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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놀고 일하고… 30년 후 실버타운엔 '청춘'이 돌아온다

[실버타운 A to Z] ⑤ 2050년 실버타운 가보니…

입력 2015-02-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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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2031년 인구감소와 함께 고령사회에 빠르게 진입하는 현 상황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날 관계부처들이 합동으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에는 인구의 20%가 65세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2031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국내 도심형 실버타운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서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영국과 일본의 평생 거주가능한 주택 및 주거단지의 수요 증가가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히고 있다. 

 

손은경 KB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수도권의 고령화 속도가 비수도권보다 빠르고 자산 규모도 많기 때문이다. 도심의 실버타운이 크게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는 고령자들의 인구비중이 늘어나면서 고령자 중심의 마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의 예측을 토대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30년 후 미래의 실버타운을 미리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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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닿는 높이에 물건을 둘 수 있고 기력이 약한 아내가 서서 몸을 기대면서 가사 작업을 할 수 있는둥근 모서리의 주방가구가 알맞다. 사진은 고령자 특화 디자인된 주방가구. (사진제공=이태리 주방가구 스나이데로)

 

내 나이 올해로 85살. 경기도 A신도시 실버타운에 아내와 10년째 살고 있다. 

 

실버타운이라고 했지만 옛날처럼 특정 건물에 입주해서 매달 돈을 내고 주기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형식이 아니다. 이젠 2170여가구 아파트 전체가 실버타운이다.

이 실버타운은 사실 미분양 아파트였다. 2020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2031년부터는 아예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집을 사거나 집에서 살 사람도 줄었으니 빈집이 넘친다. 

 

아파트값은 뚝 떨어졌지만 학군이나 교통이 좋은 곳은 예나 지금이나 가격이 치솟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이를 가진 요즘 부모들이 어떻게든 도심으로 간다.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도시 외곽에 있어 자식들이 찾아오기 좋지만 가격은 싼 아파트에 시니어들이 모이고 정부가 지원을 약속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실버타운이 생겨났다.


이제 집 팔아서 차익을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으니 아파트 내부는 나이가 들어도 살기 좋게 싹 바꿨다. 

 

장애나 연령과 상관없이 누구나 쓸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했다. 

 

우리집은 특히 화장실에 신경 썼다. 바닥은 미끄러지지 않게, 욕조에는 문을 만들어 넘어 들어가다 다칠 염려도 없다. 

 

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집안 곳곳에 손잡이도 있다. 노인들의 사고예방이 복지비용을 줄이는 길이란 것을 깨달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리모델링 보조비와 세제혜택 등을 지원하고 의료·보안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주택(Smart Home)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밥은 실버타운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전용식당에서 먹는다. 

 

아파트 동마다 5층이나 6층에 식당이 있다. 영양사였던 누님이 식단을 짜고 주민이자 조합원들이 요리를 하는데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바로 그 맛이다. 

 

나가기 귀찮을 때는 태블릿PC로 식당에 식사를 주문하면 집에 차려주기도 한다. 

 

당연히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고 싶은 사람들은 예외다. 아내를 위해서 식당을 이용하지만 옆집 형님처럼 집에서 밥을 해먹는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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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의 진입으로 각 아파트 실버타운에는 턱이 높아 생기는 미끄럼사고를 예방하는 욕조가 설치됐다. 사진은 욕조에 문이 설치된 상품. (사진제공=피데스 개발)

 

점심을 먹고는 병원에 잠깐 들른다. 

 

예전엔 큰 병원이 도심에만 있었지만 20년 전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2026년에는 인구의 오분의 일이 65세 이상이었는데 이제는 셋 중 하나다. 

 

아파트 실버타운은 한 단지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대단지 실버타운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각종 마을 병원뿐 아니라 대학병원까지 자리잡았다. 

 

제일 많이 찾게 되는 물리치료실은 식당처럼 동마다 있어서 우리 집에서 3층만 내려가면 된다.



오늘은 마을 회의가 있어 물리치료는 저녁을 먹고나 받아야 할 것 같다. 

 

85살인 나는 비교적 ‘젊은 축’에 든다. 형님들의 성화로 젊은 내가 우리 실버타운의 협동조합 회장을 맡은 것이다. (65살 먹은 ‘어린 친구’도 간혹 있지만 요즘은 75세까지는 직장을 다니니 활동하기 어렵다) 

 

조합원들은 아파트 입주민들인데 전용식당과 물리치료실, 가사보조 서비스 운영 뿐만 아니라 텃밭에서 나온 작물을 판매하는 일까지 한다. 머리를 맞대고 일을 하니 은퇴 후 무기력감이 싹 가신지 오래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20만명씩 퇴직했던 베이비부머 중 하나가 우리 부부다. 은퇴 전 고령화 문제로 수근 대던 목소리가 통곡으로 바뀌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2044년 국민연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데다 딱 하나 사둔 오피스텔도 값이 떨어져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생활형 실버타운이 생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아내도 마찬가지다다. 나보다 3살 어린 내 아내는 협동조합 산하에 있는 부녀회에서 일한다. 협동조합에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일을 우리가 하면서 수익도 내고 나눠 갖는다.

 

날 보면서 정년퇴직을 앞둔 아우들도 노후에 대한 불안을 한시름 덜었다. 


올해는 옆 동네 실버타운과 ‘광복100주년 맞이’ 잔치를 열어 보려 한다. 

 

혼자 살고 있는 분들끼리 만남을 주선해 데이트를 즐기도록 돕거나 왕년에 놀아본 솜씨를 살려 춤이나 노래 솜씨를 뽐내는 경연대회를 열어볼까 한다. 

 

그동안 만들어온 수제 공예품도 내놓는다니 손주녀석들도 친구들을 데리고 오겠단다. 

 

이렇게 수익금은 가난에 시달려 단칸방에 사는 노인들을 위해 쓰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시끌벅적 수다를 떨며 아이처럼 신나 하는 주민들의 얼굴을 보니 실버타운에 다시 청춘이 돌아온 듯 하다.

브릿지경제 = 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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