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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면 베풀어라… 긴 인생 기쁘게 놀다 가자"

[인터뷰] 김홍신이 말하는 '100세 사용 설명서'

입력 2014-09-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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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은 100세 시대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조건으로 '바람처럼 자유롭기, 자존심 지키기,품격있는 사람 되기, 즐기며 살기'의 네 가지를 꼽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여홍 기자

 

 

 

20만 독자를 감동시킨 깨달음의 메시지 김홍신의 ‘인생사용설명서’.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지침서다.

“인생은 일회용이므로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아직도 대립되는 사회 갈등 들을 위해 오른손 왼손을 두루 잘 사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의 책에서 강조한 내용들이다.

또 ‘균형’ ‘어울림’ 등을 언급하며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삶과 사회의 문제 해결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다가오는 100세 시대. 김홍신 작가가 제시한 <인생사용설명서> 내용을 잘 적용해 제대로 된 인생 후반기를 만들어 볼 수 없을까. 불안한 인생 후반기, 김홍신 작가가 생각하는 ‘100세 사용 설명서’가 궁금해 졌다.

지난 22일 지방에서 강연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한 그를 선거연수원에서 만났다.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는 열심히 살아왔다. 다가오는 노년기를 스스로 준비해야만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막막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베이비부머들 애타게 살아왔다. 세포 끝에 있는 텔로미어(염색체 끝부분으로 사람의 수명을 관장. 살아갈수록 손상에 의해 짧아짐)가 짧아졌다. 지금부터 애타면 더 짧아진다. 그렇게 되면 병자로 사는 기간이 20년이나 되는 것이다. 노년에 병자로 살면 인생 살았다 할 것이 없다.

-책 내용 중 ‘인생 후반기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후반기 균형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많이 가지려고 하는 단계가 아니고 풀어 놓는 단계다. 젊어서 100억 원을 목표로 하면 밤낮없이 뛰어야 한다. 하지만 나이 먹고 이렇게 하면 몸이 망가지고 마음도 다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젊어서 마음과 몸을 100을 썼다면 중장년이 되면 70-80을 써야 균형이 유지 된다.

-하지만 균형 있는 인생 후반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도 필요하다. 소신 있는 발언으로 의정 활동 시 많은 상을 받았는데 100세 시대 정책대안이 있다면.

국가의 육아문제와 노후보장책의 해결이 필수다. 공부하는 20대 초반까지는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아비용이나 등록금을 내줘야 한다. 그리고 나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고 이들이 취업해서 일하는 동안은 세금을 많이 내게 하면 된다. 또 열심히 일하는 동안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주고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조성 해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전한 밤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정의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직장인들이 집장만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이런 문제도 해결 돼야 하지 않을까.

도시에서 집장만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주택이 투자, 투기 목적이 아닌 주거위주가 돼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 되면 20대들이 능력과 개성을 드러내면서 창의력을 개발 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하면 보장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 세금을 많이 내고 노후가 보장되면 치매가 와도 안심이 되고 안심이 되니 오히려 건강 해 진다. 이렇게 되면 일하면서도 여유를 갖고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몸을 아껴야 한다. 젊어서 처럼 살 재간이 없다. 내가 평균 수명 이상을 살아야 한다고 가정 해야 한다. 남은 인생이 길다. 긴 인생을 마음고생, 육신 고생 많이 하다 보면 결국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다. 행복하려면 낮추고 베풀어야 한다. 그래야 엔돌핀도 많이 생긴다.

-인생 후반기. 스스로가 행복해야 사회 전체가 행복 해 질 수 있다고 하는데.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많은 것 들을 내려놓은 은퇴자들에게 행복의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어울림’이 중요하다. 경조사, 회비 등 나가는 것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임을 줄인다. 이렇게 되니 외롭고 고립되고 소통이 줄어들어 병이 되는 것이다. 외로움, 심심함, 소외감, 열등감, 주눅 드는 것이 순차적으로 오는데 이것을 피하려면 어울려야 한다. 적당한 모임은 건강을 가져다 준다. 내가 알고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계시는데 그 분은 정년퇴직하시고 붓글씨를 배웠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아이들에게 붓글씨를 가르치게 되었고 가르치다 보니 스스로 더 연습하게 되며 더 건강해 졌다. 이분처럼 삶을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자꾸 위를 쳐다보기 때문이다.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면 할 일이 생긴다.

-‘약간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 ‘신명바이러스를 갖기’, ‘정열지수 높이기’ 등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책에서 봤다. 100세 시대는 더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바람처럼 자유롭기, 자존심 지킬 것, 품격 있는 인간되기, 인생을 즐기고 기뻐하며 잘 놀다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4가지 정도만 더 추가하면 좋겠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역시 노력이 필요 하다.

-가족간에도 소통이 잘 안되는 것 같다.

효부터 달라졌다.근본 개념을 바꾸는 것이 아닌 방법론을 바꿔야 한다. 부모의 경우 엄격하지 말아야 한다. 나이 차이가 있는 친구처럼 부드럽고 자상해야 한다. 부부도 맹렬하게 사랑하다 친구처럼 살아야 한다. 자식도 부모를 사회에서 만난 멘토 멘티처럼 편안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자식관계가 편해야 나이 들어도 어울리고 여행하고 할 수 있다. 딱딱하지 않은 편안한 상하관계가 가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접착제 역할을 해준다. 가족부터 변해야 한다.

-100세 시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교육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릴 때는 어울림의 의미를 잘 인식하기 어렵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좋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어려운 친구를 끌어안을 수 있게 해주며 장애인을 도와줄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 특히 체험이 중요하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안대로 눈을 가리고 지팡이를 주고 걸어보라고 시켜봐라.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힘들지? 그럼 우리가 도와줘야 겠지?” 라고 가르치며 나 역시 언제 장애인이 될지 모른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또한 마음에서 우러나와 행동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시달리며 학교폭력, 시간 때우기 봉사활동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우리 교육. 어렸을 때부터 어울림의 교육이라면 골다골증에 걸린 대한민국의 교육문제들을 좀 보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책에 젊음은 씨를 뿌리는 시절이지 열매를 수확하는 시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100세 시대에는 씨를 뿌리는 시기와 수확의 시기를 어떻게 구분하면 되는 것인지.

젊을 때 씨를 뿌리고 나이 들어 열매를 수확하는 것, 이것은 균형이다. 하지만 100세는 다르다. 열매를 맺는 시기를 60이라고 보면 안된다. 20대, 30대, 40대, 10년씩 단계별로 나눠줘야 한다. 세대 단위로 계획과 목표를 세워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충돌의 미학’이란 얘기도 쓰셨다. 100세 시대에도 행복하게 잘 소통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 아닌가.

돌들은 물속에서 서로 마찰하면서 뾰족한 부분들이 둥글게 된다. 살면서 세상과 어울리고 일과 부딪히고 하면서 스스로 둥글둥글 해 지는 것. 이래야 상대에게 피해 안주고 주지 말아야 나도 상처를 덜 받는다.

2시간이 넘게 걸린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김홍신 작가는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냈다.

글=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사진=윤여홍 기자 pks1919@viva100.com 

 


◆김홍신은 

방송과 강연으로 바쁜 활동을 하고 있는 김홍신 작가. 그는 건국대학교 정치학 명예박사 및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현대문학에 '물살'로 등단했다. 15대, 16대 국회의원을 거쳤다. 현재 동서커피문학상운영위원회 위원장, 선거연수원 민주시민정치아카데미 원장 등의 직함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인생사용설명서' '대발해' '인간시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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