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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덕선이의 첫사랑도, 브라질 떡볶이의 추억도… 응답하라! 쌍문동

[It Place]

입력 2015-11-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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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쌍문동 한 골목길. '응답하라! 1988' 골목 배경과 매우 비슷하다.(사진=양윤모 기자)

 

라면 한그릇을 놓고 덕선(혜리)과 선우(고경표)사이에 묘한 눈빛이 오갔던 브라질 떡볶이, 엄마들이 질펀한 수다를 늘어놓는 골목길 평상. 아침이면 택이 아버지(최무성)가 골목을 쓸고 저녁 때 퇴근하는 정환 아버지(김성균)가 "아이고~ 성 사장, 반갑구먼, 반가워요"를 외쳤던 곳.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1988년 도봉구 쌍문동의 한 골목길을 무대로 5명의 또래 친구들과 이들의 부모까지 이웃사촌인 네 가족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간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주인공 둘리의 고향 혹은 고길동 아저씨가 사는 동네로만 알려졌던 쌍문동은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을 1988년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보내는 타임머신 출발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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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방 '봉황당' 모티프는 '성황당?'

 

‘응답하라 1988’의 주요배경인 골목은 택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금은방 ‘봉황당’을 시작으로 펼쳐진다. 실제 쌍문동에는 ‘봉황당’이라는 금은방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도봉역 인근에 동네 주민들의 기원을 비는 ‘성황당’터가 남아있다. 1988년 도봉구 인근에서 군복무를 한 한병철(49)씨는 “드라마 속 ‘봉황당’이라는 금은방 이름을 듣고 바로 ‘성황당’을 떠올렸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 속 덕선과 선우, 동룡(이동휘), 정환(류준열) 등이 재학 중인 쌍문여고, 쌍문고도 가상의 학교다. 쌍문동이라는 지명 때문에 실제 존재하는 학교처럼 오해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학창시절 상계동에 거주해 쌍문동 인근 염광여고를 졸업했다는 CJ E&M 홍보팀의 원설란씨조차 “쌍문고는 실제로 있는 학교”라고 오인했을 정도다. 하지만 실제 ‘쌍문’이라는 지명을 딴 학교는 쌍문 초등학교뿐이다.

과거 쌍문동에 거주했다는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쌍문고와 쌍문여고가 선덕고와 정의여고일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정의여고와 선덕고는 버스로 불과 두 정거장, 도보로 약 10~20분 거리다. 정의여고는 극중 “정의여고에 정말 예쁜 애가 있다”는 극중 동룡의 대사를 통해 존재감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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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골목 지키는 '분식집 3총사'

극중 동룡과 정환이 선배들에게 금품과 운동화를 뺏기는 곳, 선우의 눈빛을 확인한 미옥(이민지)과 자현(이세영)이 덕선을 부추기는 장소가 ‘브라질 떡볶이’다. 실제 ‘브라질 떡볶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정의여고 후문으로 올라가는 길목 초입에 위치한 떡볶이 집이었다. 테이블 5개 정도의 작은 분식집으로 떡볶이, 만두, 계란 순으로 ‘3.3.3’으로 주문하면 각 300원어치씩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주곤 했다는 게 정의여고 출신 누리꾼들의 공통된 얘기다. 직접 구워 노릇한 만두를 떡볶이 국물에 적셔 먹는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대략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중반까지 정의여고 후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자취를 감췄다.

지금 ‘브라질 떡볶이’ 자리는 한 음식점의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 떡볶이 앞 팬시점과 만화가게가 있던 건물은 네일숍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떡볶이 골목을 지켰던 호박넝쿨, 뜨락, 호호분식 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가격은 떡볶이 1인분에 3000원. 김밥은 2500원선. 여고 앞 분식집답게 양이 푸짐하다. 제작진은 사라진 ‘브라질 떡볶이’를 대신해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성마을에 위치한 ‘얄개분식’에서 촬영을 마쳤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건물에 위치한 이 분식집은 34년 동안 한 자리에서 떡볶이를 팔아 지역의 유명세를 타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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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옆 감나무… 추억이 주렁주렁

 

27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쌍문동에는 아직도 1988년의 추억이 곳곳에 배어있다. 정의여고 인근에는 곳곳에 감나무를 심은 주택에서 주렁주렁 여문 감 따기에 여념이 없다. 골목 곳곳 담벼락에 소박하게 빨래를 널어놓고 가을볕에 보송보송 마르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정겹다. 마치 혜리와 정환이의 2층집을 연상시키는 70~80년대 지어졌을 법한 구옥과 좁은 골목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문을 닫은 쌍문슈퍼나 녹슨 방범창, 인조잔디와 트랙을 깐 정의여고 운동장에서 이곳이 2015년의 쌍문동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한전병원 인근의 한양아파트는 1986년 완공됐지만 한 블록만 건너면 요즘 브랜드 아파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쌍문동 주민 박경호씨는 “쌍문동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는 곳”이라고 말한다. 현재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경기도 의정부 세트에서 촬영 중이다.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PD는 “쌍문동에서 촬영하고 싶었지만 27년 전에는 없던 차나 아파트, 주택 양식 때문에 의정부에서 촬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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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선이와 아기공룡 둘리는 '이웃사촌'

 

드라마를 통해 쌍문동을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정의여고 인근 둘리 뮤지엄을 가볼 것을 추천한다. 

 

지난 7월 개관한 둘리 뮤지엄은 한국 만화캐릭터를 주제로 한 시설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하루 350명, 방학 때는 약 600명의 관람객이 찾는 지역명소다. 둘리, 희동이, 도우넛, 또치 등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둘리 뮤지엄은 만화 속 주인공 고길동의 집이 쌍문동으로 설정된 인연으로 이곳에 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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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우이천도 지역 명소다. 자연하천인 이곳은 생태공원으로 정비돼 각종 운동시설과 자전거 전용도로가 들어섰다. 오리 가족이 한가롭게 헤엄치고 각종 철새가 오간다. 

 

주말이면 삼삼오오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나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이 제법 많다. 우이천 건너편에는 나들이객을 대상으로 한 맛집 골목이 형성돼 있다. 우이천에 위치한 총 380m길이의 둘리 벽화도 볼거리다. 이 벽화는 단일 캐릭터 벽화로는 서울시 최장 길이로 알려진다.


글=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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