에 빨리 익숙해지고 교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bridgehan@viva100.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